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산업이 또 다른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본지에서는 서울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 사제지간이면서, 한국 축산학계의 어제와 오늘을 이끌어가고 있는 서울대학교 최윤재 명예교수와 강원대학교 박규현 교수의 대담을 통해 한국 축산업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현재를 조명, 미래를 위한 설계와 대안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시 : 2025년 9월 5일 ■장소 : 호암교수회관 ■ 사회 : 김영란 편집국장 ■ 사 진 : 전우중 부장
<사회> 축산신문이 창간된 1985년 당시 축산업의 대내외적 환경과 함께 두분이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 최윤재 교수=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GATT,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에 이어 WTO 체제가 들어섰다. 자유무역과 함께 시장 개방이 본격 논의되면서 우리 축산업의 체질 개선이 절실해 지기 시작한 1985년 축산신문이 창간됐다. 사실 매우어려운 시기였다.
개인적으로도 3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과 함께 박사 학위(동물생명공학) 취득을 마치고 1987년 귀국한 데 이어 이듬해 부터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서 강단에 선 만큼 축산신문의 역사가 마치 내 역사와 함께 하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박규현 교수=1993년 학력고사를 치룬 마지막 세대다. 당시 우루과이 라운드나 GATT라는 단어가 마치 사회적 현상처럼 받아들여질 시기였기에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농업 시장 개방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컸다. 관심이 많았던 해양학을 영양학에서 배울수 있다는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면서 축산과 인연이 시작됐다. 대학 2학년 때 사료 가공학을 배우고 나서는 환경학에도 눈을 돌렸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국내 경제가 출렁였던 시기에도 전공이었던 축산 관련 산업은 먹거리 관련 산업이다 보니 충격이 크지 않았다.
당시 축산이 1차 자원산업이냐, 제2, 3차 산업이냐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사실 학생들 뿐 만 아니라 산업계의 많은 분들이 축산을 1차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 였다. 있는 그대로 보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멋있게 포장하려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환경학을 선택했기에 2차 산업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려 했다.
<사회> 지난 40년간 축산업은 많은 굴곡을 거쳤다.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지만 대내외적 환경은 더 어려워졌다는 생각이다.
● 최 교수=21세기 뉴밀레니엄의 개막과 함께 WTO, FTA 체계하의 세계화 · 국제화 시대를 맞아 국경없는 자유경쟁에 직면, 우리 축산업계로서는 감내하기 힘든 나날의 연속이다.
하지만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다해 온 결과 급속한 성장을 거듭했다.
부업수준이었던 축산농가의 사육규모가 전업화, 규모화 된 가운데 1인당 육류소비량이 증가, 국민의 식단을 책임지는 식량으로서 지위를 확고히 했을 뿐 만 아니라 국가 및 농촌경제의 중요 산업으로서 자리매김 했다. 생산성이 대폭 향상됐고 자동화 · 스마트축산도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축산업계의 구심점으로서 축산신문이 역할을 다 해왔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전히 완성하지 못한 국제경쟁력과 환경규제, 가축전염병은 가장 큰 위협요인이 아닐 수 없다.
● 박 교수= 2001년 부터 시작된 캐나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2007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정말 생소했다. 바이오만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모습이었다. 국가 연구기관이나 대학에서도 가축이나, 영양학 등은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분위기가 만연한 듯 했다.
동물과 가까이 있어야 할 산업이 단절 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축산은 이제 ‘맛’ 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이야기 하고 싶은 게 많이 없어졌다는 생각이다.
기본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마치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과거의 기술로 축산이 치부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회> 시대변화에 맞게 교육 방법이나 내용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지.
● 최 교수=1985년에는 주로 현장 중심의 실습교육이 이뤄졌다면 지금은 이론과 함께 첨단 기자재를 활용한 교육이 병행되고 있다. 여기에 환경친화적 축산과 동물복지, 첨단기술에 대한 교육도 이뤄진다.
축산업에도 정보통신(ICT), 생명공학(BT), ET(생명공학) 등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사회적 관심사도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인력부족에 대응한 후계인력 양성도 생각해야 한다.
축산물 수출을 위한 위생관리, 품질향상, 해외시장 분석 등 글로벌 경쟁 강화를 위한 교육도 물론이다.
