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5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이슈

<2017 신년특집 기고>한국축산 존재이유와 존재조건

축산은 국민 식량 근간산업

[축산신문 관리자 기자]

이 정 환 이사장(GS&J인스티튜트)

수입 넘쳐나도 신토불이 지향
농업, ‘양분 순환’ 필요불가결
질병 차단·수급안정·원가 절감
지속가능 축산 위한 전제조건

 

한국 축산은 우루과이라운드의 충격을 딛고 20여 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도 유례 드문 고도성장을 이루어 1995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은 4.6%나 되었고, 특히 곡물파동으로 사료가격이 폭등했던 2007년 이후에는 성장률이 도리어 가속되어 무려 6.0%에 이르렀다.
2007년 이후 생산량(불변 생산액)은 연평균 3.6% 증가한데 비해 부가가치 생산액이 이보다 훨씬 높은 6%나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생산성 향상 속도가 그만큼 빨랐기 때문이다.
쌀, 채소, 과일 등 경종농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1995년 이후 1.1%에 머물렀고, 2007년 이후에는 0.2%로 떨어진 것에 비해서는 놀랄만한 성과였다. 그 결과 농업부분 총산출액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에는 26%였으나 2014년에는 41%로 상승하여 경종농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축산업의 이러한 성장으로 소비자는 연간 30kg의 국내산 고기와 50kg의 우유를 즐기며 충분한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축산업은 단순히 양적 성장에 머물지 아니하고 질적으로 큰 변화를 이루었다. 90년대 중반까지도 중량을 높이려고 강제로 물을 먹인 소가 횡횡하였으나 등급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지금은 1등급 이상이 70%가 넘을 만큼 고급화 되었고,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수입육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었다. 그런 차별화를 이루었기에 수입개방의 회오리 속에 앞에서 본 바와 같은 고도성장을 이루며 농업 농촌의 발전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축산업의 영광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축산업이 영광을 이어가려면 이제까지 축산업이 달려온 길을 뒤돌아보고, 그 동안 무엇을 희생시켰는지, 앞으로 축산업의 존재이유가 무엇인지를 성찰하고 갈 길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축산업이 고도성장을 이루었지만 좁은 경지면적에 가축두수가 증가하다보니 가축밀도가 일본의 두 배나 되어 세계 최고수준이다. 연간 1천만톤에 이르는 사료가 수입되어 세계 최고의 환경부하를 초래하고 있고 악취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육밀도가 높다보니 질병과 방역에도 취약하여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의 대 유행이 빈번히 도래하여 수많은 가축을 도살하곤 한다.  
축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농업부문 총 산출액에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여 국민생활에 필수적이라고 하지만 농축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어 세계 각국에서 값싼 축산물이 밀려오는 시대에 한국 축산이 꼭 필요한가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식량안보? 사료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축산업 자체가 식량위기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 축산업의 존재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한국 축산이 존재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수입 축산물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소비자가 국내산 축산물을 꼭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식품은 미묘한 차이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매우 특수한 상품이고, 따라서 아무리 비슷해 보여도 수입품으로 충족될 수 없는 부분이 매우 많다. 해외 여행지에서 그곳의 자동차가 불편은커녕 더 편리하기까지 하지만 입에 맞는 밥 한 끼를 위해 한국 식당을 찾아 헤매듯이 축산물이라고 같은 축산물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거기에 한국 축산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맛일 수도 있고, 안전성일수도 있고, 문화적인 것일 수도, 그냥 순전히 심리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많은 경우 로컬한 것이다. 유럽의 포도주나 치즈가 그렇듯이 지역의 독특한 풍토와 문화와 어우러져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만족감을 준다. 한국 축산은 국내산이라는 이유로 차별화되기도 하지만 로컬 브랜드, 로컬 마켓을 통해 한 단계 더 높은 차별화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경종농업은 토양의 무기질과 대기 중의 탄산가스를 유기물질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농축시켜 인간에게 전달하는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농업은 인간에게 필수불가결한 산업이고 다른 어떤 산업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축산업은 그렇게 농축된 태양에너지를 동물성 유기물로 재 농축하여 훨씬 기호도가 높은 식품으로 전환시키는 산업이고, 역시 다른 산업으로 대체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분뇨로 전환된 무기질은 경종농업에 환원되어 지역 내 양분순환이 이루어지고 유기농업이 완결된다. 그래서 축산업은 필요불가결하고 존재의 이유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축산업은 경종농업과 무기질 순환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되고, 축산업 규모는 경축순환시스템 안에서 결정되어야 하지만 필요한 경우는 무기질 추출방식을 활용하여 양분순환(no soil basis cycle)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양분순환은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한 조건이므로 축산업계가 주도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축산은 동물을 키우는 산업이다. 동물을 키운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동물은 고통과 슬픔을 느끼고 인간과 교감하는 매우 특이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산은 어린이는 물론 많은 어른들도 열광하는 산업이고 다른 어떤 산업과도 차별화된다. 그런 동물의 생명을 취하는 것은 가혹한 일지만, 축산업이 그 동물을 태어나게 하고 생명유지에 필요한 것을 제공하였다는 의미에서 생명을 취할 수 있는  윤리적 정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동물복지론으로 발전하였고,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동물복지는 문명사회에서 축산의 존재조건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축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차별화, 양분순환시스템, 동물복지 등과 함께 자율적 안정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불확실한 국제 곡물시장에서 사료공급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시스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축산물 수급 불안을 조절하는 자율조정시스템, 질병을 예방하는 방역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수급조절시스템에는 낙농산업의 우유쿼터제, 한우산업의 송아지생산안정제가 필수적이고 질병방역체계를 주도적으로 확립시켜야 한다. 축산업이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차별화, 양분순환시스템, 동물복지, 그리고 이러한 안정시스템 구축에 축산업계의 역량을 결집해야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