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중동 전쟁의 장기화와 함께 수입 원료 의존도가 높은 ‘비료 대란’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가축분뇨 퇴·액비 사용 확대를 요구하는 농축산업계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도 화학비료에 매몰된 ‘땜방식’ 대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요소 수출의 약 33%와 인산염 비료의 필수 원료인 황 수출의 45%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해 지난달 중동 지역의 요소 수출가격이 전월대비 38.1%, 전년동월 대비 무려 172.3% 상승했다.
더구나 중국마저 지난해 12월부터 인산비료 수출을 금지, 국내 농업계에서는 비료가격 폭등 수준을 넘어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축산업계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가축분뇨 퇴·액비가 급부상하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최근 한시적인 가축분뇨 퇴·액비 사용 확대를 정부에 건의했다. 국내 농업 및 경종농가의 비료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가축분뇨 퇴·액비의 경우 환경부의 각종 규제속에서 여전히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직격한 것이다.
대한한돈협회는 농식품부와 환경부에 대한 별도의 건의를 통해 가축분뇨 액비 확대를 특히 강조하기도 했다.
한돈협회는 비료생산업 등록을 한 제조시설에서 생산되고, 비료공정에 적합한 품질의 ‘가축분뇨 발효액’만이라도 경종농가가 요청하는 만큼 살포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최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비단 축산업계 뿐 만이 아니다. 중동발 비료 부족 사태를 계기로 ‘범 농업계 적정시비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적정 시비 유도를 통해 무기질비료, 즉 불필요한 화학비료 사용을 줄여나가되, 유기질 비료로 대체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와 유관기관 등의 역할을 호소했다. 사실상 축산업계와 ‘결’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표면적인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비료 수급안정 대책을 통해 비료의 과잉 투입을 줄이고, 가축분뇨 활용을 늘리는 등 농업의 근본적인 체질 구조 개선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그 내용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는 게 축산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액비 살포 희망농가에 대한 액비 무상지원이나 퇴·액비 살포비 지원 등 농식품부가 밝힌 대책들이 기존에도 시행되고 있는 사업인 반면 시비처방서 등 막상 액비 살포를 가로막고 있는 비현실적 규제 개선 대책은 언급 조차 없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오히려 비료값 폭등이 예고되고 있는 현 시점에 화학적으로 만든 값비싼 완효성 비료 지원 확대를 추진, 가축분뇨 사용 확대에 대한 의지 마저 의심받고 있다.
한돈협회 이기홍 회장은 “화학비료에 없는 시비처방서를 유독 퇴·액비, 그것도 부숙도와 성분 검사를 거치고 전자인계시스템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제품에 요구하고 있다”며 “시비처방서는 작물이 필요로 하는 최소량에 불과하다 보니 현장 농사와 전혀 맞지 않는다. 탁상행정의 전형인 만큼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농촌진흥청의 반대로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료수급이 위기에 처한 지금까지도 환경부 핑계만 대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축산업계는 가축분뇨 퇴·액비 확대가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절약’ 목표와도 맞닿아있는 만큼 하루빨리 현실적인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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