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관보실로 가서 회의 내용을 듣고 있는데 차관보께서 이제는 이 과장이 해결 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며, 장관께서는 전라북도 덕유산에서 개최하는 민정당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12시에 출발하시니까 그 이전에 장관에게 마지막으로 간청을 해보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정신없이 사무실로 내려와서 직원회의를 열고 수출의 필요성과 대책을 용지 한 장에 만들어 달라고 했다. 장관에게 보고할 자료가 완료된 시간은 11시 30분. 자료를 들고 국장, 차관보, 차관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이 장관실로 가서 원광식비서관에게 장관께서 12시에 지방에 가신다고 하는데 떠나시기 전에 분유수출대책을 보고 드려야 하니 장관께 보고드릴 시간을 마련해 달라고 했다. 오늘 보고를 드려 허락을 받지 못하면 나는 책임을 져야하는 일이라고 비서관에게 사정을 했다. 그러나 남은 시간은 15분인데 장관께서 출장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지금 보고를 드릴 시간은 없는데 자기가 가방을 챙기러 12시 5분전에 들어 갈 때에 따라 들어와서 보고를 드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급한 마음을 안정을 시키면서 12시가 다 되어서 비서관의 뒤를 따라 들어가니, 장관께서 나늘 보시고는 이 과장 급한 일이 아니면 내일 듣자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그 말끝에 나는 장관님 급한 일입니다. 분유수출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으며 가계약을 하고…라며 말을 하고 있는 순간 장관께 갑자기 큰소리로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라며 가방을 들으려고 하시기에 나는 다시 “장관님 오늘 결론을 내 주셔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가지 않겠습니다”하고 다시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장관께서는 “무슨 이야기야!” 손으로 책상을 내려치시면서 “나가라니까” 하시기에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장관님 이일만은 장관님 말씀과 같이 수출을 중단하면 정말로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발생할 우려가 있으니 반드시 수출을 허락해 주셔야합니다”라며 적은 눈을 부릅뜨고 부동자세로 버티고 서 있었다. 장관실에서 큰 소리가 계속 들리자 어느새 비서가 차관보, 차관에게 연락을 했는지 내 뒤에는 이미 차관보와 차관께서 들어와 “이 과장, 장관님께서 출장을 가셔야 되는데 그만 나가지”라며 말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단호하게 “안 됩니다. 저는 장관님의 허락을 받아야 나갈 것입니다”라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장관께서 잠깐 고민에 빠지시더니 “이 과장, 정 그렇다면 500톤만 수출을 하는 것으로 하지”라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장관님 2000톤을 수출하는 것으로 허락 하셨습니다”라고 말하고는 황급히 밖으로 나오자 장관께서 “이 과장, 나 좀 봐” 하시기에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로 내려 왔다. 그 당시에 사활(死活)을 걸고 분유수출을 추진한 것은 소 값 파동으로 축산산업계가 워낙에 큰 충격을 받아 위기감에 쌓여 있었으며, 우유마저 분유재고가 쌓여 심각하니 축산분야에 돌파구(突破口)를 찾아 분위기를 해소 하고, 축산산업이 활기를 찾는데 보탬이 될까해 결손을 보전하면서까지 추진하게 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국산분유의 정상 재고는 그 당시에 유가공업체에 6000물량 수준으로 보고 있었는데 분유가 남아 재고가 늘어난다는 소문이 나면 분유를 사용하는 빵 제조업체 등에서는 항상 보관하고 있던 15일~1개월 분량의 재고를 없애고, 매일 매일 필요한 량을 유가공업체에 정상가격보다 싼 가격으로 공급받기를 선호하니 유가공업체의 재고는 순식간에 정상재고의 2배로 늘어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가공업체는 원유 수집을 거부하거고 농가에게 우유 생산량을 줄이도록 함으로서 산업계는 일대 혼란이 일어나게 돼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