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2024년 학교우유급식률이 30.9%까지 감소하면서 학생건강과 낙농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학교우유급식 개편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25일 국회박물관 대강당에서 국회 교육위원회 백승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송옥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화성갑)이 ‘학생건강과 시대변화에 맞는 학교우유 지원체계 개선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 교육계, 낙농업계, 유업계 등 관련 주체들이 지속가능한 학교우유급식으로 나아가기 위해 머리를 맞댄 가운데, 각 이해주체간 학교우유급식을 바라보는 관점이 엇갈리며 다른 방향의 해법이 제시됐다.
급식률 감소로 제도 존립 위기…현장 불만·구조적 한계 드러나
지자체 이관·우유바우처·급식통합 등 개편안 두고 입장차 첨예
학생 건강권 함께 낙농산업 발전 병행할 제도개선 필요성 대두
▲40년간 이어온 제도, 학교 외면 속 급식률 급감
지난 40여년간 성장기 학생의 건강증진과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추진되어 온 학교우유급식은 시대흐름과 맞지 않는 정책으로 영양사, 학생 등 학교 현장으로부터 기피되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 이전 50% 이상이었던 급식률은 2024년 30.9%로 감소했고, 유상우유급식만 따져봤을 땐 12.9%에 그치고 있다.
대한영양사협회 전국영양교사회 신현미 회장은 ‘학생건강과 지속가능한 학교우유 지원을 위한 방안’을 주제로 나선 발제에서 ▲무상우유 지원 대상자 신분 노출 ▲학생건강권 반영 미흡 ▲계약 및 집행이원화 ▲개인정보 노출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신 회장은 “소규모 학교의 경우 무상우유 지원 수량이 적어 업체 선정 및 계약에 어려움이 있으며, 교실 내에서도 보관 위생 및 환경 문제로 담당교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 2022년 우유바우처 사업 도입으로 행정효율 개선, 수혜자 낙인효과 완화, 유제품 선택권 확대, 복지 공백 최소화와 우유소비기반 확대 효과를 보였으나, 2025년 예산 삭감으로 사업이 전면중단되면서 학교현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개선방안으로 ▲법적보호대상자 무상우유 지원 지자체로 일원화 ▲학생 기호도 및 선택권 반영 ▲전과정 전산 시스템 구축을 통한 인권 보호 ▲영양·식생활 교육 등 학기 중 유상우유 운영 개선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교육보다는 복지 목적이 강한 학교 무상우유급식은 농식품부에서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므로 지자체로 이관하고, 가정배달 형태나 우유바우처 등으로 우유를 지원해 무상우유급식 대상자의 기호도와 선택권이 반영되어야 한다”며 “유상우유급식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사항이므로 자율적 운영에 맡기고, 교육을 통해 우유섭취 중요성 인식확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당국별 제도개편방식 두고 시각차
교육당국의 경우 학교급식 안에 우유급식을 포함시켜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는 서울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에 학교우유급식 개편방안을 두고 시각차를 보였다.
경기도교육청 학교급식보건과 김현옥 사무관은 “학교우유급식 수혜자인 학생들이 우유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졌는데,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너무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 학교우유급식으로 학교현장에서 여러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었고, 우유바우처 사업 확대로 이런 문제들이 상당부분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중단된 것이 안타깝다.
무상우유급식 업무를 지차체로 이관해서 우유바우처 사업을 활용하는 체계로 가야한다고 본다”며 “또 낙농산업 발전 측면에서 학교우유급식 개편을 논의해본다면, ‘학교’를 떼고 다른 복지 대상자들도 포함시켜 우유급식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아울러, 무인카페처럼 우유급식도 기술발전의 힘을 빌려 인력을 최소화해서 공급하는 방법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특별시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이진성 과장은 “무상우유 지원대상자를 위한 바우처 사업은 일부 동의하나 지자체로 업무를 이관하더라도 학교의 협조는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서울의 학기 중·초등 특수학교는 현행 우유급식 시스템 유지를 원하고 있다. 다만, 우유급식률이 낮은 중고등학교와 방학 중 초등·특수학교에는 우유바우처 사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장 업부 과중·위생문제도…지자체 이관 필요
학교에서 우유급식업무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복지 성격이 강한 무상우유급식은 지자체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에 맞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초등교장협의회 김동수 부회장은 “학교우유급식이 시작됐던 40년 전과 달리 이제 가정에서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시대다. 더구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으로 학생 개인정보를 학교가 다 파악하는데 제약이 있다. 무상우유급식 재원은 지자체에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무상우유급식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정부에서 올해 예산을 삭감한 우유바우처 사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치초등학교 서아진 교사는 “현장에서 우유급식 지도 시 위생 안전관리 이행의 어려움이 크고 이 때문에 교사와 학생, 부모와의 갈등이 심각하다. 또, 교육청과 지자체, 농식품부, 학교가 얽혀있는 복합한 행정의 비효율성도 교사들의 업무를 가중시킨다. 우유급식의 목적을 시대 변화 속도에 부응해 바꿔야 한다”며 “무상우유급식 대신 점심급식 시 유제품 제공으로 전환해, 다양하고 풍부한 유제품 제공으로 고르고 질좋은 영양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학교급식 통합으로 보편적 복지 이뤄야
낙농업계는 반면, 법적으로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을 통합해 보편적 복지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특별자치도청 농정국 축산과 송창수 팀장은 “우유바우처 사업의 경우 수혜자 신청 방식 변경 등 개선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또, 무상우유급식을 지자체로 이관 시 멸균유 배송이 늘어나면 이는 영양가 높은 신선유를 공급한다는 학교우유급식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학교급식에 우유 및 유제품을 포함시키면 무상급식 대상자 신분 노출, 업무부담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유가공협회 오경환 전무는 “해외국가들이 학교우유급식률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우유가 아동영양정책의 핵심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학교우유급식률을 끌어올려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며 “유업계는 학교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제품을 다양화하고 단가관리와 품질 향상을 통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갈 것이다”라고 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한지태 정책기획상무는 “영양과잉 시대라고 하지만 ‘체격은 크나 체력은 약한 청소년’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 또, 학생들 사이에선 당음료,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이 지속 증가추세이며 연구결과에 따르면 칼슘섭취량이 학교우유급식 유무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 EU, 일본 등이 법제화를 통해 통합급식을 실시해 높은 급식률을 보이는 데에는 학생들의 영양소 섭취에 우유가 가장 적합하다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라며 “완전식품인 우유 음용습관 함양을 위해 학교급식과 학교우유급식을 통합시키고, 행정업무 간소화 방안을 위한 실질적 제도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박일수 사무관은 “지속가능한 학교우유급식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11월까지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관계기관과 제도개선 방안을 협의해 사업시행지침 및 표준매뉴얼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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