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찬 2006년을 기다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그 2006년도 저물고 있다. 뒤돌아보면 올 한해 축산업계는 개방 압력이라는 대외적인 현안과 환경 규제라는 대내적인 현안을 놓고 무척 고민하고 마음 졸인 한 해로 기억된다. 연초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면 우선 1월 한미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합의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긴 했지만, 미산 쇠고기가 국내 시장을 어느 정도 장악하느냐에 따라 우리 축산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적지 않은 긴장감으로 이 사태의 추이를 지켜봐야 했다. 다행이 미산 쇠고기 수입은 미국내 광우병 발생과 ‘뼈 한 조각도 들어올 수 없게’한 수입 위생조건에 힘입어 적어도 올 한 해 미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국내 쇠고기 시장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커져 한시도 안심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한미 FTA를 통한 쇠고기 개방요구와 동시에 쇠고기 재협상을 통한 위생조건완화 요구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우리 정부가 한미 FTA에서 지난 UR협상때처럼 쌀을 지키기 위해 축산물을 내어주는 것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는데다, 미산 쇠고기 위생조건과 관련해서는 “살은 살, 뼈는 뼈”라고 분명히 못박고 있어서 우리 축산업계를 그나마 안도케 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을 지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하게, 또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축산물 개방 현안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축산인들의 마음을 졸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대내적 현안은 역시 환경 규제로 인한 축산업 위축이다. 지난해부터 발효된 악취방지법, 해양투기 규제, 양분총량제 등은 축산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양돈업계는 이에 대처하느라 수년간 계속된 돈가 호황세를 맘껏 누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해야 했다. 그렇다고 업계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가축분뇨자원화법 제정과 함께 자연순환농업의 길을 연 것은 의미있는 대응으로 평가됐다. 특히 2천년대 들어 축산업계 최대 숙원이었던 축사부지를 농지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은 자연순환농업에 날개를 달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 축산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틀을 다지는 한편 농정에서 축산의 정체성을 당당하게 세운, 축산사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기에 충분했다. 개방과 규제로 마음 졸이는 사이, 우리 축산업계를 안타깝게 한 일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금인플루엔자 3년만에 재발’이라는 소식이 충격을 줬다. 지난 2000년 구제역발생이후 차단 방역에 대한 인식을 키운데 이어 선진화된 방역을 논하는 단계에서 이처럼 가금인플루엔자 재발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우리 축산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가축질병 방역의 제문제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아울러 소 브루셀라, 돼지 ‘4P’ 등 소모성 질병 현안을 풀지 못하고 내년의 숙제로 남긴 것도 올 한 해를 보내면서 못내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또한 낙농업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가 제시한 낙농종합대책을 논의만 거듭한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아쉬움이 컸다. 다만 이 와중에서 낙농의무자조금이 성공적으로 출범함으로써 낙농업계에 희망을 안겨줬음은 다행한 일이었다. 축협 노조의 파업으로 축협이 해산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 발생도 올 한 해를 보내는 우리 축산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경기 연천축협과 강원 화천양구축협의 해산은, 노조원들은 직장을 잃고 조합원들은 조합을 잃어 버리는, 그야말로 조합원과 노조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상극의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2006년 한 해는 많은 아쉬움과 함께 적지 않은 숙제를 풀지 못하고 내년으로 넘기게 됐다는 점에서 2007년 새해를 맞이하는 축산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농지법 개정은 새해 축산의 희망을 심는 쾌거였음을 되새기며, 2006년을 보내는 마음을 가벼이 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