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경제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림부가 발표한 지난해 농림업 생산액 통계에 따르면 축산 생산액이 10조를 넘었다. 쌀 생산액을 앞질렀다. 또한 품목별 순위에서 돼지, 한육우, 우유, 계란 순으로 나란히 2위부터 5위까지 차지했는가 하면 닭은 7위, 오리는 18위로 기록됐다. 이중 계란과 닭은 전년도보다 두 단계나 뛰어 올랐다. 이는 축산업이 농촌 경제를 주도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으로, 앞으로도 농촌 경제는 축산이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 같은 축산경제의 성장은 90년대 이후 수입 개방으로 혹독한 시련을 겪은 다음에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게 평가된다. 돌이켜 보면 농촌 경제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이 같은 비중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된 것이다. 국민 소득증대로 균형적인 영양 공급 욕구 증대와 함께 축산물 공급 증대 필요성은 꾸준히 강조돼 왔고, 실제 축산경제 규모는 그 만큼 증대됐다. 반면 70년대까지만해도 농촌 경제의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쌀 산업은 쌀 소비 감소가 계속되면서 이제는 쌀 생산액이 축산 생산액을 밑도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같은 쌀 소비 감소와 더불어 쌀 산업의 규모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부의 농지 전망에 따르면 현재 100만ha가 넘는 농지가 10년내에 80만ha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 보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따라서 앞으로 농촌 경제를 전망하는데 있어 쌀과 함께 축산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쌀과 축산이 함께 어우러진 자원순환형 농업의 발전 방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친환경 농축산업으로 이해되기도 하는 자원순환형 농업은 그러나 현재의 축산 생산 인프라로는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축산이 친환경 축산으로 가기 위한 입지난이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농지에 친환경 축산, 자원순환형 농업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문제는 농지에 대한 인식이다. 국민의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을 농업으로 정의하고 있으면서도 그 식량을 생산하는 산업의 시설 부지를 농지의 개념에서 제외하고, 농지는 오로지 식량작물만 생산해야 한다는 개념에 머물러 있는 한 우리 농촌 경제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어차피 남아도는 농지에 친환경 축산을 할 수 있도록 농지법을 개정함으로써 그나마 농지가 폐허가 되거나 타용도로 전환되는 것을 막는 것이 오히려 농지를 지키는 일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축산업이 농촌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 오늘에만 머물지 않고 내일도 계속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했으면 한다. 농촌의 효자 산업을 버리고 농촌의 내일을 기약할 수는 없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