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피해농가 사실상 올 벌꿀농사 포기
정부 피해보상 규정 없어 망연자실
“고충 해결, 정부가 나서줘야” 여론
매년 입춘을 전후해 양봉 농가들은 한해 농사 준비에 들어간다. 이때쯤 벌통 내부에 꽃가루떡(화분떡)과 먹이(설탕물)가 공급되기 시작하면, 꿀벌들은 봄이 온줄 알고 저마다 왕성한 활동을 준비한다. 여왕벌은 산란을 시작하고 일벌은 먹이 활동과 갓 태어난 육아를 담당하는 것으로, 양봉업의 한해 농사는 이처럼 봄벌 깨우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올해는 어떠한 이유에선지 꿀벌들로 가득해야 할 벌통에는 벌은 온데간데없고 텅 빈 벌집만 남는 황당한 일이 경남 남해 전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어, 피해 양봉 농가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더군다나 이러한 피해가 발생해도 정부 차원의 마땅한 피해보상 규정이 전혀 없다 보니 보상은커녕 농가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상황이 악화일로에 치닫자 농촌진흥청 양봉생태과는 이번 피해 발생 원인과 전국 피해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 실태조사<사진>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은 올 초 전남 해남지역 일부 양봉장에서 봄 벌을 깨우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피해 지역과 규모도 점점 전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전남지역의 피해 현황을 양봉협회 전남도지회가 집계한 결과 836 농가에서 6만7천500여 벌무리(봉군)가 이미 소실되거나, 꿀벌 군세가 약화되어 사실상 올해 벌꿀 농사는 일찌감치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양봉협회 경남도지회도 지역 피해 현황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피해 농가에 대한 대응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 피해 농가들은 올해 벌꿀 농사를 위해서는 꿀벌 입식에 필요한 자금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로서는 이렇다 할 어떠한 대책 마련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농가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피해 농가는 “다른 품목이나 축종에서 이 같은 질병이 생겼다면 아마도 온 나라가 들썩거렸을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그만큼 정부 당국의 양봉업에 관한 관심과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개탄했다.
또 다른 피해 농가는 “정부 당국은 현재도 피해가 전국으로 만연하고 있는데도 피해 현황 파악조차 나서지 않고 있는 행태에 대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며 “말로만 양봉산업 발전을 논할 게 아니라 정작 농가들이 이처럼 큰 고충을 겪고 있을 때 손을 잡아주는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농업 정책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