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성 원 교수
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나100% 우유’, ‘나100% 그린라벨’, ‘내 속이 편안한 우유’, ‘A2+ 우유’, ‘무지방 우유’.
이것들은 지난 10년 동안 서울우유협동조합에서 출시한 흰 우유 브랜드들이다. 이에 반해 남양유업의 흰 우유 브랜드인 ‘아인슈타인’(1994년)과 ‘맛있는우유 GT’(2003년)는 출시된 지 이미 20년이 지났다.
또한 매일유업은 기능성 우유―‘소화가 잘되는 우유’(2005년)와 ‘상하목장 유기농 우유’(2008년)―만을 새롭게 선보였을 뿐, 그마저도 2008년이 마지막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불러온 결과를 최근의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월 24일자 ‘축산신문’은 “남양유업 이어 매일유업까지 30% 감축 통보”라는 소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올해부터 원유 계약 물량을 17% 감축한 남양유업에 이어 매일유업도 내년부터 4개 집유조합에 원유 계약 물량 30% 감축을 요구했다고 한다.
‘건강한 시작’, ‘유제품을 통해 국민의 건강한 삶을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두 대형 유업체는 협동조합과 달리 신제품 개발에 소극적이었고, 그 결과 우유 매출이 감소하였다. 결국 매입하기로 약속했던 원유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게 되었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축소하려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기업이 신제품 개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사업 부문을 축소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산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국산 우유 소비 시장이 더 이상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그동안 우리 우유로 돈을 벌어놓고 이제 와서 신의를 버리느냐”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리 추구’를 본질로 하는 사기업에 사회적 윤리를 과도하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필자는 지난 기고에서 낙농가들이 소비자와 정부 모두에게 “외쳐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3실, 14국·관, 59과·팀으로 구성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낙농 관련 업무를 맡은 인력은 축산정책관 산하 축산경영과 내 ‘축산경영과 업무→낙농산업·학교우유급식’ 담당 1인과 ‘낙농’ 담당 1인, 단 두 명뿐이다. 이 두 사람이 우리 낙농 산업의 근본 해법을 제시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낙농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업무를 시작하며, 낙농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낙린이’(낙농 어린이)가 될 즈음이면 인사이동으로 다른 부서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는 말처럼, 낙농을 알고 사랑하며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우리 스스로가 국산 우유 소비 시장의 매력을 되살리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국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84 kg에 달하며, 이는 쌀 소비량(약 56 kg)보다 28 kg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산 우유 시장이 매력을 잃은 이유는 명백하다. 국산 우유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소비 증가를 이끄는 것은 흰 우유가 아니라 발효유, 치즈 등 유가공품과 우유 함유 음료 등이며, 이러한 제품에 고가의 국산 원유를 사용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더구나 값싼 수입 멸균유로 국산 원유를 대체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어 위협이 되고 있다.
물론 A2+ 우유와 같이 프리미엄 제품을 통해 차별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가 전략만으로는 국산 우유의 소비량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 결국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국산 우유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가격이 적당하다면, 소비자와 기업 모두 안전하고 신선한 국산 우유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우유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생산비 상승은 곧 원유 수취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연결된다. 흥미로운 점은, 우유 가격 상승폭이 생산비 상승폭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비용 항목이 비례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일텐데, 이것은 오히려 생산비의 소폭 절감이 소비자 가격의 큰 폭 인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우유 생산비를 10% 절감하면 우유 가격도 10% 이상 인하된다고 가정할 때, 2024년 기준으로 우유 생산비를 102원 줄인다면, 우유 가격은 약 315원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유업체에 지급하는 원유 매입 보조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그보다는 생산비를 근본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우유 생산비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음 원고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