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24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연재

K-스마트축산이 가야할 길은 <2>

최윤재의 축산 인사이트 <2>

  • 등록 2025.09.24 13:05:10

[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새 정부는 올해 ‘AI 3대 강국’을 국가 비전으로 내걸고 100조 원 규모의 투자 시대를 열었다. 사실 인공지능을 경제와 사회를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축산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제 ‘스마트축산’은 단순히 신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이 아니다. 생산성의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과학기술(Technology)이자, 축산업의 구조와 산업 전반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전환(Transformation)의 전략적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말해, 스마트축산은 앞으로 축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변혁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최근 축산물품질평가원이 발간한 ‘해외 스마트 축산정책 및 기술 동향분석(2025)’ 보고서에서도 확인된다. 이에 이번 글에서는 스마트축산을 단순한 기술적 도입을 넘어, 축산업 미래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바라보고 그 의미와 전망을 거시적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한다.

 

스마트축산, 어디까지 가야하나
스마트축산은 ICT, AI, 로봇·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가축의 생산, 경영, 유통, 환경, 복지 전반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체계다. ICT 강국인 한국은 이미 AI와 자동화 기술 투자도 활발해, 스마트축산의 발전 잠재력 또한 큰 것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축산은 세 단계로 진화한다고 알려졌다. 1세대는 원격 모니터링과 자동화 장치를 통한 환경 관리, 2세대는 빅데이터와 센서로 개체별 생체 정보를 수집해 AI 기반의 정밀 사육을 실현하는 단계, 3세대에 이르면 로봇과 AI 기반의 무인·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기술의 발전 측면에서 스마트축산은 1세대에서 2세대, 나아가 3세대 이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하다. 하지만 3세대 스마트축산의 방향은 단순하지 않다. 어떤 경우에는 생산량 확대가 목표가 될 수 있고, 또 다른 경우에는 친환경 생산이 우선될 수 있다. 목적에 따라 기술의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공통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는 분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스마트축산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사회적 해법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생산성과 수익성은 물론 환경, 복지, 지역경제까지 함께 고려하는 모델을 확립하는 일이 시급한 것이다. 스마트축산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지만, 그 지향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한국 축산업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세계가 선택한 스마트축산, 나라마다 다른 전략
스마트축산은 이미 주요국 농정에서 빠질 수 없는 의제가 되었다. 각국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정책과 제도 차원에서 축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스마트축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가령 EU는 농업 전반의 핵심 과제로 ‘디지털화’를 설정했다. EU-PLF 프로젝트와 Digi4Live 프로젝트를 통해 표준화·데이터베이스·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며 정밀축산의 고도화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광활한 국토와 세계 최대의 축산물 교역국이라는 조건 속에서 일찍부터 스마트축산에 대비해 왔다. 최근에는 민간 기업이 중심이 되어 글로벌 농기계·농자재 기업들이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협력하며, 기술과 서비스를 빠르게 확장하는 추세다.
우리와 사육 환경이 유사한 일본은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 문제에 대응해 정부 주도로 스마트농업을 육성하고 있다. 비록 도입 속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느리지만, 오랜 기간의 기술개발과 현장 실증을 거쳐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가진다.
이처럼 전 세계 축산업은 이미 ‘스마트축산’을 키워드로 각국의 상황에 맞는 기술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몇 년 전부터 주요 농축산업 정책 속에 ‘스마트’라는 이름을 꾸준히 담아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정책과 현장의 스마트축산이 여전히 1·2세대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또 한국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K-스마트축산, 선택과 집중이 미래를 결정한다
이제 스마트축산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어떤 모델을 표준화하고 얼마나 빠르게 확산할 것인가의 문제다. 유럽의 거버넌스와 실증, 미국의 시장 데이터 인프라, 일본의 법과 제도, 그리고 농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자동화 패키지는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현실에 맞게 조합하는 일이다. 미국식 대규모 목장은 우리의 답이 될 수 없고, 유럽의 엄격한 규범을 그대로 따를 필요도 없다. 지금 시급한 것은 한국형 데이터 거버넌스와 시장 인프라, 그리고 농가가 체감할 수 있는 문제 해결형 패키지의 보급이다. 농가가 당장 직면한 어려움을 풀어낼 수 있는 현실적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
또한 기술 수출과 국제 경쟁력 확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국은 이미 대규모 축산 기술에서 앞서 있으나, 우리가 경쟁해야 할 무대는 그곳이 아니다. 한국이 가진 중소규모 농장 중심의 사육환경, ICT 인프라, 빠른 확산 능력을 토대로 우리만의 경쟁력과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특히 동물복지, 환경 대응,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는 세계적으로도 수요가 커지고 있는 분야다.
결국 스마트축산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데이터와 기술로 지속가능한 미래 축산업을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의 스마트축산은 선택과 집중에 달려 있다. 우리 현실에 맞는 기술, 농가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해법, 그리고 세계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모을 때, 한국 축산업은 비로소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해외 스마트 축산정책 및 기술동향분석’(축산물품질평가원, 2025)

 

축산신문, CHUKSANNEWS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