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흔들이병·설사병 등 생산성 저하 피해 막대…소 약으로 대체 사용
염소 약품 잠재 수요 커…연구비 지원·제도개선 등 민·관·학 협력을
10여년 전, 정들었던 국립축산과학원에서 퇴임한 뒤 소 질병 임상 등에 매진해 온 류일선 아시아동물의학연구소 소장. 그는 “최근 염소질병을 봐달라는 현장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자염소(3개월령 미만)를 대상으로 설사병 예방약 효능 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근황을 밝혔다. 류 소장은 “염소 산업이 확실히 뜨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러나 질병 연구가 미흡할 뿐 아니라 질병 전문가도, 전문약품도 부족하다”며 이제부터라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염소는 질병에 강하다고 하던데.
그렇지 않습니다. 산에 풀어놓고 키울 때는 질병이 많지 않습니다. 소, 양 등 다른 반추동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다두, 밀집사육 시에는 질병이 고개를 듭니다.
더욱이 염소는 빨리 자랍니다. 또한 수입종의 경우 1년에 두번 이상, 재래종은 2년에 세번 가량 새끼를 낳습니다.
짧은 성장기 만큼, 오히려 질병에 취약하다고 보는 것이 더 가깝습니다. 섬을 뒤덮은 염소 방송을 타며, 이러한 오해가 생겨난 듯 합니다.
-어떤 질병이 있나요.
소에 걸리는 질병은 다 있다고 보면 됩니다. 설사병, 폐렴, 기생충 질병, 유방염, 대사성질병 등이 생산성을 뚝 떨어뜨립니다.
큐열, 결핵, 브루셀라 등은 인수공통전염병이기도 하고요. 구제역에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한 조사 결과, 국내에서는 흔들이병, 설사병, 호흡기질병, 피부질병 순으로 염소질병 발생이 많았습니다.
흔들이병의 경우, 발병률이 10~50%, 폐사율이 30~5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특히 자염소에 치명적입니다.
설사병 역시, 자염소에 다발하며, 폐사, 성장지연 등을 일으키코 있습니다.
-예방·치료는.
염소 전문 약품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따라 소 약품을 쓰는 것이 일반적 예방·치료 처방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수의사들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염소에 대한 용법·용량을 설정해 주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닙니다.
동물약품 업체들은 효능, 안전성, 잔류 등 각종 염소 실험을 하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맥락으로 염소 전문 수의사도 부족합니다.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염소 사육농가만 발을 동동구르는 모양새입니다.
-염소 약품을 서둘러 개발해야 것 같습니다.
염소 약품 수요는 적지 않습니다. 개식용금지법 통과 이후 염소 사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습니다. 또한 많은 한우·젖소 농가들이 염소 사육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습니다.
일부 염소 생산자단체에서는 좋은 약품이 개발될 경우, 단체 구입 또는 관납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향을 밝히고 있습니다.
소와 염소는 분명 다릅니다. 질병도 당연히 같을 수 없습니다.
동물병원을 찾은 아기염소를 볼 때 마음이 참 착잡해집니다. 염소 약품 개발에 민·관·학·연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업체들은 염소 약품 개발을 주저합니다.
그렇습니다. 돈 안되는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니까요.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각종 연구개발 정부지원사업이 있잖아요. 여기에 염소 약품을 넣고, 일부 개발비를 지원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안전성 중심으로 품목허가 요건을 간소화해주는 것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염소산업은 축산업 신성장동력이 될 자질이 충분합니다. 정부에서는 이렇게 ‘나 몰라라’ 놔둬서는 안됩니다.
사육구간별 예방·치료 프로그램 등 염소질병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염소산업 성장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