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범교수 대구대학교 흑염소 산업의 전망 을유년 새해가 밝아 왔지만 흑염소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표정은 밝지가 못하다. IMF때보다 더 심각하다는 경제상황은 흑염소 산업의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최근에 호주에서 수입된 보아종이 흑염소와 무작위로 교배되어 흑염소의 잡종화가 만연되고 있는 것도 흑염소 사육농가의 불안요소이고, 수입 염소고기가 흑염소 고기로 둔갑되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는 것도 흑염소 사육농가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흑염소 고기는 전통적으로 건강보양식품으로 인식되어 왔으므로 경제상황이 악화되면 흑염소 고기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각종 매스컴에서 2005년의 경제성장률이 5% 미만일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으므로 흑염소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의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현재 흑염소의 사육두수는 약 48만두, 사육 농가수는 약 4만호로 가구당 평균 사육두수가 12두 정도로 흑염소 사육농가는 아직 영세한 부업형태의 경영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10여년 전에 사육규모가 50두 이상인 사육농가가 100여호에 불과하던 것이 2,000호 이상으로 증가하여 흑염소 산업이 점차적으로 전업규모로 변화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소규모 부업형태로 경영규모가 영세할 때는 주먹구구식 사양관리나 경영관리를 할 수 밖에 없으므로 생산성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연구개발을 할 수 없으나, 전업규모의 사육농가는 스스로 과학적인 사양관리나 합리적인 경영관리를 하여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향상시키려고 전심전력을 다할 것이다. 흑염소는 전형적인 초식가축으로 산지를 활용하고, 휴경농지를 재활용하고, 농산부산물을 사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므로 흑염소 산업은 수입 사료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축산업 중에서 유일하게 사료 자급형 축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흑염소 고기는 지방 함량이 적고, 단백질 함량이 많으며 필수아미노산의 조성이 우수하므로 매년 약 30만톤을 수입하는 쇠고기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육류이므로 흑염소 산업은 육류 자급형 축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흑염소는 오·폐수가 적고, 산간 오지에서도 누구나 사육할 수 있으므로 흑염소 산업은 국토의 균형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고, 친환경 축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흑염소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당면하고 있는 현실적 장애요인인 부업규묘의 사육형태, 문전거래에 의존하는 유통구조, 비위생적인 도축시설, 흑염소 엑기스 등 가공품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 전 근대적인 판매망 등을 생산농가와 협회, 협동조합, 학계 등이 공동으로 대책을 세우고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때, 흑염소 산업은 국제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게 될 것이다. 새해에는 전업규모의 사육농가가 증가하고 지금까지 활동이 미미해서 그 존재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염소축산업협회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고, 대전·충남염소농협이 전국규모로 확대하여 한국염소농협으로 탈바꿈 하려고 조합장이 동분서주하고 있고, 경북염소농업인회가 결성되고, 산· 학· 연이 일체가 되어 한국염소연구회와 한국유산양연구회를 발족시키는 등 염소 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므로 새해에는 흑염소 산업을 재인식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이같은 흑염소의 가치와 위치에 대한 재인식의 바탕위에서 새해에는 흑염소 산업이 바로 서기 위한 제도나 통합시스템의 구축으로 흑염소 산업의 기반을 일정수준 이상 확고히 다지는 재도약의 해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