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 재고 누적이 심상찮다. 이대로 가다간 연말 낙농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우유 성수기인데도 불구하고 우유 소비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데다 원유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같이 우유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도 유제품 수입은 올들어 지난 3월까지 5.3% 늘어나 앞으로 분유 재고 누적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가 지난달 20일 현재 집계한 분유재고는 탈지분유 1만11톤에 전지 분유 833톤 등 모두 1만8백44톤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분유재고가 가장 많았던 지난 3월말의 분유재고량 1만1천8백26톤과 비교할 때 겨우 1천톤이 줄어든 양이다. 이는 작년 3월의 분유재고량과 7월의 분유재고량과 비교할 때 큰 차이를 보인다. 즉 지난해 3월의 분유재고량은 9천6백64톤이었으나 7월의 분유재고량은 7천8백82톤으로 2천톤 가까이 줄었다. 올해와 작년을 단순 비교하면 1천톤이 덜 소비됐음을 의미한다. 또한 유제품 수입량을 보면 지난 한 해 동안 14만4천8백86톤이 수입돼 전년도의 12만1천7백톤보다 19.1%늘어났는가 하면 올들어서도 지난 3월까지 3만4천7백88톤이 수입돼 전년 동기보다 5.3%늘어났다. 우유 소비는 줄어들어도 유제품 수입량은 줄어들지 않음으로써 그나마 국내에서 유제품 소비가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그 소비증가의 자리를 수입 유제품이 메꿔 버렸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 같은 우유 소비 위축과 원유 생산 증가, 그리고 유제품 수입의 지속적인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경우 앞으로 분유 재고 누적으로 인한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낙농 유가공업계는 집유체계등 현안 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단됐던 낙농산업발전협의회가 재개가 되기는 했지만 정부의 낙농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낙농현안 대책에 대한 낙농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한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낙농업계는 오래지 않은 장래에 닥쳐올 불황에 대한 대비책 없이 불안한 가운데 원유 생산을 계속하고 있으며, 유가공업계는 끼워팔기 등이 제살 깍아먹는 일인줄 알면서도 그것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낙농현안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으나 낙농가들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 6월말 정부와 농협중앙회는 물론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 인사들이 일본 낙농 현황을 살피고 돌아온 이후 일부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의미있는 성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같은 낙농현장과 낙농현안 해결 과정을 돌아보고 왔음에도 정부와 낙농업계간 여전한 시각차는 적지 않은 아쉬움을 준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낙농현안 해결을 위한 낙농유가공업계의, 대국적 차원의 노력을 강조한다. 낙농 유가공업계가 내 몫을 양보하는 한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낙농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 고민해야할 때다. 그렇지 않고 낙농유가공업계가 내몫 챙기기에 바쁘다면 낙농유가공업계는 공멸할 수 밖에 없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아울러 지금 낙농 사정이 어렵긴 하지만 낙농인들이 단합하고 유가공업계와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한다면 우리 낙농산업이 살아갈 길은 분명히 있음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