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횡성 범산목장] 소비자 시대에 우리 낙농가들이 가꿔야 할 목장은 어떤 목장일까. 그것은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목장, 소비자들이 먼저 우유를 찾게 하는 목장’이 아닐까 싶다. 강원도 횡성군 서원면 석화리에 위치한 범산목장이 바로 그런 목장이다. 범산목장을 찾는 관람객이 연 1만명이 되고, 이곳 목장을 한 번 방문하면 우유가 매우 깨끗하고 안전하게 생산된다는 것을 알고 간다고 하니, 크린팜 모범농장으로 손색이 없다 하겠다. 다시 말해 목장이 청결한데다 냄새나 파리가 없어 목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 관람객을 만족시키고 있으니 이 목장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고도 남음이 있다. 범산목장의 역사는 15년 여, 지난 1991년부터 터를 닦아 93년에 소를 입식했다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목장 터를 닦으면서부터 아름다운 목장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현재 조성된 4만평의 초지와 목장 곳곳에 조성된 연못이나 조경, 야생화를 키우는 온실까지 그 때 이미 계획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초지는 겨울인데도 보리밭처럼 푸르고, 조경이 잘된 정원이나 연못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온갖 분재나 야생화는 이곳 목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볼거리로서 가치가 충분하다. 이곳에서 팔리는 야생화가 연간 2억원이나 된다고 하니 야생화를 기르는 수준이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범산목장의 참 모습은 그러나 이처럼 외부에 드러난 모습이 아니다. 목장의 생명인 우유 그 자체가 국내 최고의 품질이라는 것이다. 즉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 전량이 유기농우유로 일반 우유보다 3배내지 4배 높은 값에 팔린다는 것이다. 현재 10만평 부지 위에 젖소 총 사육규모는 240두 정도, 이중 착유우는 85두로 하루 2톤의 우유를 생산하고 있다. 두당 산유량은 22kg내외다. 그러니까 일반 목장보다 산유량이 30% 정도 떨어지는 셈이다. 유기농우유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목장이 유기농우유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부터다. 2003년 쿼터제가 실시되기전 5톤의 우유를 생산했는데 쿼터제 실시와 동시에 받은 쿼터가 3톤에 불과해 이런 상황에서는 목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유기농우유를 생산키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유기농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사료는 물론 농후사료가 유기농인증을 받은 사료여야 하기 때문에 목장에서 생산되는 조사료에 대한 유기농인증을 우선 받은 다음 배합사료도 중국에서 유기농인증을 받은 것으로 수입하는 등 유기농우유 생산을 위한 절차와 기반을 다져, 올해는 전량 유기농우유로 시중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우유 가공은 물론 목장내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생산된 유기농우유를 판매까지 직접 핸들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파스퇴르와 계약을 맺어 ‘내곁에 목장’이라는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이 목장을 관리하는 권용준부장은 “처음에는 유기농우유를 직접 시장에 출하하는 것을 검토했으나 우유 유통 구조상 그것이 쉽지 않았다.”며 유기농우유를 생산하고 목장에서 가공하는 단계까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쯤에서 유기농우유를 생산하기까지 겪은 어려움이 궁금해진다. 유기농 사료를 공급받는 것부터 쉬운 일은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어려운 일로 초창기 젖소의 질병이 심했던 점을 꼽는다. 그동안 각종 첨가제가 들어간 배합사료에 익숙했던 젖소에게 무첨가 유기농 사료를 급여하자 질병에 견디지 못하고 환축이 속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 기간 유기농 사료에 익숙해지자 질병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이제는 안정된 상태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 유기농우유 생산 목장으로서 사후 관리가 어느 정도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느냐는 것이 궁금했다. 유방염이 발생하면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었다. “젖소 사육환경이 좋아도 간혹 유방염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 때는 보름동안 휴약기간을 거친후 검사를 거쳐 안전하다고 판단된 이후에야 비로소 우유를 가공하게 된다”며 계약관계에 있는 파스퇴르와 목장이 모두 살기 위해서는 유기농 인증기관에서 제시하고 있는 기준을 지키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듯 아름다운 목장에서 유기농우유까지 생산하고 있지만, 이 목장은 올 하반기에 둔내로 이사를 해야 한다. 인근에 골프장이 있어서 유기농우유 생산 목장 입지론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권용준 부장은 “둔내로 이사할 목장은 현재 한창 부지 정리 작업중입니다. 전체 면적이 이곳의 3배나 되는 곳인데, 아마 거기서는 여기보다 더욱 완벽한 아름다운 목장, 유기농 생산 목장으로 거듭날 것입니다.”며, 범산목장은 소비자가 더욱 즐겨찾는 목장, 그래서 우리나라 낙농산업 발전에 더욱 기여하는 목장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새롭게 변신할 범산목장이 더욱 궁금해진다. 장지헌 wkd3556@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