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형 종돈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채 의견 제시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형’이란 말은 돼지 육종에 있어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 토착화되고, 이곳에서만 받아들여지는 것이어야만 한다. 세계적인 돼지의 개량 방향의 큰 줄기는 간단히 강건성, 빠른 증체, 많은 정육, 많은 산자수 및 큰 등심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중 우리가 필요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세계적인 것 중 몇 가지로 한국형이라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양돈 산업이 외국과 다른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사육환경이다. 다른 양돈 선진국과 달리 매우 큰 연교차와 여름철의 고온 다습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사육 환경이다. 다시말해 돼지를 키우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란 것이다. 때문에 외국에서 수입한 당대, 또는 1세대 종돈으로는 국내 환경에 적합화 시키기란 쉽지 않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이다. 유럽에서 Niche market(틈새시장)으로 사용되는 고품질 프리미엄 포크의 경우 종료교배 웅돈으로 두록을 이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정도 돈육은 일반 돈육으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돼지고기를 가공육이 아닌 신선육으로 직접 구워먹기 때문에 ‘양’ 보다 ‘질’이 선호되면서 맛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특수 부위의 선호도다. 한국형 양돈업의 특수성이라고 다들 얘기하는 삼겹살의 선호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렵다. “이 종돈을 사용하면 삼겹살이 더 나옵니다.””라고 한다면 이게 한국 양돈업의 경쟁력을 키워줄 것이다. 외국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돼지고기 등심이 삼겹살의 1/3에 불과한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게 한국의 실정이다. 결국 한국형 종돈은 한국 양돈산업의 특수성을 반영해야 한다. 강건성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한국적이진 않다. 즉, 한국 환경에 적합화된 종돈이어야 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맛있는 돈육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하며, 삼겹살 생산량도 많아야 한다. 물론 산자능력, 산육능력 등 종돈의 일반적인 특성을 등한시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추구하는 개량 형질은 일반 사항으로 한국적이라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 숙제가 생겨나게 된다. ‘한국형 종돈’ 의 특징으로 위에서 제시한 특성들이 필요하다면, 이런 종돈은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할까? 관계된 여러 사람들이 뜻을 모아 애 쓰기에 늦은 감은 있지만 한시바삐 노력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