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이후 10여 년 동안 각종 농업 대책들이 추진됐지만 농민 입장에서 보면 별로 변한 것이 없다. 변한 것이 있다면 부채가 늘어났다는 인식과 함께 노동력, 즉 농업 인구의 고령화가 두드러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좀 낡은 이야기지만 WTO 대책으로 무려 42조원을 투자했는데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지금껏 쌀 문제 해결이 최대 현안이다. 농촌 문제 해결을 위한 설득력있는 대책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당시에도 경제의 글로벌화 즉 시장 경제나 국제경쟁력 확보를 비롯 피할 수 없는 현안들에 대한 각종 대책과 해법들이 제시됐지만 그 성과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제 42조원은 과거사가 됐고, 새로운 농업 역사가 시작되고 있는 요즘의 화두나 이슈는 119조다. 웬일일까. 이 엄청난 예산을 농촌과 농업 분야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당면 농업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는 농민이나 전문가들이 많은 것 같지 않다. 이 나라 경제와 농업 문제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은 농업 발전에 적중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119조에 접목치 않을 경우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성장 동력과 농업 문제 해결을 위한 키워드를 찾아야 한다. 문제는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농업과 농촌 문제를 제대로 해결치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이해 당사자인 농민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한데서 비롯됐다. 우리의 농업 문제는 이제 우리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국제 농업 질서에 불가피하게 공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그 토대위에서 장단기적으로 설득력있고 안목있는 대책들이 정책에 반영되어야 한다. 안타까운 일은 우리나라 농축산업여건이 국제경쟁을 논하는 자체가 넌센스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정책추진이 어렵다. 하지만 이 문제는 풀지 않으면 안되는 현안이고, 죽느냐 사느냐를 선택하는 것과도 비유된다. 특히 주목되는 것이 바로 쌀 문제다. 쌀은 국제 경쟁도 취약하면서 남는 것이 더 문제다. 휴경직불제를 통해 생산량을 감축하고도 그 이상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만약 쌀 수입을 개방할 경우 상황은 더더욱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농업은 식량산업인점을 감안할 때 식량은 안보적 차원에서 쌀외에 가장 경쟁력있는 품목이 어떤 것인가를 찾아 육성해야 한다. 쌀 경작지에 대체 작목을 심어 쌀생산을 조절하면서 먹거리 자급도를 제고하는 1석2조의 성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쌀이 남아도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보리고개가 있던 70년대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백34kg이였지만 지금은 82kg 으로 줄었다. 반면 축산물은 8.4kg이던 것이 50kg으로 늘었다.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이 육류로 전환했음을 통계가 시사해주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농지(농업진흥지역)에 축사를 허용해서 쌀생산도 조절하면서 경쟁력있는 식품에 대한 자급도를 제고케하는 것이 곧 이나라 농업을 살리는 블루오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항간에 축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편견이 상존하고 있다. 문제는 극히 제한적인 잘못된 예를 전체로 몰아 매도하는 분위기는 이 나라 농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농지에 진출하는 축산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의 경작지를 보유하거나 분뇨 자원을 농지에 환원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경종 농업과 친환경적이고 자원 순환적인 축산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우로 제기되는 문제점들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가령 전북의 예를 보자. 도내 쌀 생산량 가운데 20%를 제외하고는 외지에 팔아야 하는데 경제성이 없단다. 김제 평야에 친환경적인 축산단지 몇 개를 조성해 쌀 생산도 조절하면서 부가가치 높은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보다 더 좋은 대안이 있을지 묻고 싶다. 축산업에 대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고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는데 필요한 제도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축산과 농업의 조화로운 발전만이 농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