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걱정거리가 생기면 돼지꿈을 꾸고 싶다. …밤낮으로 수천 마리의 돼지 속에 묻혀 사니까 꿈에 자주 보일 것 같은데, 그래서 제 놈 때문에 빚진 사료값이 복권 한 장으로 뚝딱 넘어갈 것 같은데 영 나타나 주질 않는다.” 최근 ‘좋은수필사’로부터 현대 수필가 100인선이 출판됐는데, 전남 순천종돈장에서 ‘돼지엄마’로 통하는 김수자씨가 그중 한 사람으로 선정됐다. 이 이야기는 김수자 수필집 ‘돼지꿈’에 나오는 한 토막이다. 김수자씨의 이야기대로 수십년을 돼지와 함께 보내는데 돼지꿈 한 번 제대로 꿔지지 않은 것을 보면 행운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하기사 돼지를 키우는 사람마다 돼지꿈으로 행운을 잡는다면 누가 돼지를 키우려 하지 않겠는가. 어쩌면 돼지 키운다고 다 돼지꿈을 꾸어 행운을 잡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돈인들이 그나마 양돈을 포기하지 않고 양돈업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쯤에서 성급한 독자들은 축산 현안이 얼마나 많은데 한가한 돼지꿈 이야기로 아까운 지면을 허비하느냐고 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돼지꿈 이야기를 꺼내는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째는 축산 현장을 취재하던 후배 기자의 꿈 이야기 때문이며, 두 번째는 김수자씨의 진짜 돼지꿈 이야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 째 후배기자의 돼지꿈 이야기부터 해보자. 지난 2000년 구제역이 발생, 전국이 구제역 방역 비상에 걸렸을 때다. 후배 기자가 밤에 꿈을 꾸었는데 돼지가 나타났더란다. 그런데 보통 돼지가 아니고 구제역 살처분 현장의 돼지로, 구덩이에 돼지를 파묻으려 하는데 돼지가 자꾸 후배 기자쪽으로 오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자는 구제역 방역이라는 강박관념에서 그런지 몰라도 굴착기로 그 돼지를 묻어 버렸다는 것이다. 후배 기자는 혹시나 싶어 복권을 구입했는데, ‘꽝’이었다고 한다. 그 후배 기자는 “만약 그 꿈에서 돼지를 살려주고 품에 안았더라면 혹시 복권에 당첨 됐을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가끔 말한다. 그런데 만약 그 꿈에서 살처분 대상 돼지를 살려줬더라면 그 때 구제역 방역이 제대로 됐을 것이며, 또 최단기간에 구제역 청정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후배 기자에게도 그게 복이 아니었나 싶다. 구제역 방역이 제대로 이뤄짐으로써 우리 축산 산업도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으며, 그 후배 기자도 축산 전문 기자로서 일자리를 잃지 않았으니 말이다. 두 번째 김수자씨의 진짜 돼지꿈이야기는 그 수필집에서 이렇게 전개된다. “어느 해 첫날에 나는 꿈을 꾸었다. 더러운 웅덩이에 새끼돼지 열 마리가 빠져 질식해 있었다. 귀한 순종들이었다. 꿈 속에서 그놈들에게 인공호흡을 했다.…사람에게 하듯 깨끗한 천을 코에 씌우고 숨을 불어 넣었다. 처치가 끝났을 때 열 마리의 새끼돼지들은 거짓말 같이 생기를 찾고 깨어났다. 그 해에 굴러든 행운은 이루 다 들먹일 수가 없을 정도다. 그건 바로 칠거지악의 위기에서 나를 구해준 태몽이었고… 돼지 값이 급등하여 사채를 정리하고…” 이 꿈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질식한 새끼돼지에게 인공호흡으로 숨을 불어넣는 정성이 인상적이다. 현실에서도 그만한 정성이면 복을 받고도 남을 일이다. 요즘 우리 축산 환경이 너무 어렵다. 특히 환율 상승 등에 따른 높은 사료 값은 우리 축산농가의 정성만으로도 해결하기 어렵다. 그래서 돼지꿈의 횡재라도 바라는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꿈 속에서도 돼지를 묻으며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또 한편으로는 인공호흡으로 돼지를 살리는 정성이 우리 축산을 지키는 튼튼한 반석으로 자리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