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삼겹살 무관세 수입감축’ 이끈 이병모 한돈협회장
만족 않지만 극단적 상황 피해 다행…추가수입 없을 것
사료비 절감·국산시장 회복 등 하반기 대책 본격화
삼겹살 7만톤 할당관세 수입철회를 촉구하며 대정부 투쟁을 전개, 큰 폭의 할당관세 물량 감축이라는 합의를 이끌어낸 이병모 대한한돈협회장. 그간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이 적지 않았음을 짐작케 하듯 수척해진 모습의 이병모 회장(실제로 농성이 시작된 후 일주일여만에 체중이 3kg 줄었다)은 “만족하진 않지만 정부와 양돈업계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는게 그나마 다행”이라며 이번 사태를 정리했다.
“협상에 도움이 된다는 책까지 사서 읽었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되, 일방통행식 협상결과는 상대방의 보복이 반드시 뒤따른다는 게 결론이더군요. 협상에 나서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원칙에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돼지고기 시장 전면개방을 앞둔 상황에서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와 공동보조가 불가피한 현실을 염두에 두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이병모 회장은 최후의 카드로 지목돼 왔던 돼지 출하중단을 대정부 투쟁 초기부터 뽑아들었던 배경에 대해 “어차피 양돈농가들로서는 더이상 물러설 수가 없었다. 나부터가 모든 것을 다 걸겠다고 선언할 정도”라는 말로 대신했다.
자신들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전국의 양돈농가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출하중단에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결연한 동참 의지를 보여준 것도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각국의 돼지가격을 봅시다. 2년전과 비교해 미국은 62%, 중국은 57%가 올랐습니다. 하물며 일본도 29% 상승하는 등 돼지가격 급등은 전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그러나 FMD 사태에서 벗어난 우리나라는 생산비를 밑돌며 큰 차이가 없습니다. 더구나 하반기 더 큰 폭의 가격하락이 예고되고,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상황에 무관세 수입이라뇨. 이건 아니죠”
할당관세를 겨냥한 수입주문이 이뤄질 경우 되돌리기 힘든데다 총선에 모든 시선이 쏠린 상황에 웬만한 방법으로는 양돈농가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기 힘들다는 분석도 출하중단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결행하는 요인이 됐고, 결국 정부를 움직임이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고.
“출하중단만은 피해야 한다는게 정부 입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로서도 파격적인 합의안 도출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는 이병모 회장은 “수입철회가 목표였던 양돈업계로서도 출하중단이 가져올 양돈현장의 폐해와 여론의 역풍을 고려치 않을 수 없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양돈업계 일각에서는 가격폭등시 할당관세 추가적용의 여지가 남았다는데 우려도 제기도고 있는 상황.
이회장은 이에대해 “FTA로 관세장벽이 사라지고 있는데다 그나마 양돈농가수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 신중하지 못한 수입정책은 국내 양돈산업의 붕괴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면서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보지만 이상가격이 형성되거나 국산육 공급부족사태가 ‘파동’ 수준이 아니라면 할당관세 수입은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처럼 삼겹살 할당관세 추가 수입방침으로 촉발된 사태가 마무리된 상황이지만 이병모 회장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다.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하반기 예고된 양돈 대불황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병모 회장은 “이젠 생산비를 실질적으로 낮추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우선 양돈사료비를 10%이상 줄이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돈농가들의 공동구매 유도와 함께 최근에는 OEM사료 확대를 위한 정부지원 방안까지 구체화된 단계라는 설명이다. 지금 수준의 가격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출하전 절식과 함께 생체가 아닌 지육으로, 박피에서 탕박으로 돼지가격 정산체계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병모 회장이 생각하는 가격안정 대책의 일환이다.
이병모 회장은 그러나 “어차피 돈사(스톨) 규모에는 한계가 있는데다 사육두수가 늘고 있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FMD 이전으로 회복하는 추세”라며 최근 거론되고 있는 모돈감축 방안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 당시 양돈업계를 지지하고 성원해준 농축산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에 다시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