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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2024 신년특집> 매력있는 한국축산을 위한 제언

축산, 부정적 프레임 깨고 ‘가려진 매력’ 발산해야

  • 등록 2024.01.04 10:54:48

김민경 교수(건국대학교 식품유통공학과)

 

 

 

 

축산업, 농식품 시스템의 핵심…국민 체력증진·건강 기여
전후방산업과 함께 고용 창출·경제발전 이바지 순기능 커
냄새·질병 없는 친환경, 고효율 산업으로 지속가능성 확보

 

‘매력 있는 한국축산을 위한 제언’으로 원고요청을 받았을 때 한동안 글이 써지질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우리 축산은 매력적인 산업인데 뭘 어떻게 더 매력적으로 만들라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축산이라는 산업이 없었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고기를 먹기 위해서는 수입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우의 고급스러운 육즙도, 노릇하게 익어가는 삼겹살의 고소함도, 야들야들한 돼지갈비의 달콤함도 느낄 수도 없을 것이다. 또 세계적으로 유명한 ‘치맥 문화’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풀 비린내 나는 소고기와 도축한지 오래된 돼지고기, 정체를 알 수 없는 굵은 다리를 가진 닭고기를 먹고 있는 우리를 한 번 상상해 보자. 이제 알 것이다. 우리의 축산이 우리 삶에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이래도 우리 축산이 매력이 없는 걸까? 아니다 매력 덩어리다.

 

▲축산물, 국민 밥상·회식 자리의 백미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국제운동경기를 할 때 우리나라 선수들은 ‘악으로 깡으로’ 경기에 임할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우리 선수들은 세계 어떤 나라와 비교하여도 체격과 체력에서 뒤지지 않는다. 소위 고기를 못 먹어서 운동해도 효과가 없는 그런 상황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우리 축산이 굳건하게 그 자리를 지키면서 가축의 단백질과 지방을 우리 국민에게 아낌없이 공급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학원생들과 종종 점심을 같이 한다. 그러다 가끔 고기 먹는 저녁 회식이 있는 날은 아이들의 얼굴에 정말 ‘희망(?)’이 차 올라있다. 아주 소식을 하는 지우도 한우 먹는 날, 삼겹살 먹는 날만큼은 최선을 다해 먹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많은 얘기와 정이 오고 간다. 그게 우리의 문화다. 화로를 가운데 두고 고기를 구워 가며 냄새에 빠지고 맛에 취해가며 평소에 얘기하지 못했던 자신들의 어려움, 진로, 연애, 그리고 꿈을 서로 나눈다.
그렇다! 우리의 축산 산업은 그냥 비즈니스가 아닌 우리 국민에게 건강과 삶의 즐거움, 그리고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까지 선사한 보석과 같은 존재이다. 축산업이 있기에 우리 국민의 체격과 체력이 향상되었으며 함께 음식을 나누는 정(情)이라는 문화가 더욱 뿌리 깊어졌다. 좀 더 거시적으로는 축산업은 전후방산업과 함께 고용창출과 국민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는 산업으로 우리나라의 농업·식품 시스템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축산업은 탄소배출과 분뇨·악취 등으로 인하여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인하여 저탄소 사료 급여, 분뇨처리시설 설치, 악취저감시설 설치, 오염수 정화 등 농가차원에서 적용하고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도전에 더하여 구제역, 조류 독감의 빈번한 출현, 대체식품 출현 등 축산 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 축산은 건강, 생활의 즐거움, 식문화 등 인간의 삶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윤활유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축산업이 우리나라의 농식품 시스템의 핵심인 것을 부인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이 우리 축산식품의 안전성을 완전히 믿고 품질에 대해 만족해 할 때 우리 축산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축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미지 쇄신 자구 노력…존재가치 높여야
백곰이 콜라를 마시는 광고를 통하여 코카콜라에 대한 이미지 반전을 이루어 내었듯이 축산업도 이미지 변화가 필요하다. 그 이미지는 축산업 관계자들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최근 재벌총수들이 SNS를 통하여 MZ 세대들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이미지가 바뀌고 있다. 재벌총수들은 우리와는 동떨어진 딴 세상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직접 소통을 하면서 기존의 딱딱하고 세상 비리는 다 가지고 있는 듯한 재벌의 이미지에서 유쾌하고 친근한 아웃집 아저씨의 이미지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축산의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그걸 하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비쳐지는 축산업의 이미지를 알아야 한다. 과거 80년대만 해도 두엄 냄새는 고향의 냄새였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지금 두엄 냄새는 악취로 바뀌었다. 이게 세상이 보는 축산업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미지 쇄신을 해야 할까?
최근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서 2021년 발표한 자료를 보면 축산업 환경문제에 대해 일반 국민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응답이 전체 천명 중 62.4%(매우 부정적 7.7%, 부정적 54.7%)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의하면 “많은 국민들이 축산업이 국민경제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축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같은 연구에서 국민 중 87.1%가 축산악취를 경험하였고 대부분은 여행 중에 경험하였으며 축산악취불쾌감은 10점 중 약 7.7점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축산업 환경관련 부정적인 이미지 발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2017년 제주 축산분뇨 불법 투기로 지하수 오염을 일으킨 사건이나 최근 제주시 한 임야에 가축분뇨 무단 배출과 같이 몇 안 되는 비양심적인 축산농가와 악취로 인한 이미지 추락이다. 환경부 악취 민원통계에 의하면 축산악취 민원이 2015년 4천323건에서 2021년 1만3천616건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지난 여름에는 충남보령에서 농장주가 자살할 정도로 악취민원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실은 바로 이러한 내용에서 우리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축산업을 악취를 일으키는 산업이 아니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악취문제를 포함한 축산업 환경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길게 보고 차근차근 해결해 가면 되는 것이다. 악취문제는 한가지 예로 초기 투자 비용이 들더라도 내구성이 강한 밀폐형 시설을 기본으로하여 악취를 제어하면서 고품질의 퇴비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축산농가들이나 축산업 참여자들은 환경문제에 대해 깊이 동감하고 있으며 정부의 탄소중립과 환경규제정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농장에서의 분뇨처리시설 관리부터 축분 플라스틱이나 축분 고체연료·바이오차 등 축분 소재산업에 적극적이다. 아직까지는 일반 국민이 체감할만한 축분 소재 연료의 대량생산이나 상업화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머지않은 시기에 일반 국민도 체감하게 될 만큼 축산업이 오히려 환경친화적인 산업이라는 것을 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축산업이 친환경적으로 변화해 가고 있다는 것을 축산 산업 주체들이 나서서 국민에게 홍보하고 환경 문제 해결에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
축산 분뇨 처리 기술의 개발 등은 축산업이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다. 관련 과학기술의 축산업 활용을 정부에서 나서서 독려하여야 한다. 정부의 축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축산업의 현장에서의 애로점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소통의 노력을 하여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단지 가이드라인의 제시에 그친다면 현장에서 정부의 정책에 동감하고 따르려 해도 실제 실행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일례로 양돈 농장 악취저감시설 설치 의무화 시행을 하면서 이미 장비를 갖춘 농가도 매우 많다. 그러나 명확한 설치기준이 없고 전문 컨설턴트가 부족하여 어느 수준까지 설치를 해야 하는지 또는 개선을 해야 하는지 현장에서는 큰 혼선을 겪었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운 점을 전문가와 상의하고 꾸준히 정부에 건의하여 함께 환경문제를 극복하여야 한다.
동물성 단백질은 우리 건강에 중요한 영양소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적극 홍보하여야 한다. 건강한 식습관은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을 함께 섭취하여 조화로운 식단을 구성할 때 달성할 수 있다. 고기, 달걀, 유제품과 같은 동물성 식품은 미네랄, 필수 지방산, 필수 아미노산과 같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양소를 제공하여 성장, 조직 수리, 효소 및 호르몬 생성을 포함한 다양한 신체 기능을 돕고 있다. 특히, 동물성 식품은 식물성 원천과 대조적으로 인체가 쉽게 흡수하고 활용할 수 있는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이렇게 동물성 식품은 우리 인간에게 중요한 영양소를 공급하지만, 가축전염병이 끊임없이 나타나면서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풀루엔자(HPAI), 구제역(FMD),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이제는 기후 변화로 이름도 생소한 럼피스킨병까지 지난 10월에 국내 처음으로 발생하였다. 이러한 병들이 인간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하지만 지속적인 동물질병 발생이 축산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도움이 되진 않는다. 전염병의 조기 진단 및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국가가 해야 할 몫이며 축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방역 시책에 동참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

