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일선조합장선거는 몇 가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가 큰것은 투명한 선거풍토의 정착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개정된 농협법의 적용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이후의 선거는 협동조합 선거문화의 성숙도를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해도 될 만큼 풍토자체가 달라도 많이 달라졌다. 금품수수나 향응 같은 선거판의 고질적 병폐로 인한 잡음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합장선거가 정치판의 각종 선거처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아왔음에 비춰볼 때 최근의 선거분위기는 과거에 비해 분명한 진일보를 이룬 것이라 할 만 하다. 조합장선거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농협법개정으로 인해 조합장선거가 조합의 직접 관리에서 선관위 관리체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선관위관리가 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선거운동을 필요이상으로 규제한다는 일각의 지적이 없지 않지만 깨끗한 풍토조성에 기여한 바는 실로 지대한 것이다. 그러나 선거문화란 제도만으로 바뀌지는 않는 것이다. 제도란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므로 조합의 지도자들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건전한 선거풍토를 조성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바뀐 제도안에서도 탈법이 자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야 한다. 최근 선거에서 나타난 성과가 그야말로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도록 조합원사회의 총체적 혁신노력을 기대한다. 최근의 조합장선거에서 한 가지 더 두드러지는 점은 농업경영인들이 대거 조합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 보면 농촌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후계자로 육성되어온 이들이 농촌사회의 주류로 성장, 이들이 협동조합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전국적인 운동조직에 몸담으며 정치적 역량까지 쌓아온 이들 젊은 조합장들이 협동조합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며, 협동조합이 축산업과 농촌을 명실상부하게 이끌어가는 견인차역할을 맡게 되기를 기대한다. 전기업규모 양축가의 조합참여가 저조하고, 심지어 이탈현상마저 없지 않았던 그간의 실정에 비춰볼 때 최근 축협조합장 선거에서 전기업규모 양축가가 대거 조합장에 당선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만한 소식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전기업규모 양축가들이 협동조합을 이용하지 않고 이탈하는 것은 이들이 협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탓이며, 이는 협동조합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전기업규모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최근 전기업규모 양축가들이 대거 조합장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일선축협이 제공하는 각종 사업과 서비스의 질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사안이다. 특히 축산업은 1차산업중 어느 산업보다 전기업화가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조합장진출에 거는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이 확고한 정체성을 찾지 못하며, 경제사업보다는 신용사업에 치중한다는 등의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한다면 앞서 열거한 사안들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는 것이며 이러한 변화가 협동조합에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 구성원들의 의식변화와 FTA협상처럼 변화무쌍한 환경변화를 바로 보는 지도자들의 혜안과 실천이 있을 때 앞서 언급한 사안들이 새바람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