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희영 기자]

토종닭업계, 피해 최소화 위해 ‘최후의 카드’ 꺼내
“우리도 한우농가 처럼 어려움 많아”…정부에 성토
한·육우는 쇠고기를, 젖소는 우유를, 산란계는 계란을 생산하기 위해 키워진다. 좀 더 세분화한다면 닭 중에서도 산란계는 계란, 육계는 닭고기, 종계는 산란계 또는 육계 생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그 목적을 달성하기도 전에 도태시켜야 한다면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이고 애지중지 키우던 가축을 묻어야만 하는 축주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충북 청원군 오창읍 모정리 297번지에서 8천수 규모의 토종닭 종계장인 백제농장의 김재만 대표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해 9월 15일 수당 7천원에 구입해 키우고 있는 종계 8천수 중 10%인 800수를 도태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120일간 애지중지 키우며 이제 곧 알을 쏟아낼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토종닭업계가 자율적으로 토종닭 종계 자율도태 사업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백제농장도 참여키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 종계를 키우는 목적은 종란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목적을 코앞에 놓고 도태시키는 것은 수익은커녕 PS구입비용과 사료 값만 들어갔기 때문에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4개월간 먹은 사료 값만 수당 2만원씩만 계산해도 1천600만원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동안 낡은 축사로 생산성이 나오지 않아 큰맘 먹고 대대적으로 축사시설을 개보수해 처음 입식한 종계를 도태시켜야만 하는 현실이 더욱 안타깝다.
백제농장 김재만 대표는 지난해 1억700만원을 투자해 케이지와 계분밸트, 자동급이기, 수탉 전용 계사 등 대대적으로 축사시설을 개보수 했다.
정부의 지원도 받지 못해 투자금액 중 절반은 지인으로부터 빌렸다. 때문에 축사시설 개보수 후 처음 입식한 종계인 만큼 기대도 다른 어떤 때보다 컸다.
하지만 토종닭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율도태라는 카드를 꺼내들은 업계의 선택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아직 알도 낳지 못한 종계 800수를 도태시키기로 결정했다.
7천원에 구입한 종계를 4개월간 값비싼 사료를 먹여 키웠지만 정작 알은 낳지도 못하고 700원이라는 노계 값으로 도태시켜야한 한다는 현실이 너무 기가 막힌 심정이다.
김재만 대표는 “양계업만 18년 동안 하면서 최근과 같은 불황은 겪어보지 못했다며 차라리 농장을 팔고 싶은 것이 지금 심정”이라며 “하지만 지금 당장 800수를 도태시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토종닭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자율도태 사업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토종닭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김 대표는 “최근 한우값이 폭락하면서 수백억의 예산을 투입해 소값 안정에 나섰지만 토종닭 역시 한우농가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심조차 없다는 것이 종계를 도태시키는 것 이상으로 마음이 아프다”라며 “산업 종사자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수급조절에 나섰다면 축산농가를 위한 정부라면 최소한의 지원은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토종닭업계는 장기불황이 예고되자 불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계 자율도태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백제농장 뿐만 아니라 토종닭 종계 농장 중 2만수 이상의 농장은 사육수수의 30%, 1만수에서 2만수 규모의 농장은 20%, 1만수 미만의 농장은 10%를 자율도태사업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