그 방법도 시간과 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활성화 되고 있다.
다만 교수 생활을 하면서 항상 강조했던 게 바로 ‘오리지널 축산’ 이다.
BT든, IT든, ET든 축산이라는 근간위에 플러스 되는 형태로 접목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최근의 현상은 우리 교육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 박 교수=최 교수님 말씀이 옳다.
BT 위주의 교육이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갖게 했을 수도 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할 당시 축산의 미래가 보였고, 미래 산업이라는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축산은 ‘미래 기술’ 이라는 생각만을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 전문 기술만이 강조되고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큰 흐름은 찾아볼 수 없다.
교수진의 전공이 현재 및 미래에 변화하는 분야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이유일 수는 있지만 그들 역시 상당수가 축산에 대해 여쭤보면 기술로 답을 해주실 정도다. 내가 전공한 기술이 축산에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술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을 이야기하지 꿈을 팔지는 않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좋은 기계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너무 미세한 것만 바라보다 보니 시야도 좁아지는 것 같다. 자기 학문이 중요하지만 다른 학문도 같이 연결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많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이다.
● 최 교수=‘애니멀 사이언스’와 축산은 100년, 200년이 지나도 사양산업이 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사람이 고기를 먹고, 우유를 먹고, 계란을 먹으려고 하는 욕구가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축산인들은 축산업이 사양 산업이 아닌, 미래가 유망한 산업이란 인식을 먼저 확고히 해야 한다. 그 바탕위에서 정확한 미션과 비전을 제시하고, 발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리 교육자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축산업이 미래에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산업임을 교육하는 것이다.
축산 분야의 교수님들도 이러한 꿈을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하는게 중요하다.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사료 주고, 똥치우는 산업이 아니라 이러한 노력을 근간으로 다양한 학문들이 결합해 부가가치가 높은 불루오션 산업이 될 수 있는 생각으로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 축산 분야 교육자들은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 박 교수=대학 입학 직후 너무 힘들었다.
축산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배들을 만나고, 그 다음에 산업을 보고, 교수님 말씀을 들은 2학년 때부터는 재미있기 시작하는 거다.
최 교수님 말씀대로 내가 모르는 걸 채워나가는 게 상당히 재밌다.
요즘 후계농이 들어가는 농가와 후계농이 없는 농가는 다르다. 미래를 보는 관점을 우리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산, 동물 산업에 대해 어떤 미래를 보고 있느냐에 따라 다음 움직임이 너무 다르다.
<사회> 두 분이 말씀하신 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이 있으시다면.
● 최 교수=교육자들이 과거를 반성을 하고 그 과거 속에서 현재가 어떻게 이뤄졌고, 미래가 어떻게 발전되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교육이 가능한 커리큘럼이 만들어져야 한다.
시대변화에 잘 적응하고 새로운 변화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 학생들이 뒤떨어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그런점에서 축산신문과 같은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 박 교수=매우 안타까운 현실일 수도 있는데 축산대학에서 가장 기본적인 영양학이라든가, 전통학문 외에 국가 지원이나 특정 사업단 관련 강의 과목이 생기는 경우가 꽤 있다.
저는 환경이 ‘꽃받침’ 이라고 생각한다.
영양으로 대표되는 자원환경, 그 다음 바이오나 식품으로 대표되는 응용학이 있다면 그 밑부분을 받쳐주는 역할이 환경이다. 티는 안 나고 예쁘지도 않지만 꽃받침이 있어야 완성이 된다. 다만 관심은 크지 않은 듯 하다. 새로운 학문도 마찬가지다.
축산에 대해 정확히 알려 주려면 지금은 어려운 학문, 싫어하는 학문이라도 가르쳐야 한다. 이에 따라 ICT 과목도 교육했고, 경제학을 위해 기업에 계신 전문가를 초빙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시도는 다양한데 끝까지 흐름을 타지는 못한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학생들도 흥미있게 듣기는 하는데 교수가 전문이 아니다 보니 교과 개편과정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 학문을 가르칠 강사도, 예산도 부족한게 현실이다.
