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음식이 곧 약이 되게 하고, 약이 곧 음식이 되게 하라”고 말했다. 이는 인간의 건강뿐만 아니라 축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건강한 가축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질의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 핵심이 바로 고품질 풀사료에 있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축산업도 급격히 발전해 왔다. 고급 축산물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면서 생산성이 향상됐고, 이에 따라 풀사료 산업도 크게 성장했다. 2020년 이후 국내 풀사료 자급률은 평균 82%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총 소요량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수입 풀사료는 꾸준히 연간 90만 톤 이상이 유입되고 있다.
풀사료 품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시행된 풀사료 품질검사 및 등급제는 생산자와 농가가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미국 등에서 수입되는 풀사료도 품질이 좋지만, 국산 풀사료 역시 볏짚(스트로우)을 제외하면 수입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 풀사료 생산 환경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봄철 잦은 강우로 인해 충분히 건조할 시간이 부족해 풀사료의 건조도가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가축사육 농가들은 수분 함량 조절이 용이한 건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정부는 풀사료의 품질에 따라 등급을 세분화하고,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계 풀사료의 경우, 수분 함량이 20~40%인 헤일리지를 A등급으로 설정하고, 수분함량 20% 미만인 풀사료는 건초 등급으로 분류해 A등급 보다 약 10% 지원급을 추가로 지급한다. 이를 통해 수분 함량이 일정한 고품질 풀사료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알팔파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 등 사료가치가 높은 신품종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우리 품종으로 고품질 풀사료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한, 건초 생산을 위한 열풍건초 생산시스템이 구축되면서, 기후와 환경적 변수에 영향을 덜 받는 안정적인 풀사료 공급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단순히 수분 함량이 적은 건초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더욱 높은 품질의 풀사료를 확보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국산 풀사료의 품질을 한층 더 높이고,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제 국산 풀사료 산업은 단순히 자급률 확보를 넘어, 품질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야한다. ‘양보다 질’을 중심으로 한 생산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차별화된 고품질 풀사료 개발이 지속된다면,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수입 풀사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국산 풀사료, 이제는 품질이 경쟁력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