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축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과연 무엇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물론 현장 축산인도 이제 '친환경 축산'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친환경 축산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음을 상기하면, 우리 축산 환경 변화가 새삼스럽다. 그동안 우리 축산의 변화를 대별해 보면, 우선 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고 95년 WTO체제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부업, 전업, 기업으로 나뉜 규모간의 갈등이었다. 그러다 개방이 본격화되자 그런 규모간의 갈등은 의미가 없어지고, 어떻게 하면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생산성 향상과 고품질화를 통한 차별화가 관건이었다. 적어도 2000년대 들어서서 구제역이 발생되기전까지는 생산성과 품질이 경쟁력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으로 소비 기반이 크게 흔들리면서 질병 방역이 축산의 최우선 관심사항이었으며 최근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돼지 PMWS로 인한 피해는 그것을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도 질병 문제가 계속 우선 과제로 남을 것인가.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부터라도 축산물의 안전성이 우선 순위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으로부터 꼭 1년전 미국발 광우병 파동을 보더라도 이제 축산물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 어떤 축산물도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더욱이 그동안 축산물 시장이 공급자인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뀐 상황을 감안할 때 축산물의 안전성 확보는 우리 축산의 경쟁력을 담보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임이 뻔하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이나 현장 축산인들이 우리 축산의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친환경 축산'을 지적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며 올바른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정부도 앞으로 축산 정책 방향을 친환경 축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은 올바른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부가 항생제와 중금속 및 농약 잔류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가축의 적정 사육밀도 유지를 강조하고 있음은 친환경 축산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항생제 등의 규제 강화 없이 안전 축산물 생산을 보장할 수 없고, 또 항생제의 힘을 빌어 과밀사육해 왔던 것을 감안할 때 가축의 적정사육 밀도 유지야말로 항생제 규제에 따른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축의 적정 사육밀도만 강조하고, 축산 농가들이 적정 사육밀도를 유지하면서 축산을 영위할 수 있는 입지 문제에 대해서 물꼬를 터주지 못하면 좋은 정책 방향이 빛을 발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현재 농업진흥지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농지에도 과감하게 축사를 건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축산입지 확보가 용이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친환경 축산은 축산물의 위생이나 안전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축산을 통해 가축을 건강하게 키움으로써 경제수명을 연장시키는 등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는 점이 강조된다. 그래서 친환경 축산은 우리 축산의 미래를 담보할 키워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축산현장에서, 축산 관련 산업 현장에서, 또는 축산물 유통 현장에서 친환경 축산 시대에 각자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