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사업구조개편(신경분리)의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농협이 사업구조를 개편해 신용과 경제를 분리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부 자금이 지원된 농협 구조개편이 졸속으로 추진된 점을 문제 삼으며 책임자 문책을 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앞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이 지적한 것으로, 김 의원은 관련법을 제대로 검토도 못한 상태에서 졸속으로 진행되어 향후 사업추진이 큰 난관에 부딪혀 표류할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음은 김 의원이 지적한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한 내용.
준비 부실로 발생한 손실액 1천억원 추정
은행법 위반으로 중앙회 건물 재매각해야 할 판
농협, ‘대기업집단’ 지정 취소 소송 제기
정치권 강력문책 경고…농협법 개정 난항 예상
◆중추신경이 마비된 농협 신경분리
농협중앙회는 2010년 1월부터 2012년 3월까지 250여명의 내부 핵심인력을 차출, ‘사업구조개편본부’를 설치, 중앙회 단일체제를 신용 및 경제지주 체제로 분리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다.
법률·회계·IT 등 전문 분야에 대한 검토를 위해 김앤장, 삼일회계법인, AT커니에 외부 자문사에 컨설팅 용역을 맡겼다.
그 결과 2011년 3월 11일 개정 농협법이 국회를 통과, 같은달 31일 공포되었고, 2012년 3월 2일 경제지주, 금융지주, 은행, 생명보험, 손해보험이 출범했다.
그런데 신경분리 직후인 지난 4월 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농협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의거,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3개 기업집단을 ‘2012년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그 속에 농협중앙회 지주에 속한 41개 계열회사도 포함됐다. 농협 자산은 8조6천억원.
특히 사업구조개편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과 관련 법 규정 정비를 부실하게 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를 포함해 손실이 1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사전 검토 미흡…은행법도 위반
농협이 지난해 사업구조 개편을 준비하면서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농협이 작년 사업구조 개편 준비 기간이나 올해 1월 공정거래위원의 재무자료 요청 때 문제가 생겼다고 비판했다.
사업구조 개편으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속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가 지난 3월 7일 공정위 조사관과 면담하고서야 이 부분을 알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사업구조개편 관련 법률자문사항 일지에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를 검토한 내용이 없다며 농협은 법률검토의견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협은 지난 3월 사업구조 개편 때 정부에서 5조원을 지원받는 바람에 자산이 8조원대로 불어나 공정거래법상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것.
이에 따라 농협은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대기업진단 소속인 NH농협은행과 농협증권이 보유 중인 사모펀드(PEF) 지분 중 30% 초과분을 즉시 매각해야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투자손실이 농협의 자체 추정으로도 200억원 이상이 된다.
농협은 지난 5월 13일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금융당국에 자본시장통합법 적용을 유예해 줄 것을 건의키로 했다.
또 농협은 은행이 자기 건물의 50% 이상을 임대하지 못하게 제한한 은행법도 위반해 NH농협은행이 100억원의 세금을 낼 처지에 놓였다. 농협중앙회 건물을 농협은행으로 소유권 이전한 것이 문제로 소유권 이전 받은 건물을 재매각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진상 드러나면 문책 경고
정치권은 공정거래법과 은행법 위반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농협뿐만 아니라 농림수산식품부에도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김 의원은 김관영 의원(민주통합당, 전북 군산)이 지난 4일 농협 계열사의 상호 출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농협법개정안 처리에 앞서 농림수산식품위에서 사업의 졸속 추진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중대한 과실이 드러나면 농협과 관계부처 모두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