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감소해온 도축두수와 운영비에 못 미치는 수수료, 영업이득을 내지 못하고 있음에도 HACCP인증을 위한 무리한 설비도입 등 안팎으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국내도축장들은 몸살을 앓아왔다. 도축산업이 건실해야 축산업도 클 수 있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할 때 도축산업이 처한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처방전은 바로 구조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다. 하지만 막대한 지원자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수월치만은 않다. 이번에는 도축장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도축산업을 살리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축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모색해보기로 한다. ............................................................................................................... 3? 선택인가 필수인가 -도축장 경영난의 해법, 구조조정 ◆살아남으려면 줄여라 이른바 ‘바닥치기’ 기법이 통용됐던 80년대(타격 후 개체에 연결된 도르래를 잡아당기면 바닥에 끌린 채로 탕박과정을 거치고, 또다시 바닥에 끌린 채로 콘크리트 바닥에 파인 홈에서 도체분할 등이 이뤄졌다)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을 지금의 전살기법, 그리고 이제는 CO2가스기절법 도입 등 선진기술이 검토되고 있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도축장 시설현대화와 기술적 진보는 눈에 띄게 이뤄져왔다. 2002년 HACCP 의무적용을 계기로 과거의 혐오시설에서 벗어나 현대적 장비로 무장하고, 신뢰할만한 식품생산기지로의 탈바꿈을 위해 일선 도축장들이 쏟고 있는 비용과 노력은 사실상 도축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전체 축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 문제는 과연 얼마나 많은 도축장들이 언제까지 현재의 영업손실은 덮어둔 채 미래의 보상만을 염두에 두고 이러한 비용과 노력을 쏟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위생성과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 도축장들이 끊임없이 비용을 투자하고 전문적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하려면 영업활동을 통해 필요한 만큼의 이득이 창출돼야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지나치게 많은 숫자의 도축장들이 난립한 상황에서는 과도한 경쟁을 통한 출혈만이 있을 뿐이기에 도축산업 구조조정은 관련업계가 공생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숙제로 나서고 있다. ◆구조조정 자금마련 방도 ‘실사구시’ 도축장 구조조정을 통한 개수 줄이기가 해묵은 논쟁으로만 번져온 이유는 통폐합 보조금 및 폐업보상금 등을 필요로 하는 ‘돈 문제’로 귀결된다. 도축업계가 주장하는 70%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축산업 발전을 위해 예산할애를 해야 한다는 이들 업계의 주장에 정부는 “영리업체인 도축장을 농업분야로 포괄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농축산관련 지원자금을 투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축산발전기금이 해마다 축소돼 온데다가 119조원(농업농촌중장지투융자계획)의 허구성이 알려진 상황에서 기존예산의 할애는 사실상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확실시되면서 보다 현실적 접근을 모색하던 도축업계는 최근 들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법적근거라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축산물위생처리협회 김명규 회장은 “지금과 같이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거출을 자율에만 맡기면 이뤄지기 힘들다. 자조금과 같이 의무적으로 거출할 수 있는 관련제도가 마련돼 실질적인 거출이 이뤄지고, 도축장 통폐합 지원 및 폐업보상 등을 비롯해 관련산업 발전을 위해 짜임새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노후화된 장비 교체 시 또는 통폐합 또는 폐업 도축장에서 남겨지는 기존 도축기자재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도축장과 그 안팎의 많은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수많은 논의 속에서 좌절돼 온 도축장 경영난 타개를 위한 구조조정이 관습과 이론보다는 실리를 따져 현실적 대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그러기 위해 관계된 논의를 원점으로 맞춰 전면재논의 하되 무엇보다 주체인 도축장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핵심동력이 되고, 범축산업계 차원의 세심한 협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 도영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