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농 시작 동기 父 “젊어서부터 목장이 꿈”…子 “목장서 놀며 자연스럽게” ▶▶ 낙농 매력 父 “기록하면서 꿈 키워”…子 “관리충실 결과 기다리는 재미” ▶▶ 서로에게 한마디 父 “새로운 이상 실현을”…子 “개량역사 유산 고맙습니다” 무자년 새해, 새 아침 희망의 노래는 없을까. 지난 해 부터 우리 축산경영에 악재가 쌓이면서 새해 축산에 대한 밝은 전망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축산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희망과 꿈을 키워가는 축산인들이 적지 않다. 그런 희망과 꿈을 향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있는 축산인 가족. 그런 가족을 찾아 희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 봉암리, 연산목장은 우리 나라 낙농사에서 가족 노동으로 낙농 목장을 경영하며 젖소 개량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데다 최근에는 로봇 착유기를 시범적으로 설치함으로써 주목 받은 목장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대를 이어 더욱 선진화된 목장을 꿈꾸는데 있다. 성탄 전날인 구랍 24일 목장에 도착하니 4시 30분경, 벌써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는데 김삼용진 회장이 나와 반기면서 로봇 착유실 옆 사무실로 안내 한다. 발효된 사일리지 냄새가 구수하다. 더러 우분 냄새도 나지만 목장에 이만한 냄새도 없을까. 사무실에 들어서니 로봇 착유장이 유리창을 통해 빤히 보이는데, 착유소가 보정틀 같은 곳에 선채 착유컵이 붙었다 떨어졌다 할 뿐 별 구경거리가 없었다. 그런데 이 장치가 60여마리의 젖소가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착유를 한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우선 로봇 착유기를 통한 착유를 처음 시도하는 만큼 어려움이 많을 텐데 이제 많이 안정됐느냐고 물었다. 김 회장은 “이제 한 10개월 됐는데, 기계적인 에러는 말이 줄었다”며, 그러나 아직은 적응기라고 말한다. 이어 로봇 착유기의 이점을 묻자 “사람이 착유하는 것보다 더 자주하니까 착유량도 많고 체세포수도 적어 훨씬 고품질의 안전한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설명해 준다. 아울러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젖소의 경제 산차와 관련해서도 경제 산차를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 회장의 아들 성훈 씨는 그 때까지 할 일이 많았는지 30분 정도 지나서야 사무실에 도착했다.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목장을 경영하는 것은 단순히 대를 잇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오늘 목장을 찾은 이유도 그런 의미를 찾아보는데 있다. 우선 목장 규모부터 말해달라. 젖소가 몇 마리 사육되고 있는가. ▲子=현재 착유우소 90두, 육성우 90두, 건유우 20두 등 모두 200두이다. 착유우중 로봇 착유기로 착유되는 소는 모두 66두이다. - 이 목장의 역사가 30년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목장을 일구게 된 동기며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가 궁금하다. ▲父=젊어서부터 꿈이 목장을 가꾸는 것이었다. 오죽했으면 군에 입대하면서 가축전서를 들고 입대 했겠는가. 제대 후 산양을 3년간 키우다 78년 캐나다산 임신우 5두를 입식하면서 본격적인 낙농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젖소 개량은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82년인가, 경기도 축산진흥대회에 젖소를 출품했다가 등록이 뭔지 개량이 뭔지 알게 됐고, 그 이후 개량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개량선도 농가가 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로봇 착유기도 선도적으로 설치했다. -아들은 어떻게 해서 대를 이어 목장을 경영할 생각은 했는가. 특별한 동기라도 있었는지. ▲子=어릴 때 친구도 없고 해서 늘 아버지가 일하는 현장에 함께 있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경운기를 운전해보라면서 목장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했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지 않고 일본 낙농연수를 다녀오면서 본격적인 목장 일에 전념했다. 일본 낙농 연수중 소를 가축이 아닌 한 사람의 가족으로 여기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 -어릴 때부터 목장 일이 힘든 일이라기보다는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인식케 한 것이 주목된다. 지금 아이들에게도 아버지가 했던 것처럼 그렇게 하고 있는가. ▲子=현재 다섯 살인데, 목장 일을 하면서 아버지가 나에게 경운기를 운전하게 했듯, 나는 아이에게 트랙터 핸들을 잡아보게 한다. 아들이 아주 즐거워한다. -부전자전이 보기 좋다. 이제 목장 현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로봇착유기 도입에 누가 더 적극적이었나. ▲父=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이었다. 낙농은 착유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람과 젖소 모두 가장 크다. 