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육성우 관리, 소가 편해야 생산성 향상
스마트낙농으로 효율성·정밀성 높여
한걸음, 한걸음 조용한 성장 이룰 것
젊은 낙농인과의 인터뷰는 언제나 기대와 긴장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특히 가업을 잇는 후계자를 만날 때는, 그들의 어깨에 놓인 무게와 스스로의 꿈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엿볼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번 취재는 ‘대한민국 개량연대기'의 일환으로, 낙농업 현장의 변화와 젊은 후계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종축개량협회 임요순 충남지역본부장과 함께 충남 예산군 재성목장을 찾았다. 이곳은 아버지에 이어 아들로 세대교체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목장이다. 특히 후계자인 김재윤 씨가 육성우 관리를 섬세하게 잘한다는 이야기에 기대가 모아졌다.
자택에서 김재윤 씨를 만났다. 사전 정보에 따르면 그는 상당히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했다. 조심스럽게 첫 질문을 던졌다.
“송아지를 잘 돌본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관리하시나요?”
그는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냥 아버지 하시는 대로 따라 했을 뿐이에요.”
짧고 소극적인 답변이었다. 그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손끝으로 책상의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그러나 쉽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조금씩 풀어나갔다.
“목장일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나요?”
“꿈이나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거죠.”
그의 대답은 담담했지만, 거짓 없이 진솔했다.
“육성우 관리를 맡게 된 건 어떻게 된 일인가요?”
“처음엔 큰 일은 맡기지 않으셨어요. 송아지를 돌보는 일부터 시작했죠.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지만, 어린 송아지를 키우는 일은 재미있었어요. 무엇보다, 죽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생명을 책임진다는 감각이 특별했어요. 그리고 소는 정직해서 좋아요.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타나는 게 매력적이에요.”
많은 젊은 축산인들이 육성우 관리로 축산업에 대한 애착을 키워간다고 한다. 김 씨도 그 흐름 안에 있었다.
“특별히 잘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바닥을 깨끗이 치우고, 사료를 밀어주고, 우유를 먹이는 일상을 반복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성실하게 보였나봐요. 그런 모습이 좋게 평가된 것 같아요.”
현재 김 씨는 착유소 관리를 맡고 있다. 새로 도입된 로봇착유기를 통해 소 관리의 효율성과 정밀성을 높이고 있다. 스마트 축산의 흐름 속에서 젊은 후계자가 맡는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그는 로봇착유기 관리도 육성우 관리와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기계도 결국 소를 위해 돌아가는 거잖아요. 소가 편해야 생산성도 좋아지니까요. 육성우를 돌볼 때도, 지금 착유우를 관리할 때도 결국은 소가 편안하도록 신경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최근에는 육성우의 상태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금은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육성우 관리를 주로 하세요. 물론 오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지만, 아무래도 예전처럼 송아지 한 마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죠. 저는 송아지 하나하나를 오래 들여다볼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갔고, 더 많이 배웠어요.”
김재윤 씨는 후계자로서 아직 많은 고민을 안고 있었다. 단순히 일을 이어받는 것 이상으로, 자신만의 방식과 철학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었다.
“아버지는 예전 방식대로 해오셨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일손도 부족하고, 소 한 마리당 투자할 수 있는 시간도 달라졌으니까요. 기술도 변하고 있고요. 요즘은 데이터 관리나 사료 급이 자동화도 중요해졌잖아요. 그런 부분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농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차분히 준비하고 있었다.
“급하게 뭔가를 바꾸려고 하지는 않아요. 하나하나 배우면서, 제 나름대로 확신이 생기면 그때 조금씩 바꿔가려고 해요.”
김 씨는 조용한 사람이지만, 그의 말과 태도에는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어린 생명을 다루던 섬세한 손길이, 이제는 농장의 미래를 다루는 신중함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변화가, 충남 예산의 이 작은 목장에서 분명히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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