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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동행취재 - 방역본부 농장정보현행화 사업 현장

“닭 1마리라도 있으면…산 넘고, 물 건넌다”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5월16일 이른 아침. “갈길이 험하다”며 서두르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이하 방역본부) 강원도본부 중부사무소의 이인수 방역사를 따라 나섰다. 국도를 벗어나 차량 1대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비포장 산비탈길로 접어든지 30여분. 먼 발치에 바라보면 사람 다닐 길조차 없을 것만 같은 이름모를 산 하나를 넘어 아주 작은 포구에 도달했다.
도대체 축사가 어디있는 지 물을 찰나 이인수 방역사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며 낡고, 조그만 배한척(포구와 육지를 잇는 쇠동아줄이 노의 역할을 한다)의 닻줄을 올린다. 사공은 이인수 방역사다. 
이렇듯  ‘산 넘어 물 건너’ 도착한 곳은 강원도 영월읍 문산리 가정마을의 한우농가.
“어르신, 지금 한우 몇 마리 가지고 계세요, 아! 얼마전 브루셀라 검사증을 받았으니 한 마리는 팔으셨겠네, 사료는 무얼쓰시나요, 도축장은 안가시죠. 우사 소독은요?” 이인수 방역사의 질문이 이어질 동안 동행한 탁용호 방역사는 주변을 유심히 둘러보며 연신 스마트패드의 사진 버튼을 눌러댄다. 이날 이인수 방역사가 한우 3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강희득씨를 찾은 이유는 브루셀라 검사용 시료채취가 이뤄졌던 평소와는 다르다. 방역본부가 야심차게 전개하고 있는 ‘농장정보 현행화사업’ 을 위한 자료수집이 그 목적이다.

 

 

‘1두1수 이상’ 현장 정보 실시간 입력…신뢰도 90%
방역정책 효율성 극대화 기대…방역본부 ‘진가’ 발휘
법적근거 미비 걸림돌…열악한 근무환경 개선도 절실

 

 

◆클릭 한번, 모든 정보 한눈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거, 방역정책 수립 및 초동작업을 뒷받침할 농장정보현행화 전담기관으로 지난해 12월23일 방역본부를 지정했다.
방역본부는 인력 86명과 차량 70대를 추가로 배치하는 한편 ICT 기반 구축 연구용역을 토대로 스마트앱 개발도 완료, 스마트 장비 312대와 함께 일선 방역사에 공급하고 올초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했다.
현재 농장정보현행화 사업에 등록된 축산농가는 휴폐업중인 6만3천호를 포함해 전국의 25만3천여호(’15. 12. 31기준). 이중 소, 돼지 등 우제류 6종과 닭, 오리 등 가금류 8종 농가에 대해 분기별로 1회 이상 방문을 통해 수집된 축주명과 위치정보, 주소, 축종, 사육두수 등의 상세 정보가 방역본부 FAHMS에 입력 관리되고, 매일 검역본부(KAHIS)에 제공된다.
이에 따라 클릭 한번이면 사진과 함께 해당농가의 주요 방역시설 및 주변 현황에 대한 상황을 한눈에 파악, 보다 효율적인 방역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현실과 상이한 정보로 인해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였던 기존의 방역체계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는 셈이다.


