[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거창한 목표 보단 돼지 잘 키우기 위한 방법 고민
모임 때 마다 농장 맞춤형 세미나…현장 적용케
광역단위 조직…지역특성 이해 · 갈등 해소 ‘한몫
지난 8월23일 서울경기양돈농협(이하 서경양돈농협)의 ‘2023 전산농가 생산성 분석 보고회’가 열린 경기도 화성의 라비돌리조트.
모두 3명의 농가가 2022년 전산성적 우수농가로 선정, 시상대에 올랐다.
이들에게는 전산관리가 바탕이 된 높은 생산성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서점모(회장 조명근, 서경양돈농협 젊은한돈인의 모임)를 주도하는 2세 양돈인이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50대 회원도 참여
지난 2017년 발족된 서점모에는 현재 30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처음엔 서경양돈농협 조합원 2세들로 시작했지만 올해부터는 2세 양돈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회원자격을 확대했다.
30~40대 회원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0대와 50대 회원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양돈인이 참여하고 있다.
출범 당시 목표는 여느 2세 양돈인 모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돈업을 영위하는 2세들이 모여 정보를 교류함과 동시에 새로운 기술 등에 대한 의견 교환과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보자는 목적이었다.
농장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생산성 향상, 부모 세대와의 갈등 예방 및 해소 방안 등을 서로 공유하되 필요할 경우 생산비 절감을 위한 공동구매 사업까지도 염두에 뒀다.
현장 필요한 교육 초점
서점모 조명근 회장(덕영농장)은 “거창한 목적으로 모임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저 돼지를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공부를 하며 이 과정에서 친목도 도모하고 있다”며 “자유로운 모임이지만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분기별 정기모임에서는 사전에 선정한 주제를 놓고 세미나를 갖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올해는 급증하고 있는 돈사 화재와 냄새저감 대책 등 현장에서 꼭 필요로 하면서도, 바로 적용이 가능한 주제와 내용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에 따라서는 각계 전문가 초빙도 마다 않고 있다.
여기에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접목한 서울경기양돈농협의 측면 지원도 서점모 활성화를 뒷받침하는 한 배경이 되기도 했다.
1세대와 갈등해소 한몫
조명근 회장은 이와관련 “돼지사육과 함께 2세 양돈인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보니 실제 경험을 토대로 한 ‘산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라며 “농장 운영이나 관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모와의 갈등을 털어놓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회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힌다.
조명근 회장을 포함해 올해 서경양돈농협의 전산성적 우수농가로 선정된 다른 2명의 회원들 역시 서점모가 가져다 준 효과가 적지 않음을 강조한다.
광역단위 모임 어려움도
하지만 ASF와 펜데믹 사태는 서점모 운영에 큰 차질을 불러오기도 했다.
ASF가 발생한 지난 2019년 9월 이후 개인적인 만남외에 정기 모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지난해 부터 점차 정상화 되고는 있지만 부담은 여전하다.
더구나 넓어봐야 시군 단위가 대부분인 여느 2세모임과 비교해 경기,강원, 충북 등 지역권 자체가 광범위 한 서점모이다 보니 고민이 더할 수 밖에 없다.
서점모 곽용환 총무(수용농장)는 “동서남북으로 지역을 나눠 순회하며 모임을 갖고 있다. 아직까지 ASF가 부담지역이라면 가장 인접한 곳을 모임장소로 선택하고 있다”며 “쉽게 말해 ‘찾아가는 세미나’ 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자연히 모임 장소에 따라서는 거리와 시간부담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들도 존재한다.
곽용환 총무는 “농장에서 직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회원이라면 일정 잡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지역정서 차이도 극복
물론 광역단위의 서점모만이 누리고 있는 장점도 있다.
조명근 회장은 “지역에 따라 미세한 정서 차이가 존재한다, ASF 이후엔 더 심화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점모에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해소할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자연히 지역색을 넘어서고 있을 뿐 만 아니라 타 지역의 동향이나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서점모 회원들에게는 공통적인 바람이 있다.
서점모의 회원 모두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고, 1세대 양돈인들에게 인정받는 모임이 되는 것이다.
다만 2세 양돈인이나, 모임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바라보는 일각의 시각의 대한 아쉬움도 감추지 않는다.
조명근 회장은 “다른 직원들 보다 더 많이 일하면서도, 성적까지 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본적이 없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과감히 지적해 주시되, 잘하는 것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