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협상이 타결된 지도 2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정부대로, 산업계는 산업계대로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느라 밤낮 없이 분주한 모습이다. 축산농가들도 멍한 가슴을 쓰다듬으며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 가운데 가축시장에서는 소값이 떨어지고 거래도 크게 줄어들었다. 불안함과 두고보자는 생각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한미FTA로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는 양돈업계는 그렇지않아도 환경 규제 강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양돈농가는 양돈장을 매각할 생각도 갖는다고 하니 그 심각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한미FTA 타결에 따른 이 같은 현상을 미리 예상치 않은 것은 아니지만, 축산업계의 동요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발빠른 대응책이 요구된다. 지난 12일 한경대에서 있었던 박홍수 농림부장관과 한우인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그것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 한우 농가들이 장기적인 대책도 중요하지만 우선 당장 한우인들의 동요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것은 우리 축산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한미FTA 타결에 따라 축산업이 입을 피해를 제대로 분석하고, 그에 따른 장단기적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하겠다. 그렇다고 너무 서둘러서 축산농민 무마용 졸속 대책을 내놓아서는 안 되겠지만 적어도 축산농가들이 지레 겁을 먹고 와르르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강조되는 것은 한미FTA 타결에 따른 피해와 대책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단순하고 평면적인 분석이 아닌 종합적이고도 입체적인 분석과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관세 철폐에 따라 가격이 얼마나 하락해서 축산농가들이 입을 피해가 얼마라는 단순 분석이 아닌 축산업 자체적인 피해는 물론 전후방 산업의 피해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실업 문제까지 감안한 분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대책 또한 이 같은 입체적인 피해 분석 결과에 따라 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인프라 구축에 따른 투자를 얼마나 어떻게 할 것인지, 축산환경과 시설 개선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유통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그래서 축산업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정부 대책과 함께 강조되는 것은 축산농가의 마인드다. 그동안 관세 때문에 가졌던 약간의 경쟁력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매년 관세의 벽이 낮아지는 만큼 가격·품질·안전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자세가 긴요하다 할 것이다. 이번 한미FTA 뿐만 아니라 추가적으로 줄줄이 이어질 FTA에 미리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축산농가들의 달라진 마인드가 절실하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먹거리를 좀더 싼 가격에, 좋은 품질로, 안전하게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도 축산농가들의 자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FTA는 산업체질을 바꾸기전에 우선 산업계 종사자들의 의식 개선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