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일찍이 개량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꾸준한 노력으로 개량선도농가로 자리매김한 경기 이천의 동복목장은 육성우 목장으로 시작해 청정육종농가로 전환한 첫 사례인 곳이기도 하다. 깨끗한 목장환경조성과 함께 친환경 축산을 몸소 실천하며 한국산 보증씨수소 생산의 최일선에서 사명을 다하고 있는 동복목장을 찾아가보았다.
“100년 계대 개량 첩경”…청정육종농가 승부수
적정사육두수 유지·친환경 목장 관리 진심 담아
▲눈앞 이익 보단 미래 위한 선택
1981년 낙농업을 시작한 원유국 대표는 우수한 유전자원과 철저한 계획교배의 필요성을 깨닫고 남들보다 빠르게 개량에 뛰어들었다. 검정사업은 1989년부터 시작했다.
원 대표는 “처음 목장을 시작할 당시 돼지 사육도 하고 있었는데, 종돈을 썼을 때 달라지는 성적을 보고, 젖소도 개량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남들보다 15년은 빨랐다고 생각한다”며 “그 덕에 우리 목장의 일평균 두당 산유량은 34kg 밑으로 떨어져 본적이 없다. 지금은 유량, 37~8kg, 유지방 4.1~4.2 유단백도 3.2~3.3 나오고, 2산차만 되더라도 연간 유량이 1만1천kg은 무난히 넘는다. 지난해 럼피스킨과 목장 청정화로 소를 도태시키느라 2산차로 떨어졌는데, 앞으로 2.8~3산으로 회복되면 유량도 40kg까지 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정육종농가가 된 것도 당장의 눈 앞에 이익보단 훗날 더 발전한 목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는 “30여년간 개량을 하면서 최고 앞선 계대수는 13계대이고, 주종을 이루고 있는 계대수는 7~9계대다. 청정육종농가로 선정되면 북미서 0.1% 이상 능력의 수정란을 받게되는데 계대수가 20계대나 된다. 10년 정도만 투자하면 60~100년치의 노력을 한번에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단기적으론 손해를 보더라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앞서 원 대표가 말했듯이 청정육종농가가 되려면 낙농가 입장에선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전체 우군이 5대 전염성 질병(우결핵, 구제역, 부르셀라, 요네, 류코시스)에 대해 음성이어야 하는데 특히, 류코시스로 인해 청정육종농가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는 청정육종농가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육성우 목장을 도입했다.
육성우 목장은 5대 질병 검사서 음성을 받은 미경산우 20두 이상을 보유하고 독립적 방역시스템을 구축한 목장으로 청정육종농가와 똑같은 혜택을 받는다.
동복목장은 1호 육성우 목장이며, 청정육종농가로 전환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원 대표는 “처음에 청정육종농가를 해보려 했지만 규모를 생각했을 때 엄두도 못냈다. 그러다 2014년 목장을 지금의 위치로 옮기고, 2019년 육성우 목장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청정육종농가로의 전환을 준비했다”며 “옛날 목장을 육성우 목장으로 운영함과 동시에 본 목장에선 선별을 통해 청정화 작업을 계속했고, 지난해 7월 청정육종농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모범적 목장운영으로 산업발전에 기여
원 대표의 오랜 낙농경험과 경영철학이 녹아든 동복목장은 전체 사육두수 200두에 착유는 80두 안팎으로 하고 있으며 서울우유협동조합 쿼터 2천600kg를 보유하고 있다.
원 대표는 목장 규모에 알맞은 적정사육두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밀집사육을 하게 되면 사육환경이 열악해져 결국 소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 우리 목장은 외부에서 소를 들여오지 않고 송아지도 판매하지도 않는다. 대신 적정사육두수를 유지하기 위해 1년에 30~40두씩 소를 판매함으로써 도축장에 보내는 소를 최소화시켜 경영효율을 끌어올렸다. 또, 초임만삭우를 판매하면 소를 1.5두 파는 꼴이기 때문에 착유우만을 판매하고, 그 딸소들이 또 목장의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며 “일부 고능력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개량을 거쳐 소들이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일반농가들보다 높은 가격에 소가 거래될 뿐만 아니라 골라빼기를 하더라도 목장이 허덕일 일도 없다”고 덧붙였다.
또 동북목장은 2017년 ‘깨끗한목장가꾸기운동 우수농가’서 최우수상, ‘2020 제3회 청정축산환경대상’서 대통령상(대상)을 수상하는 등 청결하고 친환경적인 목장 관리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원 대표는 “내 목장 하나로 인해 다른 농가에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가 목장에 방문했을 때 안좋은 인식을 갖게 된다면 소중한 고객 하나를 잃게 되는 셈”이라며 “직접 유산균, 고초균 등을 발효시킨 생균제를 급여함으로써 장내 환경 개선을 통해 목장의 냄새 저감과 사료 효율을 높였고, BM활성제와 광합성제를 운동장과 퇴비장에 매일 살포하고 있으며, 축사 주변으로 갖가지 나무와 꽃을 심어 조경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동복목장은 제7회 서울우유 홀스타인 경진대회 5부 우수상, 제10회 이천시 홀스타인 품평회 준그랜드 챔피언, 2021년 경기도 비대면 젖소경진대회 6부 우수상 등 화려한 품평회 경력을 자랑한다.
낙농산업의 발전을 위해 품평회에 참가한다는 원 대표는 “품평회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노력에 의해 열리는 행사이긴 하지만 지자체의 협조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성과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시각적으로 풍성해 보이도록 대회를 하면 4~5두씩은 착유우를 내보내고 있으며, 소 기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며 “기부 할 땐 기왕이면 좋은 소를 골라서 한다. 그 소가 자라서 품평회에 입상하는 등 명성을 떨치면 이득은 나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밝혔다.
▲“후대검정사업에 농가들 적극 협조를”
후대검정 정액은 청정육종농가서 선발한 후보우 60두 중 유전체 분석을 통해 선별한 상위 20두에서 생산된다.
후대검정 농가는 이 정액으로 딸소를 생산함으로써 한국형 보증씨수소 선발을 위한 능력검정에 동참하게 된다.
원 대표는 “젖소개량사업소에서 후대검정 정액을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는데, 능력이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안좋은 정액이라 생각하고 수정이 안되는 소와 같이 필요없는 개체에 사용하려고 한다”며 “좋은 소든 나쁜 소든 무작위로 정액을 사용해 딸소를 만들어줘야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능력검정이 가능하다. 농가들의 도움이 있어야 우리나라 젖소개량 수준이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후대검정 정액을 적극 사용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낙농산업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 그렇기에 축산농가 한명이 줄어들면 내 힘이 줄어든다는 생각으로 다 함께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앞으로 육종농가에 몸을 담은 만큼 씨암소에서 수정란을 만들어 일반 농가들에게 보급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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