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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123. ‘농협경제지주’에 대한 평가

조합간 경합 심화·경영효율 저하 등 구조적 문제 도출
경제지주체제 면밀 분석…사업구조 재편 재논의 필요

  • 등록 2019.09.18 10:09:05


(전 농협대학교 총장)


▶ 협동조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은 먼저 ‘농협경제지주’가 무엇인가 의문이 생길 것 같아서 배경설명부터 해야겠다. 농협은 2012년 12월 농협법 개정에 따라 사업구조개편을 단행했다. 이른바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줄여서 부르는 용어)를 하면서, 신용사업분야를 지배하는 ‘농협금융지주’와 경제사업분야를 지배하는 ‘농협경제지주’를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시켰다.   


▶ 신경분리 전에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분야는 일반 농업분야를 총괄하는 ‘농업경제’와 축산분야를 총괄하는 ‘축산경제’가 있었고 각각 대표이사가 업무를 관장했다.
새롭게 경제사업을 지배하게 된 지주회사의 대표는 농업경제대표이사(농경대표)와 축산경제대표이사(축경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계열사는 각각 대표의 소관하에 있다, 예를 들어 ‘농협사료(주)’와 ‘농협목우촌(주)’는 축경대표 소관이고 ‘남해화학(주)’와 ‘농협유통(주)’ 등은 농경대표 소관이다. 지주회사는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주식회사로서 법적 지위는 완전히 독립된 법인의 성격을 띤다. 법적으로 농협중앙회와 독립적 조직으로 예산, 결산, 납세업무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조직개편 시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분야의 자본금을 새로 설립된 ‘농협경제지주’로 출자했다. 경제지주는 ‘농협’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대가로 농협중앙회에 ‘명칭사용료’를 부담한다. 출자에 대한 보상의 성격이다.


▶ 사업구조개편 과정에서 금융지주 설립에 대해서는 큰 논란이 없었으나, 경제지주 설립에 대해서는 학계나 협동조합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에, 중앙회에서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많았다. 일각에서는 금융지주는 바로 추진하더라도 경제지주는 신중히 결정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의 분위기는 농협의 사업구조혁신은 시급한 과제이고, 과거에 신중론을 펴다가 추진하지 못한 사례를 들어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동시에 설립하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 정부와 정치권의 추진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2012년 경제지주 설립이후 수년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협동조합기구로서 ‘농협경제지주’를 운용하는 것의 문제점은 없는지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 논의의 제안이 협동조합 경제사업의 혁신을 반대하거나 약화시킬 의도가 있는 것은 결코 아님을 밝히는 것이니 오해가 없기 바란다. 논의의 중심은 경제사업의 추진과 관련하여 중앙회와 경제지주의 관계, 경제지주와 자회사의 관계, 중앙회와 자회사의 관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①농협의 경제사업은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중앙회에서 경제사업을 떼어내는 것은 조합의 경제사업 약화를 초래한다. 경제사업은 상당부분 지도사업과 결합되어 있으므로 지주회사로 편제 시 결속력이 약해진다. ②경제지주는 주식회사로서 수익증대 우선의 경영이 불가피하여 조합사업과의 경합이 증대될 우려가 크다. 이 점 때문에 조합장들이 경제지주의 설립에 강하게 반발했다. 원래 협동조합은 인적단체이므로 자본주체인 주식회사가 협동조합을 지배하는 것은 모순이다.  ③경제지주가 이중적 조직이고 운영비용 등 많은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반대 의견에 대해,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태평 장관은 “경제지주는 사업은 하지 않고 자본금만 관리하는 조직으로서 직원도 몇 명 안 되는 페이퍼컴퍼니 수준의 헤드쿼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났다. 경제지주가 직접 사업을 추진하기도 하고, 조직도 대단히 커져서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사실 지주회사의 개념은 자본을 지배하는 회사이지 사업을 수행하는 주체는 아니다. 지주역할을 해온 농협중앙회가 있는데 또 지주회사를 만들어 이중적 조직이 됐다. ④옥상옥의 중복된 조직으로서 효율이 떨어진다. 자회사와 중앙회 사이에 경제지주가 새로 끼어들어 업무추진 단계가 복잡해졌다. 자회사가 신사업을 추진할 때 얼마나 여러 단계를 거치는가 보자. 자회사의 실무부서가 신사업계획서를 작성하여 사장의 결재를 받은 후 이사회에 상정한다. 이사회를 통과하면 경제지주에 보고하여 담당부서의 검토를 받고 경제지주 이사회를 통과해야 한다. 경제지주에서 의견이 다를 경우 계획서는 반려되고 재검토를 해야 한다. 지주 이사회는 통상 매월 1회 개최되므로 시기가 맞지 않으면 다음번 이사회까지 기다려야 한다. 경제지주 이사회를 통과하면 이번에는 중앙회 계열사 담당부서인 기획실에 보고하고 검토, 보완, 재검토, 중앙회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중앙회 이사회도 월 1회 개최되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게 상례다. 스피드 경영시대에 완전히 역행하는 조직체계다. ⑤계열사가 수감하는 감사(監査)의 중복에 대해서 살펴보자. 계열사 자체에 감사위원회가 있고 감사실이 있다. 경제지주에도 감사위원회와 감사실이 또 있다. 농협중앙회에도 감사위원회와 감사실(계열사 감사국)이 또 있다. 정상적으로 보더라도 한 해에 감사를 세 번이나 받아야 한다. 계열사나 경제지주의 정기감사 외에 가끔 특감도 나온다. 감사에 치여서 계열사는 업무추진에 제약을 받게 되고 직원들은 무사안일주의에 빠진다. 농협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없는 지배구조다. ⑥이제라도 경제지주체제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고 농협조직으로서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여 사업구조의 재편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경제사업 체계를 현행대로 갈 것인지, 바꿀 것인지를 검토할 시기가 됐다.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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