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분유수출, 정 그렇다면 500톤만 하지(Ⅲ) 나는 장관실에서 사무실로 돌아와서 다시 직원회의를 하면서 장관실에서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아직도 정확하게 허락을 받은 것이 아니고, 내일 장관에게 다시 분유수출계획을 결심(決心) 받아야하니 보고 자료를 작성하도록 지시 했다. 그 때에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분유수출을 해도 분유체화상태가 더 악화된다면, 또는 분유를 수출하고 나서 우유가 부족해 난리가 난다면 어찌 할 것인가? 이러나저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상태로서 내일 디시 장관의 결심을 받기로 하고 불안한 하루를 보냈다. 결과적으로 마음이 초심과 달리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날 다시 준비한 분유수출대책을 국장, 차관보, 차관의 사인을 받은 뒤 다음 날 오전에 장관실에 결재(決裁)를 받고자 들어 같다. 우선 먼저 장관께 “어제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리니 장관께서 꼭 반드시 분유를 2000톤을 수출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말씀을 하시면서 무슨 서류냐고 물으시기에 전지분유 2000톤을 수출하는 계획서를 재작성한 서류라고 말씀을 드리고 요약해 보고를 드리니 장관께선 잘하라는 말씀과 동시에 결재를 해 주셨다. 당초 계산에는 59억원의 적자가 예상됐으나 57억원의 적자를 발생시키면서 수출을 하게 됐고 낙농산업계의 어려움도 조금이나마 사정이 호전됐다. 그 후에 장관께서 농림부를 떠나실 때까지 내가 결재를 받으러 갈 때마다 가끔 이 과장 분유수출적자를 언제 해결할 것이냐고 농담을 하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분유수출이 완료되고 얼마가 지난 후에 차관께서 호출을 해 찾아뵈었더니 갑자기 무슨 일을 그 따위로 했느냐고 역정을 내면서 왜, 탈지분유를 수출하지 아니하고 전지분유를 수출했느냐고 사유를 설명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멍하니 서 있는데 무엇하고 서있느냐면서 다시 설명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계시장에서는 분유하면 전지분유(全脂粉乳)가 대표상품이고 탈지분유(脫脂粉乳)는 우유에서 지방분인 버터를 생산하고 남은 부산물의 일종으로 전지분유가 값이 고가일 뿐만 아니라 탈지분유를 수출했으면 버터의 재고(在庫)가 증가해 수출의 효과를 볼 수가 없어서 전지분유를 수출하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설명을 드리니 쓸데없는 변명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사표를 내라는 것이었다. 사표가 누구의 의도로 표면화되었는지는 모르지만 1984년에는 12월부터 2월까지 약 3개월간 장관으로부터 사표 종용(慫慂)받아 왔으나 잘 잘못이 가려짐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에 모시던 차관으로부터 또 다시 공직을 떠나라는 독촉을 받게 됐다. 그것도 정당한 일을 했는데 누가 차관에게 잘못되게 설명을 했는지 짐작은 되는데 물증이 없어 이름을 거론하기는 어렵지만 그 당시에 탈지분유를 많이 재고로 가지고 있는 회사의 책임자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전해 듣고 역정을 내시는 것이 뻔해 나는 일체의 대꾸도 하지 않았다. 참 억울하기도 하고 참담했으나 어찌하겠는가? 또 다시 자신을 믿고 버티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을 해 약 1개월간을 사표를 내라는 독촉을 받을 때 마다 일체의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역정을 듣고 나오기를 몇 번인가 반복하기에 이르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