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유가공 산업 정책적 재편에 즈음하여

  • 등록 2023.11.08 10: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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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이 만 재 원장(한국낙농유가공기술원)

 

한국의 낙농관련 단체는 낙농진흥회, 낙농육우협회, 낙농협동조합 등이 있다.
대부분의 낙농가는 이 단체들에 귀속되어 있다. 한편 낙농가들이 생산한 원유를 사서 유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유업체들은 유가공협회를 결성하고 있다. 이렇듯 낙농산업은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가들의 단체와 유가공업을 영위하는 유업체들로 구성된 이익 대변 협회가 있고 이 두 그룹은 낙농산업이라는 수레바퀴의 한쪽 씩 역할을 맡아 어느 한쪽도 서로가 필수 불가결한 존재로 유지되어 왔다. 그러면서도 서로가 이익이 상반되는 거래 교섭의 상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구도는 정부가 낙농산업의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하여 가격경쟁력이 높은 외국의 우유제품을 관세장벽과 같은 울타리를 치고 국내 낙농가들을 보호하여 우유, 유제품을 자급하고자 하는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는 구도이다. 그러므로 유가공업체는 낙농가들이 미우나 고우나 붙들고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그러한 구도는 2년 후 가격경쟁력이 두, 세배나 더 막강한 외국산 유제품의 무제한 수입 개방을 앞둔 지금 이제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유가공업체들은 이제 힘주어 꽉 잡고 있던 낙농가들의 두 손을 서서히 놓게 되는 드라마의 마지막 장을 연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정부는 60년 전 낙농진흥을 위한 특별한 법을 제정하여 지금까지 유지하여 왔고 그 덕분에 낙농가들은 보장된 높은 원유가격, 떼일 수 없는 보름마다 틀림없이 입금되는 유대로 절대로 망할 수 없는 생산활동을 영위해 왔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원유가라는 유가공업체와 소비자단체들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의 매년 원유가격을 인상해 왔다. 그 결과 고급 승용차, 해외여행, 토지와 생산 쿼터라는 고가 자산 보유 등의 국민 평균보다 월등한 경제적 지위를 누려왔다. 정부가 20여 년 전 낙농진흥법의 입법 취지에 반하는 유제품의 수입 개방을 결정한 이후 한국의 낙농은 불원 맞닥뜨릴 작금의 상황에 충분히 대비하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수입 개방 이후 유일하게 살아남을 국산 유제품인 신선 시유제품들의 기본 대량 소비처인 학교급식과 군 급식에 대한 우유의 선택을 외면함으로써 한국 낙농산업의 장래에 찬물을 퍼부었다. 법에 따른 것이었든, 정부의 의지에 의한 것이었든, 마지못한 유가공업체들의 입장이었든 다 지나가고 현재의 낙농가 입장은 점차 초석이 없어진 모래성의 신세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날 어느 대형 유가공업체에 새로 부임한 대표가 낙농산업의 구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유가 남아도는 비수기 겨울에 왜 낙농가들로부터 원유를 계속 사느냐는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고 유업계에서 비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었지만, 이제 그의 불만이 타당한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논단에서 지적한 대로 낙농가 수의 급격한 감소에 따른 원유 생산 기반의 위축과 총 원유 생산량의 감량은 낙농산업의 전반적인 구도의 재편이 불가피한 당면 사안의 단초가 되고 있다. 대폭적인 낙농정책의 전환과 원유의 수급 구도를 전면 수정할 시기다. 낙농진흥회의 집유 일원화, 원유의 수급 조절과 생산 할당, 즉 쿼터제도 등도 전면 수정 또는 폐지할 때가 된 것이다. 또한 전국의 낙농협동조합은 하나로 통합될 수밖에 없는 구도로 전환될 것이 분명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른 낙농육우협회의 자연적인 소멸, 낙농진흥회의 역할축소 또는 전환, 정부의 원유 수급 안정 지원정책의 전면적인 폐지 또는 대폭적인 축소 등의 낙농산업 관련 정책 전환의 아젠다들이 동시다발로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별개 사안으로 상정될 경우, 너무나 많은 시간과 이해충돌이 발생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편 낙농진흥법을 유지한다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낙농지대의 지정과 후계자 양성, 단일 낙농조합에 관한 조례 개정 등을 통한 최소한의 낙농생산기반 조성과 유지에 관한 법령개정이 필요하다. 그것은 유가공 업체들에게 안정적이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원유의 확보를 보장하기 위하여 하나의 낙농조합으로 개편된 낙농 생산자 교섭단체의 이해충돌과 독점적 횡포를 방지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이 이미 40%에 육박하는 원유를 집유하고 있고 향후 단일 낙농조합의 모체가 될 것이 예상되므로 유가공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서울우유와 유가공업체들과의 독과점적 원유확보의 결과로 우려되는 불안정한 원유교섭 구도를 충분히 차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30년 전 낙농진흥회를 설립하고 집유일원화 정책을 제안할 때 가장 큰 장벽이 바로 이 문제였기에 이제는 이 문제만큼은 그 후 도입된 원유검사 공영화라는 제도를 활용하여 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미 원유의 물량 쏠림 현상이 상당량 진행되고 있고 그 진행 속도도 점차 가속화될 것이므로 정부, 유가공협회, 서울우유 등의 당사자 간 당면문제의 해결방안을 수립하는 시간적 실기를 범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대부분 선진국 대열에 속한 낙농 국가들의 낙농 정책의 기본가치는 모든 국민들이 자국에서 생산하는 우유를 안전하게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정책 당국자들이 이해하고 정책 개편에 임하여 줄 것을 또한 당부하는 바이다. 그것이 선진국의 품위 있는 정책의 내면이기 때문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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