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하다. 스마트폰을 보라. 초기 얼마나 당황하고 헤맸던가. 하지만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이 됐고, 그를 통해 얼마나 많이 편리해졌는가. 스마트팜도 그렇다. 어쩔 수 없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고,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스마트팜이 여는 미래세상은 화려하다.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도 있고, 생산성을 확 올려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장밋빛 미래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찾고 알려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천안연암대에서 ‘축산분야 스마트팜 현장체험형 워크숍’을 개최했다. 워크숍에서는 전문가들부터 스마트팜 현황을 점검하고, 과제를 살폈다. 특히 체험을 통해 농가들이 직접 스마트팜을 접할 수 있게 했다. 이날 워크숍 내용을 정리한다.
전문가 특강 : ‘최신 ICT 동향 및 미래전망’
빅데이터-IoT<사물인터넷> 융합…축산 생산성 극대화
김대영 교수 (KAIST)
20년 이상 지속돼 온 IT시대가 저물고 있다. 앞으로 30년 미래는 DT(Data Technology) 시대다.
DT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이다.
특히 DT는 사물인터넷(IoT)과 융합돼 삶을 윤택하게 한다. 이것은 먼 미래가 아니고, 바로 앞에 와 있는 현실이다.
이미 구글, 애플 등 대기업들은 이러한 새 시대를 대비해 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커넥티드 자동차, 헬스케어, 민간항공기 실시간 추적 등이 예다.
이를 통해 내 몸상태 즉 심박수, 졸림상태, 피로도 등을 알 수 있고, 위협 등 다양한 환경에 적극 대응하게 된다.
DT와 사물인터넷은 축산 등 농업에 충분히 활용될 만하다. 스마트팜이다.
한 예로 축사에 센싱·모니터링 기술이 접목돼 가축상태를 반영해 사료급이, 음수관리 등을 적절히 조절하게 된다.
스마트팜이 축산농가의 생산성 향상과 소득증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돼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팜 추진현황과 계획-축산분야 중심으로
현대화 사업 연계 보급 지원체계 강화
서봉열 서기관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과)
FTA 등 개방화에 따라 축산 등 우리농업은 ICT를 활용한 자본·기술 집약적 농업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
스마트팜은 이러한 ICT 기술을 농장에 접목한다. 예를 들어 양돈의 경우 시설현대화된 축사에 통신장비와 환경관리 SW 등을 설치하고 스마트폰·PC 등을 통해 농장시설물을 원격·자동제어한다. 이것으로 과학적 사료관리, 음수급이, 환경관리 등이 가능해 진다. 효과는 눈에 보일 정도다.
장수 양돈장은 스마트팜 도입 후 모돈당 출하두수가 늘고, 사료량이 감소하는 등 모돈 100두 기준 6천400만원 수익을 더 냈다.
농식품부는 필요성과 효과를 인식하고 지난해부터 스마트팜 보급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양돈 60억원, 올해 양돈·양계 89억원, 내년 양돈·양계·대가축 200억원 예산을 투입했거나 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별 사업설명회 개최, 우수사례 발굴, 농업관련 박람회 참석 등을 통해 농가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현장실습형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스마트팜 추진에는 적지 않은 애로사항이 있다. 우선 초기 시설투자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고, 성과를 불확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시설현대화가 여전히 미비하고, ICT 장비를 활용할 능력도 부족하다. 게다가 스마트팜 관련기업 대다수는 규모가 영세하다. 그럼에도 불구, 스마트팜은 축산경쟁력을 높여줄 훌륭한 수단이 된다.
농식품부는 지원체계를 강화해 스마트팜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설현대화 연계, 예산 확대, 금리인하 등 정책을 개선하고 농가체험교육 확대, 현장지원단 구성 운영, 중앙지원단·권역별지원센터 설치 등 현장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성과분석, 전시홍보, 기획 등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홍보를 늘린다는 구상이다.
전문인력 및 지도인력 육성, 컨설턴트 양성, 기업마케팅 지원 등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스마트팜 확산기반을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스마트팜 우수사례
-김준영 회장 (축산컨설팅협회) ‘ICT 융복합 컨설팅 사업’=ICT 융복합 축산컨설팅사업은 축사환경 센싱·모니터링, 사료급이, 음수관리, 생산경영관리 등 ICT 융복합 지능형 축산관리시스템을 보급정착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국고 보조융자 60억원을 포함해 72억원이다. 사업대상은 축사시설현대화 조건을 갖춘 돈사다.축산컨설팅협회는 컨설팅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이 사업이 시작됐다. 전국 양돈농가 48개 농장이 신청했고, 30개소 농장이 중간점검 컨설팅을 받았다. 향후 ICT 융복합 농장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양돈농장을 중심으로 사료회사, 제약회사, 양돈조합, 컨설팅업체 등 전문가 집단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야 한다.
