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의 육질향상에 대한 잠재능력을 일본의 흑모화우의 육질로부터 가늠해 보았다. 일본의 흑모화우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흑우(흑모한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털 색깔 만 다를 뿐 우리 (황모)한우도 육질이 그 만큼 향상될 자질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게 막연하게만 느꼈던 우리는 한우의 유전적 능력을 품종개량과 사양개선을 통해 현실로 발현시켰다. 고급육생산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한우비육을 시작한 지 십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한우의 거세수소는 엄청난 속도로 마블링(근내지방도로 평가)을 높여갔다. 그래서 우리는 1+등급의 다음 단계를 무엇이라고 명명할 것인지 고민했다. 2001년도 9월 계란등급제를 준비하면서 미국 USDA를 방문하게 됐다. 미국의 계란등급 명칭이 B, A, AA등급이고, 캐나다의 소도체 등급 명칭이 B, A, AA, AAA등급 등 인 것을 알고 있는 필자는 USDA 등급사에게 물었다. 왜 A, B, C, D등급으로 열거하지 않고 B, A(Single A), AA(Double A)라는 명칭체계를 사용하는지. 대답은 A등급의 정의는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고자하는 ‘보편적인 기준’의 품질이라는 설명이었다. 수입육에 대응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쇠고기 품질을 ‘1등급’이라고 이미 정의내린 바 있지만, 국민이라면 이 정도(1등급) 품질의 쇠고기는 당연히 그리고 흔하게 먹을 만하고 또한 국가는 마땅히 이 수준의 쇠고기를 국민에게 넉넉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도록 우리는 한우고기 생산 및 유통시스템을 만들 것이라는 각오를 당시에 하게 됐다. 2004년도에 AA, AAA등급의 개념으로 1+등급보다 우수한 품질(근내지방도 No.8~9)에 대해 ‘1++등급’의 명칭이 도입됐다. 한우고급육경진대회의 심사결과를 보면 2009년도부터 대부분이 근내지방도 No.9이상으로 판정되고 있다. 따라서 근내지방도 No.10의 신설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새로운 등급을 신설할 계획은 아직 없다. 다만 경진대회 내부 심사용으로 근내지방도 No.10과 No.11에 대한 기준 조견표는 제작할 계획이다. 저지방 선호경향 아직 미미 한우도체의 도매시장 경락가격을 근내지방도 No. 별로 분석을 해보면, 1등급(No.4와 No.5)과 1+등급(No.6과 No.7)에서는 근내지방도 No.의 차이에 따라서 큰 폭의 가격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같은 등급이므로. 그러나 근내지방도 No.8과 No.9는 같은 1++등급이지만 거의 독립적인 두 개의 등급처럼 가격차이가 뚜렷하다. 같은 1++등급이지만, No. 9의 도체에 대하여 중도매인들은 웃돈을 지급하고 있다. 그것은 시장에서 근내지방도 No.9의 한우도체에 대한 특별 수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비자의 입맛이 저지방을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성향이 바뀌고 있다는 일부의 주장이 맞다면 No.9의 가격이 No.8에 밀착해야하고, No.8의 가격 또한 No.7에 근접해야한다. 만약에 저지방 선호경향이 강하다면 No.9과 No. 8의 수요가 줄어들었을 것이며 결과적으로 경락가격이 떨어졌어야 한다. 따라서 가까운 장래에 저지방으로 소비성향이 바뀔 전망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도매시장 경락가격 만을 놓고 보았을 때, No.9은 No.8의 등급(1++등급)에서 분리해야 한다. ‘1+++등급’, 아직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근내지방도 No.9의 한우도체는 구이용으로는 비선호부위라고 할 수 있는 뒷다리(우둔, 설도)에도 등심에서와 같이 마블링이 발달해서 정육점식당 등에서 여러 부위를 섞은 ‘모둠요리’로 내어놓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소위 ‘처지는 부위’ 없이 소 한 마리를 다 팔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백화점 등에서 No.9 만을 골라서 ‘최고 품질의 한우’ 선물세트를 만들어 판매해도 잘 팔린다. 이처럼 근내지방도 No.8과 No.9의 소 도체는 소비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계속> 고경철 센터장 <축산물품질평가원 R&D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