교수의 절대적인 숫자도 크게 줄었다고는 하나 축산을 다루는 학과만이 갈수 있는 특징을 살리지 못한 채 안주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축산을 기술로만 접근하고 있는 추세가 그 원인인 듯 하다.
“산업·학계 끊어진 고리 잇고, 경제적 가치 바로 세워야”
● 최 교수=대학 교수의 가장 기본은 교육자다.
그 다음이 연구자여야 하고, 그 다음이 확장성를 가지고 사회에 봉사하는 거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기술자’ 로 떨어뜨렸을 때 교육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되며 차순의 역할만을 담당해서도 안된다.
교육은 돈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학생들에게 꿈과 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하고 산업 현장에도 그 영향이 미치도록 해야 한다.
학계와 산업계의 약한 연결고리도 생각해 봐야 한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확장성이 결여되다 보니 해외 교육 지원 등 인재양성을 위한 국내외 산업계의 지원 및 투자도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자연히 학생들은 새로운 생각을 갖기도 힘든 여건 속에서 오로지 교수나 언론매체의 정보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 박 교수=각종 학회를 운영하시는 분들 가운데 는 권한과 지위를 이용하시면서도 책임과 의무에는 다소 소극적인 분들이 존재하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는 곧 평소 산업계와의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연구사업
과제 선정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국가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기후변화 연구만 해도 그렇다. 기후변화라는 표현만 넣었을 뿐 실제로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학문만 붙여 연구사업 과제를 받는 사례도 쉽게 접할수 있다. 이로 인해 관련 연구는 많이 이뤄졌는데 막상 활용할수 있는 과제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아울러 우리 학문이 응용과학 분야임을 간과하고 있는 추세 또한 문제라는 생각이다.
소통이 부족하고, 확장성이 떨어지다 보니 최 교수님이나 우리 선배 세대와 달리 학계에서 조차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우리들이 만나더라도 전공 분야에 대한 대화가 별로 없고, 폭넓은 고민 보다는 자신의 전공분야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입학하는 학생들이 줄고 대학은 정원을 줄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사회>학계와 산업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 최 교수=눈앞의 이익에만 초점이 맞춰진 산업계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지만 이를 변화시키는 것도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학계와 산업계가 축산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축산업과 전후방산업이 긴밀히 연계돼야 축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고 전후방산업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지는 미래의 블루 오션 산업임을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박 교수=하지만 지금 세대의 교수들 사이에서는 그러한 대화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연구사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미래를위한 정부 연구사업만 해도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협력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다보니 시너지를기대하기 어렵다.
바이오가스 연구면 바이오가스 전문가만 들어간다. 이로 인해 한분야에만 몰입되는 아쉬움이 남게된다.
연구과제의 중복성도 문제다. 그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팜 연구사업의 경우 결과가 어떻게 이용될지도 모른다. 이른바 ‘텍갈이’ 만 이뤄진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당연히 산업계의활용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 최 교수=더 이상의 땜질식 연구는 지양돼야 한다. 전체적인 청사진 속에서 각 추진단계별 전략과 투자 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한 컨센서스를 만들려고 하면 학계와 산업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위원회가 발족되고 계획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하루아침에 성사될 수는 없다.
학계와 산업계의 끊임없는 소통과 만남, 관계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만 연구와 투자가 집중되면 놓치는 게 많을 수 밖에 없다. 축산은 종합 학문이다. 음악회의 오케스트라 처럼 관악기와 타악기, 금관악기 다같이 조화를 이룰수 있는 연주가 필수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반드시 제안하고 싶다.
● 박 교수=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방법대로 라면 소외 학문이라는 분야가 존재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교수들 사이에서도 ‘소외 학문’을 거론하며 연구 과제를 따기 쉽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미래를 바라보고 오랫동안 할 연구인지, 아니면 단기에 끝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 추세가 그 원인인 듯 하다.
이로 인해 자기 전공도 아닌 과제를 따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혼란해 졌다.
<사회> 축산업, 나아가 전후방산업을 포함한 경제적 가치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다.
● 박 교수=제가 축산 경제학을 강의 과목에 넣었던 것도 전후방 산업과 연결된 우리 축산의 ‘파워’를 경제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려는 시도가 부족했던 현실을 고려했다.
