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투쟁 4일째. 쉐라톤호텔 앞에서의 간단한 개막집회를 마친 원정투쟁단은 더브루클해역으로 자리를 옮겨 비장한 각오로 ‘삼보일배’에 돌입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협상장인 쉐라톤호텔을 향한 삼보일배가 시작되며 북과 징소리에 맞춰진 하나, 둘, 셋 그리고 일배, 한걸음 한걸음에 투쟁단의 FTA 저지구호가 이어졌다. 투쟁단은 식량주권의 염원을 담아 힘든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는 와중에서도 브뤼셀 시민들에게 유인물 배포 등을 통해 ‘축산업사수’ 에 대한 의지를 알리는데 열중했다. 그럼에도 약 3.5km에 달하는 거리에서 1시간 반 가량 삼보일배 가 진행되는 동안 낙오자는 한사람도 찾아볼수 없었다. 한국은 물론 현지 언론의 취재열기속에서 “우리 농민의 절박한 심정과 결의가 협상장 및 이역만리에 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이승호 회장), “삼보일배때 내린 비는 우리 농민들의 눈물과도 같다.”(김동환 회장)는 외침은 투쟁단의 비장한 결의를 다시한번 만천하에 천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듯 했다. 이어 개최된 우리 원정투쟁단과 유럽 농민·시민사회단체의 워크숍. “FTA는 대규모 기업농에만 이득일 뿐 중소규모농가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벨기에 남부지역 낙농가인 한 농민단체장의 발언은 FTA를 바라보는 대부분 EU농민들의 생각도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다음날 지속적인 반대시위에 나선 원정투쟁단은 FTA 협상이 열리고있는 쉐라톤호텔에 도착, 노동 및 유럽 농민·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농민부문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농업주권을 포기한 우리 협상단의 즉각 철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후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투쟁단은 현지에서 준비한 나무와 합판으로 상여를 직접 제작, 슈만라운드포인트에서 비장한 각오로 ‘한·EU FTA 장례식 출정식’ 을 가졌다. “우리 350만 농민의 결연한 의지를 반드시 전달하자” 며 인도를 통해 EU 본부 앞에 도착한 투쟁단은 상여를 메고 한-EU FTA 장례식 시위를 전개했다. 이 때였다. 벨기에 경찰이 갑자기 통행을 막고 시위를 중지할 것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이에 투쟁단은 연좌농성을 벌이며 평화적 퍼포먼스 진행이 가능토록 협조를 요청했으나 결국 묵살되고 말았다. 이과정에서 벨기에 경찰에 항의한 투쟁단에게 욕설과 폭행이 가해졌고 몸싸움이 이어지면서 이용우 낙농육우협회 충남도지회장이 넘어지기도 했다. 결국 1시간여에 걸친 실랑이 끝에 투쟁단은 상여와 상복 등 장례식 물품을 강제로 압수당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투쟁단은 굴하지 않았다. 비록 상여는 없어졌지만 당초 계획대로 쉐라톤호텔까지 행진, 벨기에 경찰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