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고기를 다루던 사람들이 다른 부위는 다 주어도 이것만은 꼭 자기가 먹었다는 부위가 바로 항정살이다. 110㎏짜리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고작 600g밖에 나오지 않는 항정살은 돼지 목덜미에서 아이 손바닥만 한 살이 두 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희소 부위다. 옅은 핑크빛 살에 투명한 지방이 고르게 퍼져 있는 항정살은 숯불에 약간 노릇해질 정도로 구워 먹으면 쫄깃하게 씹히는 부드러운 탄력과 풍부한 육즙이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지방과 고기의 섬유질 방향이 일정하며 지방층이 두텁고 단단할 뿐만 아니라 지방 속에 많은 근육 가닥을 함유하고 있어 씹는 맛이 일품이다. 예부터 돼지 목덜미살은 주당(酒黨)들에게 최고의 약이었다. 술로 인해 얼굴이 노래지고 배가 붓는 증세에 최고였던 것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마을에서 돼지를 잡으면 지혜로운 아내는 목덜미살을 미리 맞추어놓고 가져다가 남편의 술상에 올렸다. 다른 부위는 다 주어도 항정살만은 주지 않았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자료제공: 농협중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