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업이 전에 없는 위기에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저능력 암소도태의 시급함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는 정부의 생각과는 사육현장에서는 송아지 입식이 줄을 잇고 있다. 위기의 한우산업에 대책은 없는지 각계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저능력 암소도태, 정확한 예측치 마련 농가 접근을 생산성 향상이 최선책…원가절감 공동마케팅 필요 적정사육두수 주기적 분석…자율수급 조절 유도 ▲이병오 교수(강원대학교)=어려운 시기일수록 기본에 충실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농가입장에서는 내 농장의 경영 상태를 면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성장일변도의 한우산업에서 소소한 부분에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것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결국 생산성을 높여야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경영취약점을 찾아야 하고, 개량이나 사양관리에 소홀한 부분이 없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울러 농가의 횡적 네트워크를 강화해 사료공동구매나 공동출하로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도 좋다. 특히, 최근 FMD 상황에서 경험했듯이 질병관리는 절대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부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책적인 부분은 정책당국과 협회, 농협 등 생산자단체간의 협의를 통해 만들어 나가면 된다. 분명한 것은 정책은 한계가 있고, 가격폭락으로 인한 피해는 농가가 직접 입게 된다는 사실이다. ▲정규성 소장(축산물유통연구소)=우리 상황이 어떤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과연 지금 말하고 있는 250만두가 적정사육두수인지부터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두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사육두수를 줄여나가는 것이 목표가 되겠지만 주먹구구식의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농촌현실을 감안해 한우산업의 위험요인을 정확히 알리고 무분별하게 입식하려는 농가들을 자제시켜야 한다. 단기적으로 5~10년의 한우산업이 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이에 맞춰 각 기관 및 단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농가들도 이를 참고해 농장경영계획을 수립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급한 것은 암소도태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할 것이냐 라고 본다. 한계가 있는 직접 지원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향후 가격변동에 대한 정확한 예측치를 만들어 이를 농가에게 알린다면 좀 더 원활하게 사육두수가 조절될 것이다. ▲유인종 조합장(청주축협)=우선 당장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우산업의 모든 종사자들이 힘을 모아 소 값 안정과 한우고기 소비 활성화를 이뤄내야 한다. 우리 조합은 조합원 모두의 성원으로 적어도 추석 전까지는 한우고기 파격 할인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조합원들의 후원금이 지금 3천만원까지 모였다. 이달 말이면 5천만원을 넘어설 것이다. 여기다 조합 재원을 합쳐 한우 암소를 소비자에게 파격적으로 할인 판매해 사육기반과 소비기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전국에서 이런 노력들이 모아지면 한우산업을 하루빨리 안정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한우산업 주체 모두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소 값 가격파동 사이클이 반복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과 역할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측 가능한 한우산업을 만들어 소비자와 생산자를 동시에 보호해야 한다. ▲권영웅 부장(농협중앙회 축산지원부)=한우산업 주체들이 스스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한우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생산이나 유통, 품질에 대한 투자도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우선 정부는 자급율 등 한우산업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농가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정부가 해주길 기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농가 스스로 우량소를 만드는 준비를 하고 치밀한 관리를 통해 1원이라도 생산비를 절감해 소비자에게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한우고기를 공급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육두수 과잉에 대해서도 일정부분 농가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농협은 적정사육두수를 주기적으로 예측하고 그 흐름에 대해 미리 예고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역할을 중심적으로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우협회는 자조금 등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사고를 하기보다 협동조합을 비롯한 한우산업의 주체 모두와 힘을 모아 산업발전에 무게중심을 두는 활동을 활성화시켰으면 한다. ▲변경현 지회장(한우협회 강원도지회)=해결방법은 나와 있다. 사육두수를 줄이는 것이다. 어떻게 줄이느냐가 고민이다. 결국 개별 농가가 움직여줘야 한다. 현장에서 암소도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단순하게 자율에 맡겨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동안 수차례 한우가격변동곡선(일명 비프 사이클)을 겪으면서 일종의 학습효과로 상당수 농가들은 폭락을 참고 견디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농가들에게 암소출하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는가.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 다르고, 농가들에게 지금 소를 입식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부담이 큰 것인지를 정확히 알려줘야 할 것이다. 입식을 준비하고 있는 농가 중 상당수가 불투명한 전망에도 크게 한몫을 잡아보겠다는 생각으로 덤비고 있다. 이들의 입식을 자제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이은주 부장(천하제일사료)=전체적으로 경락가격이 하락하면서 농가들이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가격하락으로 인한 홍수출하가 없이 대다수 농가들이 계획적으로 사육월령을 채워 출하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한편으로 다행스럽다. 어려운 상황에서 농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효율적인 생산을 하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높은 도체품질의 한우고기는 여전히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경쟁력을 갖춘 농가가 되기 위해서는 가치가 높은 한우고기를 생산할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시세가 높을 때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가 어렵지 않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만만치 않다. 입식에서부터 출하까지 체계적인 개체별 관리가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춰 고품질의 고기를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우출하를 위해 투입되는 생산비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해 한단계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노력이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