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류>맥못춘 1분기 양돈시장-극심한 소비부진 속 돈육 수입 급증

2024.04.09 10:22:23

저가 수입육 ‘우점화’ 가속…국산 생태계 위협
생산비 이하 돈가 불구 무관세 수입 위협까지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올들어 양돈시장이 맥을 못추고 있다. 최근엔 전통적인 돼지 가격 상승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뒷심부족 현상이 역력한 모습이다.

 

국산 증가폭 상회

올해 1분기(1~3월) 전국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 평균 가격(제주, 등외 제외)은 지육 kg당 4천474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7%, kg당 122원이 하락했다.

사회 전반에 걸친 경기침체 속에 극심한 소비 부진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국내산과 수입 등 전체적인 돼지고기 공급 마저 늘었기 때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1~3월) 출하된 돼지는 총 500만5천169두로 전년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정육량으로 환산했을 때 30만2천461톤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돼지고기 수입은 국내산 생산량의 증가폭 마저 훌쩍 넘어서고 있다.

이 기간 수입된 돼지고기는 총 12만7천17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무려 24.9%가 늘면서 국내 생산량과 수입량만을 단순 대입할 경우 올해 1분기 자급률 하락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3월은 수입만 증가

3월 한달만 살펴보면 소비 부진과 돼지고기 수입의 여파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돼지 출하가 159만2천976톤으로 전년동월 대비 6.0% 감소했지만 돼지 가격은 평균 4천877원에 머물며 3.5% 상승에 그친 것이다. 국내 평균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돼지 출하물량의 소폭 증감에 따라 도매시장 가격이 요동쳐 온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돼지고기 수입은 3월에도 전년동월 대비 19%가 많은 4만6천680톤에 달하며 증가세가 이어졌다.

 

불황의 벽 넘기 어려울 듯

문제는 불황으로 인해 올해 2분기에도 예년과 같은 소비 증가나 큰 폭의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첫 주 월요일 돼지가격이 전주 보다 큰 폭으로 상승, 5천원대에서 출발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현재 4천원대 후반(8일 현재)에서 등락이 거듭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돼지고기 수입의 증가세가 꺾일 가능성도 높지 않다.

국내산 후지가격 상승세와 정부의 할당관세 수입에 따른 영향으로 햄, 소시지 등 2차 육가공 원료용으로 주로 활용되는 ‘목전지’ 부위가 올해 돼지고기 수입 증가세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산 후지 부위와 수입 목전지의 가격 차이가 많이 좁혀졌지만 2차 육가공업계 입장에선 원료육 구매선을 바로 교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국내 돼지 출하가 감소되는 시기이기에 수입 업체들이 물량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적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또 다른 대체육류로 지목되고 있는 수입 쇠고기 시장의 확대 추세도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물론 2분기 4월을 제외한 5, 6월 국내 돼지 출하가 지난해 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PRRS와 PED 여파가 국내 돼지고기 수급과 가격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워낙 소비가 안되다 보니 전반적인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것만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무관세 수입 ‘촉각’

이러한 국내 양돈시장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할당관세 수입을 걱정해야 하는 양돈업계 입장에서는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물가당국은 삼겹살 소비자 가격만을 지난해와 단순 비교하면서 국내 돼지가격이 생산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순간에도 할당관세 수입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일각에서는 올해 삼겹살 소비자가격 추이를 감안할 때 빠르면 2분기 중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할당관세 돼지고기 수입이 이뤄질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물가가 올랐다. 원료돈 가격이 그대로라도 삼겹살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내 시장의 전체적인 수급 상황은 고려치 않은 물가정책은 일부 수입 및 유통업체에만 혜택을 줄 뿐 실효성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할당관세로 수입된 냉동 돼지고기 대부분이 육가공 및 프랜차이즈, 외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지만 이 시기 해당 시장이나 제품의 소비자 가격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상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수입 정책이 국내 시장에서 저가의 수입 돼지고기 우점화를 가속, 국내 양돈산업의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래저래 양돈업계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

 

 

이일호 yol2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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