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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벌꿀도 와인처럼…‘떼루아’로 경쟁력 높이자

"국산 벌꿀, 지역의 맛을 담아야"

 

한상미 양봉과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와인은 땅과 기후, 햇살과 바람, 그리고 사람의 손길이 함께 만든 한 병의 이야기입니다. 와인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 바로 ‘떼루아(Terroir)’입니다. 이는 포도를 키우는 토양, 기후, 경사도, 고도, 재배 환경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포도 품질에 영향을 주며, 결과적으로 와인의 맛과 향을 결정한다는 개념입니다. 한마디로 지역의 특성이 제품의 고유성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벌꿀을 연구하다 보면 와인 생각이 자주 듭니다. 벌꿀은 꿀벌이 꽃에서 모은 꿀샘(꽃꿀)을 벌집에 저장하고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천연 감미료입니다. 여기에는 당분 이상의 요소가 들어 있습니다. 꿀의 맛과 향, 색, 점도, 유용성분 등은 꿀벌이 언제, 어디서, 어떤 꽃의 꿀을 모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똑같은 아까시꿀이더라도 강원도 철원의 아까시꿀과 경북 안동의 아까시꿀은 향도 다르고, 성분도 차이를 보입니다. 이처럼 꿀도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담고 있는 농축산물입니다.
벌꿀을 둘러싼 자연환경은 해마다 다릅니다. 같은 지역의 아까시나무라도 봄철 기온과 강수량, 나무 생육상태에 따라 개화량이 달라지고 꿀벌 활동량도 달라집니다. 꿀벌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가장 좋은 꽃꿀을 모아오기에 그 해의 꿀은 꿀벌과 자연이 선택한 최고의 결과물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꿀은 자연의 조건, 생물의 선택, 인간의 양봉 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만든, 와인과 같이 매우 정교한 식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5월이 되면 아까시나무에 꽃이 하얗게 피고 전국의 이동양봉농가가 경북 북부지역으로 모여듭니다. 올해는 3월 말 영남지역 산불로 안동, 청송 등 전국 최대의 아까시 군락지도 피해를 본 상황이라 채밀이 여의치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어렵게 살아남은 아까시나무에서 모은 아까시꿀은 여전히 색이 곱고 향이 좋습니다. 물론 국산 아까시꿀이 그렇듯 헬리코박터(Helicobacter pylori)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아브시산 함량이 높아 위 건강에도 좋을 것입니다. 충분히 ‘힐링꿀’로 불릴 만큼 효능과 양봉농가의 서사가 담긴 꿀이라 할 수 있습니다.
6월인 지금은 밤꽃이 피기 시작해 밤꿀 채밀이 한창입니다. 밤꿀은 쌉싸름한 맛과 독특한 향이 일품인데, 예부터 민간에서 약꿀로 알려져 왔습니다. 농촌진흥청은 밤꿀 속 키누렌산이 선천면역 인자와 면역세포의 발현을 늘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렇듯 국산 꿀은 맛뿐만 아니라 영양 면에서도 가치가 큽니다. 뉴질랜드의 마누카꿀이나 호주의 자라꿀처럼 특정 지역성과 효능을 내세운 꿀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사례는 많습니다. 이들 꿀은 가격이 높아도 소비자에게 ‘믿을 수 있는 브랜드’로 인식돼 고급화에 성공했습니다.
우리 꿀의 품질도 이들 못지않습니다. 소비자에게 이러한 매력과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다면 수입꿀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벌꿀이 다 똑같지’ 하는 인식을 잠재울 수 있도록 꿀의 생산 이력과 효능 정보 등을 정확히 알리고, 국산 벌꿀의 ‘떼루아’ 전략을 본격화할 때입니다. 지역 이름을 걸고 밀원식물의 특성, 생산자의 양봉 철학, 기후와 생태 조건을 담은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DMZ 아까시꿀’, ‘공주 밤꿀’, ‘제주 밀감꿀’처럼 지리적 표시(GI), 품질 인증, QR코드 기반 이력관리 시스템을을 도입해 소비자가 정보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어디서 온 꿀인지, 왜 좋은 꿀인지 궁금해합니다. 양봉농가는 고품질 벌꿀을 생산하고, 연구기관은 성분과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정부와 지자체는 이를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홍보와 시스템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렇게 삼박자가 갖춰질 때 국산 꿀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밀원식물이 분포하며, 무엇보다 꿀벌을 아끼는 사람들의 정성과 기술이 살아있습니다. 이 조건을 살려 지역의 자연과 이야기를 담은 꿀을 생산하고 각 지역의 자랑스러운 브랜드로 키워가길 바랍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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