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국가 주도 방역서 농가 책임시대로 패러다임 전환
백신·매개곤충 방제·영양관리가 자율방역의 핵심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 현장 실천에 성패 달려
2023년 10월,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럼피스킨은 축산업계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전국적으로 100여 건이 넘게 발생하며 수천 마리가 살처분되는 사태를 겪었다. 당시 현장에서 농가들과 함께 고민하며 느꼈던 무력감과 안타까움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2024년 발생 건수가 크게 줄었고, 2025년에는 전국적인 백신접종의 성과로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는 2026년부터 럼피스킨을 제1종 가축전염병에서 제2종으로 낮추고, 백신 접종을 의무에서 자율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방역의 패러다임이 국가 주도에서 농가 주도로 완전히 바뀌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2025년까지는 국가가 백신을 무료로 공급하고 소규모 농가에는 수의사 접종까지 지원했지만, 2026년부터는 농가가 접종 여부를 결정하고 비용도 직접 부담해야 한다. 물론 질병 발생 위험이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의무 접종이 유지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농가는 이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자율접종으로 전환되면서 일부 농가는 비용 절감을 위해 백신 접종을 망설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농가들을 만나며 느끼는 것은, 럼피스킨은 한 번 발생하면 단순히 백신 비용으로 계산할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감염된 소는 고열과 함께 전신에 혹이 형성되어 체중이 급감한다. 특히 착유우의 경우 유량이 크게 떨어져 경영에 직격탄을 맞는다. 사료 섭취량도 감소하고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임신우는 유산할 수 있고, 수소는 불임이 될 수 있다. 백신 접종 비용을 아끼려다 훨씬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럼피스킨 백신의 항체양성률은 구제역 백신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래서 일부 농가에서는 백신 효과에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사례와 국내 연구 결과, 이 백신은 항체뿐만 아니라 세포성 면역도 유도하여 질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실제로 지난 2년간 발생 건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백신 접종은 여전히 가장 확실한 예방 수단이자, 농장의 생산성을 지키는 기본 투자다.
백신 접종 시 주의할 점은 명확하다. 생후 4개월 이상의 모든 소가 대상이며, 어미소가 백신을 맞았다면 송아지는 6개월 후에 접종한다. 백신은 반드시 냉장 보관하고 절대 얼려서는 안 된다. 목 부위 피부에 피하주사로 놓아야 하며, 근육주사로 들어가면 과민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임신 말기는 유산 위험이 있어 분만 후로 미루는 것이 안전하다. 백신 효과는 접종 후 3주 정도 지나면 나타나므로, 매개곤충이 활동하기 전인 봄철에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
백신 접종만큼 중요한 것이 매개곤충 방제다. 럼피스킨은 침파리, 모기 등 흡혈 곤충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백신을 맞아도 농장 관리가 소홀하면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현장에서 보면 방역에 성공한 농가들은 예외 없이 축사 위생관리가 철저하다. 축사 내외부의 물웅덩이를 없애고 분뇨를 주기적으로 처리하여 매개곤충의 서식지를 제거해야 한다. 축사 벽과 기둥에 살충제를 뿌리고, 끈끈이 트랩을 설치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농장 주변의 퇴비장이나 저수지도 관리 대상이다. 농장을 출입하는 차량에도 살충제를 살포하여 매개곤충이 부착되어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사료를 통한 영양 관리는 백신, 방제와 함께 반드시 챙겨야 할 방역의 3대 축이다. 오랜 현장 경험으로 확신하는 것은, 영양 상태가 좋은 소일수록 질병 저항력이 높다는 점이다. 면역체계는 단백질, 에너지, 비타민, 미네랄이 균형 잡힌 상태에서 최적으로 작동한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에 대응하는 면역 시스템은 충분한 영양 공급 없이는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비타민 A는 피부와 점막의 상피세포 건강을 유지한다. 흡혈 곤충에 물렸을 때 바이러스가 혈액으로 들어오지만, 건강한 상피조직과 점막은 2차 감염을 막고 전신 확산을 억제한다. 비타민 E는 강력한 항산화제로 면역세포의 손상을 막고, 바이러스와 싸우는 림프구의 활성을 높인다. 비타민 C도 백혈구 기능을 활성화하고 항체 생성을 촉진한다.
미네랄 중에서는 아연이 항체 합성과 면역세포 증식에 직접 관여한다. 아연이 부족하면 면역 기관이 위축되고 면역세포 수가 감소한다. 셀레늄은 항산화 효소의 구성 성분으로 세포를 보호하며, 병원체를 잡아먹는 대식세포의 활성을 높인다. 구리도 항체 형성과 백혈구 생성에 필수적이다.
착유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비유기에는 체내 영양소가 우유 생산으로 집중 소모된다. 하루 30kg 이상 착유하는 고능력우는 체내 비타민과 미네랄이 급격히 고갈될 수 있다. 고품질 조사료와 함께 에너지와 단백질이 충분히 공급되는 배합사료를 급여해야 한다. 건유기에는 다음 비유를 준비하며 면역력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시기다. 분만 전후로는 대사 스트레스가 극심하므로 비타민과 미네랄 강화 사료로 보강해야 한다. 송아지는 초유를 통해 모체 항체를 받고, 대용유와 입붙이기 사료로 자체 면역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시기 영양 관리가 평생 면역력의 기초를 만든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사료 급여가 체계적인 농가는 같은 지역에서도 질병 피해가 적다. 영양 관리는 질병 예방의 기본이자, 백신 효과를 높이는 토대다. 영양 관리와 백신 접종, 매개곤충 방제,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완전한 방역이 가능하다.
정부는 2026년에도 고위험 지역과 서해안 항만에 대한 집중 방제를 실시하고 매개곤충 예찰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농가 스스로의 노력이다. 매일 소를 관찰하고 이상 증상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피부에 울퉁불퉁한 혹이 생기거나 고열이 나고 유량이 감소하면 즉시 가축방역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특히 머리, 목, 유방처럼 털이 적은 부위를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조기 발견과 신고는 질병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2026년부터 시작되는 자율접종 체계는 농가에 더 큰 자유를 주지만, 동시에 더 큰 책임도 요구한다. 국가가 일일이 챙겨주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농가 스스로가 방역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각오로 백신 접종과 매개곤충 방제, 영양 관리, 일상적인 관찰을 철저히 해야 한다. 비용을 아끼려다 훨씬 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농가와 호흡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단순히 사료를 공급하는 것을 넘어, 영양 관리 전문가로서 농가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 럼피스킨은 백신과 방제, 그리고 영양 관리만 제대로 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지난 2년간의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2026년 자율방역의 성공은 농가 여러분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 농장을 지켜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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