 ◆방역본부만 가능한 사업
이러한 취지와 특성을 감안할 때 방역본부는 농장정보 현행화사업에 최적화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2처6부 3검역사무소의 진용을 구축한 본부에서 8도본부와 42사무소를 지휘통제하는 중앙관리적 수직구조는 업무효율의 극대화를 가능케 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전국 각지에 포진한 현장직원들이 방역본부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일반직(본부 23명, 도본부 24명)과 전화예찰요원을 제외하고도 691명이 각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 가운데 291명의 방역사는 매일 양축현장을 찾아 농가와 접촉하고 있는 만큼 어느 기관이나 조직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현장 정보 수집이 가능하다는 게 방역본부의 설명이다.
이는 동행취재 과정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강건너, 000씨 알지?, 소사육 관뒀어. 우사가 그대로 비워져 있을거야. 가면서 확인해 봐”
잠깐의 대화시간이었지만 강희득씨 부부는 인근의 축산정보를 쏟아냈다.
 “어떤 목적이라도 우제류 1두, 가금류 1수를 사육하고 있는 곳이라면 모두 조사 대상이다. 조만간 신뢰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는 임경종 본부장의 자신감도 여기서 비롯됐다. 
그러다보니 이날 탁용호, 이인수 방역사가 방문한 3곳의 가금류 사육현장 모두 간이 케이지에 10~50수 정도의 토종닭이 전부인, 축산이라는 표현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가끔 민박을 원하는 관광객들을 보고 키우는 토종닭 10마리가 전부야. 말해 줄 것 도 없지뭐. 그나마 사료값도 안나와 접을 판이니 다음엔 오지 않아도 될거야”
한 사육주는 방역사의 물음에 흔쾌히 응하면서도, 자신까지 정보 수집대상에 포함된 사실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든이나 소규모 가금류 농장이 AI의 주요 전파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농장정보현행화 사업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도 없는 게 현실. 그만큼 방역당국이 원하는 수준의 정보수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신성장동력 기대
농장정보현행화 사업은 신성장동력 창출을 시도하고 있는 방역본부 자체로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조직의 체질개선과 함께 ‘공공기관 다운 공공기관’ 으로 자리매김을 선언한 이후 첫 수임사업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갈수록  강조되고 있는 통계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향후 방역본부의 가장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애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적근거가 미비하다보니 조사대상이 거부할 경우 원활한 정보 수집을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 권역내 사육현황에 대한 유관기관 자료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다 그나마도 제공을 기피하는 추세도 문제다. 때에 따라서는 ‘제로’ 상태에서 관련 자료수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방역본부는 이에 따라 스마트앱을 이용한 관리시스템 고도화와 함께 실시간 입력을 강화하는 한편 농가정보 공유를 위한 기관간 협업 및 정보수집의 법적 근거마련을 도모하고 있다.


◆현장직원도 긍정평가
그러나 가장 큰 걸림돌은 현장직원의 근무환경이 일부 방송프로그램에 ‘극한 직업’으로 소개될 정도로 열악한 반면 이들에 대한 급여나 복지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여느 공공기관의 70% 수준에 불과한 상황에서 업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L’형의 방역본부 공무직 조직구조는 체계적인 관리가 힘들 뿐 만 아니라 진급의 희망조차 포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역본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 ‘피라미드형’ 조직체계로 전환과 예산확보에 노력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은게 현실이다.
이는 곧 축산업허가제 사후관리와 동물복지 축산농가 인증제. 방역관리 우수농장 및 사후관리 등 방역본부가 신성장동력 창출에 진력하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방역본부가 거듭나기 위한 계기가 마련됐다는 기대감이 현장직원들 사이에 적지 않다. 일단 열심히 해보자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다”
빽빽한 일정과 늘어난 업무속에서도 혹시나 있을지 모를 가금류의 거래 현황 파악과 분변채취를 위해 주천장터로 향하는 이들 방역사의 발걸음이 예전보다 가벼워 보이는 이유다. 

 

 

>>현장에서 - 탁용호·이인수 방역사

 

‘단순업무’ 시선 가장 힘들다

업무 가중 부담 불구…전환점 계기 기대도

 

“방역사들 사이에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습니다. 거동할 정도만 되면 아파도 쉬지 않는다는 것이죠. 할당된 업무를 동료가 떠안고 힘들어 하는 모습이 더 참기 힘들거든요”
하루종일 운전대를 잡아야하고. 수시로 방역복을 갈아입다 보니 허리통증은 기본. 시료채취 과정에서 가축으로부터 받는 타박상과 엘보 이상 등으로 몸 성할 날이 별로 없다는 탁용호<왼쪽>, 이인수 방역사.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사실과 달리 자신들의 직업을 ‘단순업무’로 치부하는 외부의 시선이다. 때문에 두 방역사는 농장정보현행화 등 본부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동력 사업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정확한 정보수집, 이를 토대로 한 현장자료 정리와 입력 업무가 생명이죠. 축산전반에 대한 지식과 경험, 행정능력이 수반돼야 하는 만큼 평가도 달라지리라 봅니다”
물론 지금보다 더 업무가 늘어나면서 자칫 수집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질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광범위한 사업대상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기초자료 수집이 탄탄히 이뤄질 경우 향후 업무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가지 정보라도 더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어렵게 수집한 정보가 제대로 활용될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대한 바람도 감추지 않았다.
“7년된 방역사나, 15년된 방역사나 직급은 똑같이 7급인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곧 좋아질 것이라고 하니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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