연구자료도 거의 없다보니 오래전의 연구 자료를 지금까지 인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농산물에 대해 품목별로 경제성을 분석하고 제시하는 농경제학과 비교되는 부분이 아닐 수없다.
돈의 흐름으로 산업을 평가하는 시대에 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에도 그 중요성을 숫자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의미다.
축산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영양학자의 관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외부의 관점이 아니라 우리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축산이 생존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축산경제를 과목에 넣기도 했지만 지원자 부족으로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축산에 대한 시각을 바꾸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학문을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를 갖고 오면 산업의 흐름에 대해서 알 것이고, 그 다음에 돈의 흐름에 대해서 알 거고, 그러면 생산자가 돈에 민감하니까 우리의 기술이 실제적으로 돈으로 어떻게 환산될 거라는 것도 우리의 관점에서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단순히 가축을 키우고 우유를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 산업 자체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생각을 가진 분들이 너무 많이 부족해졌다.
우리 스스로 축산의 ‘스코프’를 작게 잡다 보니 부가가치가 없는 산업이라는 인식이 고착화 되고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 결국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수 있는, 넓은 시야로 바라볼수 있는 사람과 기반이 부족하다.
● 최 교수=축산의 전후방산업을 포함한 생산액이 60조원에 고용효과가 80만명이라는 데이터가 벌써 1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이 데이터가 인용되고 있다.
우리 축산의 파이와 경제적 가치부터 정확히 분석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는데 공감한다.
이를 토대로 무엇을 보완해야 더 발전할 수 있고, 어디에 투자를 해야할지 명확한 방향이 설정될 수 있을 것이다. 축산인들도 얼마나 부가가치가 높고, 중요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얼마전 국책연구기관장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
우리 축산업을 위해 가장 시급하고,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박 교수의 지적대로 우리 전체 축산을 봤을 때 마이너하지만 키워야 되는 분야의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이슈로 뽑기 때문에 소외 학문이생겨나고, 확장성도 떨어지고 있는 거다. 정책도 다르지 않다. 누가 이슈를 만들면 그게 정책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회사도 이슈에 따라 전문가를 만들고 있는 거 아닌가. 큰 판을 보여줄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부족하다.
물론 큰 판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은 혼자만으로는 어렵다.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를 운영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특히 확산력이 고민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과 내용이 얼마나 퍼지고 있는 지 의문이고, 딜레마다. 이왕 고생하는 거 보다 효율적으로 알리고 확신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매우 중요하다.
● 박 교수=누군가 판을 깔아놓으면 참여할 분들은 존재한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지만 40년후의 미래는 커녕 5년후가 어떻게 될지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멋있는 기술에만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 막상 그 기술을 어디에 활용하고,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다 보니 학생들도 외면하고 있다.
대학 졸업후 구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축산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고 미래에 대해서 투자할 만큼의 유인력이 부재하다는 의미다.
<사회> 축산신문의 역할과 향후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 최 교수=미래 축산업의 경쟁력은 BT, IT, ET 기술접목과 함께 스마트화, 자동화, 데이터 기반 관리, 환경친화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 중요한 전제가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러한 모든 일련의 노력들이 축산을 근간으로 더해지고, 교육과 연구 역시 같은 시각에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축산신문의 역할이 더욱 더 강조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양적 성장에만 집중, 환경논란을 가중시키고 보호무역의 울타리에 안주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대한 투자나 전문가 양성에 무관심 했던 과거에 대한 축산업계의 반성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우선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만 양적, 질적 성장의 내실화와 기후변화 속 생산성 유지, 농축산물 수출경쟁력 확보, 자유무역 보편화에 따른 자구책, 생물공학과 u-IT, NBIT, 융합 학문, 시스템 생물학, 합성생물학, 비교 유전체학 등 새로운 학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기술주도의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 등 3가지가 만족되는 ‘진짜 성장’ 을 통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축산신문이 선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 박 교수=마지막으로 축산신문에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축산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여러 가지 단어들에 대해 정확한 정의에 대해 정리해 주셨으면 한다.
예를 들어 AI와 스마트만 해도 사실 다른 의미인데 마치 동일한 의미의 단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지면을 통해 알려주시거나 공론의 장을 제공해 주시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