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등록 2024.09.13 13:5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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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신문] 

 

곽춘욱 고문(건지·벤코코리아, 전북대 겸임교수)

 

노벨문학상, 퓰리처상 수상 작가이자 20세기 미국 문학을 개척한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그의 대표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책이나 영화를 통하여 이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소설이다. 
부정에서 긍정으로, 비관주의에서 낙관주의로, 개인주의에서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하는 헤밍웨이의 세계관을 알 수 있는 소설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일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난 우리가 싸워서 지켜 온 모든 것을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해. 자유와 존엄,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일할 권리, 굶지 않을 권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해.”라고 강하게 외쳤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우리 축산인들도 자신들이 사육하는 가축들을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오늘의 대한민국의 위생적인 먹거리 제공에 적지 않은 노력으로 일관하여 왔고, 더 나아가 생산성 향상 및 친환경 축산,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반세기 동안을 말 그대로 정신없이 달려온 주인공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젠 자괴감에 빠져 가슴을 치며 “진정 우리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려왔나?”라고 외치고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에 근간하여 우리 국민들에게 양질의 먹거리 - 고기, 계란, 우유 등을 국내산으로 생산하여 국민보건향상과 한류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다는 자긍심이 송두리째 말살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축산업이 이제는 축분뇨에 의한 냄새와 유해가스, 축산폐수 등으로 악역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으며, 엊그제까지 이웃으로 잘 지내왔던 주변사람들까지 슬그머니 꽁지를 빼며 축산업을 매도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상가상 정부는 소비자물가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할당관세를 적용하며 축산물 수입에 열을 올리고, 심지어 운송비까지 정부에서 대납하는 지경에 농민들은 이제 의욕상실증을 넘어 생산기반이 송두리째 뽑히며 길바닥에 내쳐질 판국에 이르렀다. 생산원가 보장은 이제 소설같은 이야기가 되었고, 대출받아 투자한 원금은 회수할 길이 막연하여 급기야 “죽기 전에 살 길 찾자!”며 머리띠를 둘러메고 데모대열에 서있다. 그동안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구축하자고 다그치며 뛰어왔던 어제는 온데 간데없고, 왜 축산인이 공공의 적으로 지탄받아야 하며 그것도 모자라 거리에 내몰려야 한단 말인가? 농축산품은 공산품처럼 필요에 따라 뚝딱 생산되는 것이 아니며, 자고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거늘.  
이제라도 정부는 백년대계를 생각하며 정책을 입안하고 특히 국민 먹거리의 생산기반을 뒤흔드는 일은 더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잠깐을 모면하려 비교우위론만을 앞세우며 일시적 수입으로 시장물가를 잡으려 한다면 이제껏 공들여 쌓아온 축산의 생산기반은 순식간에 무너지며, 한번 무너지면 과거와 달리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소비자물가는 잠시 잠깐의 순간에 변화할 수 있어도 농축산의 근간은 결코 순간의 변화에 따라주지 않는다. 아니 축산인들이 더 이상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렸나?” 라는 자괴감에 빠져 산업이 회복불능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진중해야 한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무리한 할당관세로 축산물을 수입하여 시도했지만 소비자물가에 기여하기 보다는 오히려 일부의 유통식품업체들의 배만 불려주고 축산의 자립기반만 무너뜨린 과거의 전례를 교훈삼아야 한다. 실제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물론 가까스로 자급률을 유지해왔던 닭고기까지 자급률 80%가 무너지고, 오리는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한 오리사육 휴지기가 도입되어 현재까지 국내산이 맥을 못 추며 중국산에 시장을 내놓은 형국이다. 
이렇듯 할당관세를 적용하여 축적된 세금이 관련업계에 활용되어 산업발전에라도 기여하였으면 좋겠지만 그 실체는 온데간데없고, 설상가상 동물복지를 조기에 정착시켜야 하는 시대적인 상황에 농가들은 투자금에 허덕이고 있으니 그 입에서 세어 나오고 한숨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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