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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한우, 계속 키워야 하나”

■FTA시대…한우고기 소비자와 생산자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한미FTA타결을 계기로 한우의 불합리한 유통구조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따라 가상의 인물을 통해 소비자와 한우농가간 인식차를 집중 조명하는 한편 그 원인과 해법이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글 싣는 순서 >
1. 소비자는 부담스럽다
▶2. 혼란에 빠진 한우농가
3. 유통을 잡아야 산다


연이은 FTA속 원자재값 상승에 부채는 그대로
“크게 나아진 것 없는데…폭리라니” 농가 허탈

강원도 영월에서 20년째 한우를 사육해온 이만복씨(가명, 52세)는 요즘 고민이 많다. 영세농으로 시작한 이씨지만 최근 몇 년간 다행스럽게도 한우가격이 좋아 2005년 초에 축사를 늘리고 사육규모도 50두로 늘렸다. 이 과정에서 적지않은 대출을 받기도 했지만 충분히 갚아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실제로 지난해까지 꼬박꼬박 대출이자를 갚아가면서 건실하게 농장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한미FTA 추진계획이 발표되더니 올해 4월 결국 타결 됐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한미FTA 타결 이후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산지 소 값에 이씨는 당황스럽기만 하다. 제대 후 복학을 기다리는 둘째아들의 만만치 않은 대학 등록금을 데려면 소를 팔아야 하지만 가축시장에 나가도 대부분 허탕을 치거나, 우상인들이 후려치는(?)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 어제 저녁에는 어떻게 알았는지 복학을 늦추고 당분간 일을 돕겠다고 말하는 아들 녀석에게 ‘걱정 할 것 없다’며 자신도 모르게 호통을 쳤다.
대출이자에 아이들 교육비 걱정으로 요즘은 매일 술로 날을 보낸다. TV에서는 한미FTA로 우리나라 경제가 크게 좋아질 거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 같은 보도를 접할 때마다 소외된 현장 농가의 입장에서 느끼는 박탈감은 더 커진다.
답답한 심정에 지역에서 열리는 농가 교육에 참석해 보면 매일 같이 나오는 얘기가 ‘열심히 고급육 생산하면 이겨낼 수 있다’는 상투적인 얘기 뿐. 요즘은 한우에 손을 댄 것이 후회스럽기까지 하다.
TV와 신문에는 한우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쇠고기라고 말한다. 농가들이 무슨 큰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유통단계의 문제로 인해 농가들의 주머니 사정은 그리 나아진 것이 없다는 사실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외래질병 브루셀라에 대한 강제폐기 보상금도 80%로 하향 조정되고 그나마도 지난 4월부터는 60%로 더 낮아졌다. 여기에 올해 초 배합사료 값은 수입원료 가격의 상승으로 벌써 두 차례나 오르고 하반기에도 오른다는 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부채를 갚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빚을 내야 할 판이다.
온갖 악재가 가득한 현실에서 한우를 계속 키워야 할지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함께 농장을 하던 이웃들도 하나, 둘 헐값에 소를 팔고 고향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불안감은 더해진다.
한우를 계속 키우자니 희망은 보이지 않고, 포기하자니 지금까지의 땀과 노력이 너무 아깝고 이씨의 한숨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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