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고?

2023.11.22 11:25:50

[축산신문]

 

양창범  석좌교수(제주대학교)

 

최근 어느 신문에서 “바보야, 문제는 기업의 탄소배출이야”라는 글을 읽었다. 이 글을 쓴 김백민 교수(부경대)는 기후변화 관련 강의 후 청중으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 “고기를 적게 먹고, 전기를 절약하며, 재활용을 열심히 하는 게 정말로 기후변화에 도움이 될까요?”라고 했다. 그러면 답은 어떻게 했을까? 김 교수는 “솔직히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곤란하다. 답을 몰라서 아니다. 애써 노력하는 개인들에게 실상을 전달하는 게 괜스레 미안하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렇다면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가?”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 축산인들은 어떤 생각과 대답을 하고 있는가? 
다시 김 교수의 글을 살펴보자.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올해 초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75% 이상이 대기업들에서 배출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배출량은 전체의 80%를 훌쩍 넘긴다. 환경부가 낸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반 가정에서 전기플러그 뽑기, 텔레비전 시청 및 컴퓨터 사용 줄이기, 물 절약 등 저탄소 생활 실천으로 줄일 수 있는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배출량의 약 1% 정도라고 한다. 환경부는 개인이나 가정에서의 저탄소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보도자료를 냈겠지만, 필자는 개인들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1% 수준밖에 줄일 수 없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렇다면 축산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주변의 상황과 통계는 어떠한지를 간략히 살펴보자.
여러 언론이나 학회(심포지엄) 등에서 농축산업과 관련된 탄소중립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간 농업 분야에서 연구와 정책을 고민하여 온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축산업을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내모는 상황에 가슴이 답답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한 예로 ‘탄소중립과 1차산업’에 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했는데, 발표자 대부분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대부분이 농업분야에서 나온다’라는 착각을 하게끔 설명하는 장면을 겪었다. 종합토론에서 필자는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 온실가스의 배출 저감에 대한 노력은 필수적인 과제이나, 관련 내용을 발표(표현)하는 경우 ‘우리나라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국가 전체의 3.2%(2020년 기준. 환경부)이며, 주로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약 86.8%)이 되고 있으며 농축산분야의 기여도는 낮은 편이지만 농업도 동참이 필요하다.’라는 단서를 붙여 전달해 달라고 주문했다.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은 벼재배와 농경지 토양 등에서 발생하는 경종부문(농업분야 총배출량의 52% 차지)과 장내발효(반추가축의 트림과 방구)와 가축분뇨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축산부문(농업분야 총배출량의 약 46% 차지)으로 구분되며, 작물과 가축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의 특성상 크게 줄이는 데는 어려운 면도 있다. 하지만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책 개선과 연구개발, 농가의 실천 등 여러 가지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의 책무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상재해와 농자재비 급등 등으로 농업인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늘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켜서 농업인의 용기와 자부심을 꺾어야 하겠는가?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축산농가에서는 전기료와 기름값 상승, 이상기온 등으로 난방비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이 된다. 따라서 축산농가에서는 가축 관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에너지 절약 방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주변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하는 경우 “축산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 아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축산인들도 환경개선 등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의지 표현과 효과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말이라는 것은 말하는 사람과 그것을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다. 요즘 ‘나는 그런 의도로 표현한 것이 아니었는데, 언론이 곡해’라는 해명을 자주 본다. 특히 농업이 처한 현실과 미래에 관한 내용에 대한 언론보도나 학술발표 등에서 ‘보편적이며 객관적인 사실을 명확히 제시’하였으면 좋겠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은 농업(축산)이 아니라는 것을 포함하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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