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만성적인 낙농가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 환경규제, 생산비 상승, 우유소비 감소 등 구조적 문제가 한국 낙농산업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관세철폐와 유제품 수입 확대까지 겹치며 산업 전반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다만, 이같은 변화는 단순한 침체의 신호일 수도 있겠지만, 산업 구조 전환을 요구하는 분기점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에 국내 낙농산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 중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키워드를 선정해보았다.
▲저출산·고령화-수요 붕괴인가, 새로운 소비층 확보인가
●위기요인 ▶▶ 한때 연간 100만명 이상이던 출생아수는 현재 23만명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자연스레 학령인구도 줄어드는 추세다.
설상가상 시대흐름에 따라 소비트렌드도 변화하면서 우유급식에 대한 인식도 변화, 2019년 50.3%였던 학교우유급식률은 2024년 30.9%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학교우유급식 원유사용량이 2024년 5만9천톤으로 2019년 대비 38% 줄어드는 등 우유의 주소비층으로 여겨졌던 아동·청소년수의 감소가 우유소비감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회요인 ▶▶ 저출산과 동시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년인구는 빠르게 늘어 2024년 12월을 기준으로 초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20% 이상)에 진입하면서 노년층이 새로운 소비층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단국대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서 우유 및 유제품 급식이 노년층의 건강공백을 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과학적 증거를 내놓았으며, 또 우유 배달을 통해 독거노인의 안부를 확인하는 사업을 펼쳐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에 노인복지(예산) 및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하는 범부처의 행정예산 중 일정액으로 노인층 대상 공공 우유급식 지원 제도화를 한다면 안정적 소비기반 확보와 사회적 이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용도별차등가격제-구조 전환의 열쇠인가, 공염불에 그칠 것 인가
●위기요인 ▶▶ 용도별차등가격제는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 등 용도에 따라 가격을 달리 적용함으로써 원유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당시 예산 확대를 통해 가공유용유를 20만톤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약속과 달리, 국산 유제품 경쟁력 강화지원 사업 예산은 3년째 430억원 규모에 그쳤다.
이러한 가운데, 유업체들은 제도의 참여기준을 훼손하는 수준의 과도한 물량 감축을 단행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제재는 실효성을 보이지 않으면서 약속과 제도의 원칙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결국 농가소득불안은 확대되고 폐업 속도는 가속화되는 부작용이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제도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하고 있다.
●기회요인 ▶▶ 용도별차등가격제가 음용유 중심의 생산 구조에 의존해온 국내 낙농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인 만큼 제도의 연착륙은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제도의 운영주체로서 제도도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예산확보와 관리감독 강화 등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전제조건 필요하다. 실제 우리나라와 같은 유제품 순수입국인 일본이 매년 3천500억원 이상의 가공원료유 생산자 보급금 투입 및 수입유제품에 대한 국경보호조치 등을 통해 자급률을 60%대로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팜-지속가능성 해법인가, 도입 부담으로 인한 도태인가
●위기요인 ▶▶ 스마트팜은 고령화와 후계자 부족으로 인한 노동력과 생산성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장에선 진입장벽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
특히, 높은 투자비용이 부담으로 꼽힌다. 로봇착유기만해도 한 대에 수억원에 이르는 설비로 정부 및 지자체의 사업을 통한 지원을 받는다 해도 목장주로서는 선뜻 설치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노후화가 심한 목장은 설비를 도입하는데 제약이 따르고, 고령의 농가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이 힘들 수 밖에 없다.
결국 스마트팜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농가와 환경과 자본을 갖추지 못한 농가와의 경쟁력 차이는 더욱 벌어지면서 도태되는 농가들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
●기회요인 ▶▶ 하지만 스마트팜은 낙농산업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핵심요소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규모화가 필수불가결한 현실에서 자동화와 무인화 기술은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스마트팜을 통해 누적된 빅데이터는 정밀사양을 가능케 한다. 개체별 산유량, 건강상태, 번식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산비 절감과 품질 안정화를 실현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 스마트팜은 청년 낙농인의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기존의 고강도 노동에서 벗어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는 기술 기반 낙농으로 고령화로 흔들리는 생산기반을 보완하는 중요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가격경쟁력-가치 경쟁 기회인가, 소비감소 원인인가
●위기요인 ▶▶ 가격경쟁력은 한국 낙농산업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 중 하나다. 국내 원유가격이 미국, 유럽 등 낙농선진국에 비해 약 2배 가량 비싼 가운데, FTA 체결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외산 유제품이 국내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복잡한 유통구조와 해외의존도가 높은 사양환경 등 다양한 가격인상요인에도 ‘밀크플레이션’이란 용어까지 생겨나며 ‘국산 우유는 비싸다’라는 인식이 고착화됐고 국산 우유의 경쟁력 악화를 초래했다.
설상가상 2026년부터는 무관세로 멸균유와 유제품이 수입됨에 따라 ‘무관세로 유제품이 들어오면 더욱 저렴하게 판매될 것’이란 인식과 중장기적으로 국산과 외산의 가격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 있어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기회요인 ▶▶ 반대로 소비자들에게 국산 우유가 신선식품이자 프리미엄 식품이라는 인식을 확립할 수 있으면 가격은 위기가 아니라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우유자조금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5%가 우유 선택 기준으로 ‘신선함’으로 꼽고 있다.
외산 멸균유는 상온유통이 가능하고 가격은 저렴할지 몰라도 국내에 유통되는 데 평균 3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반면, 국산 우유는 착유 후 냉각·살균 과정을 거쳐 2~3일 내 소비자에게 도달하는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함을 갖고 있다는 점이 국산 우유에 대한 당위성을 갖게 해주는 가치가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국산 우유로 만들어내는 기능성, 동물복지, 친환경 등 프리미엄 우유는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다.
▲환경·저탄소-신뢰 기반 확보인가, 규제의 족쇄인가
●위기요인 ▶▶ 가축분뇨 관리 강화, 축산 냄새 규제 등 환경관리 기준이 강화되는 가운데, 탄소중립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생산비 상승과 경영압박이 누적된 낙농가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분뇨처리시설 확충, 저탄소 사양관리 도입, 환경 기준 충족을 위한 설비 투자에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데다, 지자체 조례에 의해 축사 이전이나 개보수를 할 수 없는 농가는 규제 대응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환경규제가 생산량 억제나, 사육두수제한으로 연결되면 농가소득 감소가 불가피해 친환경이라는 사회적 요구와 농가 생존권 사이 갈등이 유발되고 있다.
●기회요인 ▶▶ 환경·저탄소 정책은 낙농산업을 억누르는 족쇄가 아니라 신뢰를 증명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친환경, 저탄소 생산 방식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치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이는 곧 제품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특히, 국산 우유는 생산이력 관리와 추적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환경·탄소·동물복지 등의 가치를 비교적 명확하게 입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앞의 프리미엄 전략과 연결돼 외산 유제품과의 차별화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환경 대응 기술은 스마트팜과도 연관됨으로써 비용절감과 품질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낙농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