때문에 로봇 착유기를 설치하면 사람이 편하고 노동력을 절약하는 장점도 장점이지만 젖소가 착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더 큰 장점이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후계자와 관련한 투자다. 흔히 후계자가 있으니까 투자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다. 투자를 먼저 해놓고 후계자가 대를 이을 수 있도록 충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긴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아들보다 내가 로봇 착유기 설치에 적극적이었다. ▲子=로봇 착유기를 설치해 놓고 중간에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도중하차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다행이 지금은 많이 안정됐다. 문제는 마음 자세다. 로봇 착유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젖소를 정성으로 돌보는, 낙농가들의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후계자가 목장을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우선 강조하는 아버지의 마인드나, 젖소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는 아들의 생각이 참 아름답다. 내년부터 축산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사료값은 크게 오르고, 개방 논의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어려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父=특별한 대책은 없다. 인건비 등 생산비를 최대한 절감하고, 동시에 생산성을 향상시켜 최상급, 최고급의 우유를 생산하는 길 밖에 없다. ▲子=역시 낙농가들의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사고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낙농을 즐겁게 해야 한다. 이를 테면 젖소 한 마리 한 마리를 관리하면서 수정이 됐을까, 송아지는 뭐가 나올까, 암송아지는 어떻게 키울까, 생각하며 단계별 사양관리에 충실하고 또 그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다. ▲父=단계별 사양관리를 기록하면서 기대를 만들어 가고, 꿈을 키워 가는 재미는 그렇게 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착유시간이 오히려 기다려진다. 이렇게 김 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어두운 낙농 전망도 밝게 느껴진다. 긍정적인 사고, 일을 힘들고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닌, 재미있게 하려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이쯤에서 대를 이은 낙농이 왜 중요한 지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아들 성훈씨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선진국 낙농 역사는 한 목장의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선진국의 목장을 가보면 한 목장이 100년, 200년의 역사를 가진 경우를 흔히 봅니다. 목장의 역사가 길다는 것은 그 만큼 유전자원을 확보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를 이어 목장을 한다는 것은 그런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 즉 유전자원을 확보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목장의 역사는 얼마나 됩니까. 길어야 50년이 안 됩니다.” 그리고 낙농 애찬론이 이어진다. “낙농을 흔히 3D직종이라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모든 과학이 다 필요한 과학산업입니다. 생물, 물리, 화학은 물론 기계공학과 유전공학까지 접목되는 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낙농 목장을 자부심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대를 이어 낙농을 하고 싶어도 도시화에 밀려 갈곳이 없는 경우가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 이들 부자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공감이 가는 지적이다. 우유는 이제 있으면 마시고 없으면 마시지 않는 시대가 아닌, 우유가 우리 식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시대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지적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고민이 절실하다 하겠다. 마지막으로 父子간 서로에게 건네는 말 또한 듣기 좋다. “지금껏 (아들이) 내말을 거역한 적이 없다. 이렇게 목장을 잘 운영해줘서 고맙다. 앞으로 나름대로 이상을 가지고 목장을 운영하기를 바란다.” “일본 낙농 연수 갔다 와서 방황할 때 그런 시기를 잘 넘길 수 있도록 끝까지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동안 제 요구를 긍정적으로 받아주신 것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30년이란 개량의 역사를 물려줘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