 

▲첨단기술 융합 ‘스마트 축산’이 해법
축산업은 농식품 시스템의 중요 구성 요소로서 국민의 건강과 행복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축산 생산 시스템의 효율성을 더욱 끌여올려야 한다. 여기서 지속 가능한 축산업이란 축산업의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의미한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5% 밖에 안 되더라도 축산 관계자들이 스스로 나서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하며 분뇨처리 개선과 오염수 정화 등 환경 문제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사료 낭비를 줄이고 사료효율을 올려야 하며, 가축전염병 발생을 예방을 통해 살처분 감소와 최적의 사양관리를 통해 폐사율을 줄여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스마트한’ 축산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AI 기술을 활용하여 전염병 발생 확률에 대한 예측 시스템, 질병 조기 진단 시스템, 유통 경로 추적 시스템 등을 한단계 더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아마존이나 쿠팡의 물류 처리 방식을 이러한 축산 생산, 가공, 유통의 경로의 확립에 도입해 보는 것도 우리 축산이 세계속에 자랑스러운 축산으로 거듭날 계기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에 대한 현재의 이미지는 작업복에 장화를 신고 냄새나는 분뇨 속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지만 협동 로봇의 기술을 이용하고 딥러닝을 이용하여 스마트하게 사업을 하는 명품을 걸친 모습이 꿈으로 끝나지 않을 때 그때야말로 우리 축산의 이미지는 완전히 쇄신이 될 것이다.
오래전에 제 부모께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신들 세대는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영웅이고 대접받아야 한다. 6.25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당신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다”라고. 우리 후대들이 훗날 “당신들이 있어 이렇게 맛난 우리의 축산물을 지금도 먹을 수 있다고”라는 얘기를 해준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참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2024년은 갑진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이름만 들어도 웅장함과 용맹이 느껴진다. 청룡이 어두운 구름을 뚫고 하늘로 승천하듯 우리 축산업도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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