-김종필 이사 (이지팜) ‘ICT 융복합형 양돈사양 관리’=예전에는 모돈카드에 기록하고, 팩스전송, 전산입력, 보고서 출력 등을 일일이 따로 해야 했다. 농장에서는 작업이 끝난 후에야 보고서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발 늦게 대처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바로 입력되고 모돈카드, ICT 장비와 연동돼 바로 조회가 가능하다.
교배기록, 임신진단 사고기록, 분만기록, 포유자돈폐사기록, 이유기록 등이 해당된다.
모돈개체 자동급이기는 모돈 밥주는 업무에서 해방시켜준다. 설정한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사료가 떨어진다. 급이 전략에 따라 사료증감이 스스로 바뀌고, 원하는 만큼 사료를 먹을 수 있도록 보조한다. 이를 통해 사료잔량을 최소화하고, 사료변패를 줄인다. 물론 사료비는 뚝 떨어진다.
사람이 할 일은 단순하다. 관제컴퓨터 또는 피그플랜,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어제 밥 안먹은 모돈만 확인하면 된다. 사료계량을 확인해 자동급이기 이상유무를 체크하면 된다.
-정창용 대표 (풍일농장) ‘스마트팜 현장적용과 애로사항’=풍일농장은 돈사내에 온도·습도·정전·화재 감지 시스템을 비롯해 모돈 사료자동 급이기, 사료빈 실시간 모니터링, CCTV 돈군 감시, 사료효율 개선, 미세먼지 및 악취저감장치, 비육돈 출하 선별기, 데이터활용 시스템 등 다양한 ICT 융복합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도·습도·정전·화재 감지 시스템의 경우 언제 어디서나 웹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24시간 확인과 경보가 가능하다.
CCTV 돈군 감시 시스템은 CCTV 영상을 데이터화해 환경정보와 연동해 분석한다. 비육돈 출하 선별기는 규격돈을 선별해 출하 전 절식문제를 해결한다.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까지는 농장에서 가능하지만 이를 분석해 조치하기는 무리다. 사료회사, 양돈조합, 컨설팅업체, 약품업체 등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경영지도해 줬으면 한다.
전문가 패널토론 ‘스마트팜 확산 및 체험·실습형 교육방안’
▲김정욱 과장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과)=아직 ICT 개념이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농장들은 접목방법, 기대효과 등을 궁금해 한다. 그래서 농식품부는 그 모델을 발굴해내려고 한다. 농장이 ICT를 체험하고 이해해야 한다. 오늘 체험형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는 민간 스스로 개척해 낸 사례도 집중 살필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양돈, 올해는 양계, 내년에는 젖소 등으로 스마트팜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자부담 비용을 줄여달라는 농가요구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이는 다른부처 등과 협의해야할 내용이다. 아울러 스마트팜 사업은 시설현대화 사업 일환이다.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다만, 장비가격 인하는 필요하다고 본다. 초기이다보니 수요가 많지 않고, 이에 따라 장비가격이 비싼 측면이 있다.
산업이 활성화되면 경쟁제품이 늘어날 것이고, 가격인하 소지도 충분히 있다.
▲정선현 전무 (대한한돈협회)=FTA 시대 살아남으려면 남에게 뒤져서는 안된다. 스마트팜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이후 추진되고 있는 스마트팜 확산 사업은 그런면에서 상당히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후속책 마련이 미흡하다. 진행결과를 계속 보완해 사업을 하나씩하나씩 채워가야 한다.
현재 30% 보조비율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려줬으면 한다. 초기에는 유인책이 따라와야 한다. 특히 이 사업은 성과를 확신할 수 없다. 선뜻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조비율을 높이면 선도농가들이 먼저 참여할 것이고, 이어 다른 농가들도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확산과 정착하는 길이다.
▲최선호 연구관 (축산과학원)=농가들이 고령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농장규모가 커지면서 자동화 설비는 더욱 절실해 졌다. 예전부터 자동화 설비들이 개발되고 보급됐지만, 개별기업 단계에서 머물렀다.
스마트팜은 이러한 자동화 설비를 하나로 묶고, 통합관리하는 것이다. 비용이 많이 들 수 밖에 없고, 특히 표준화라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개별 장비만을 따지면 금방이라도 스마트팜이 될 것 같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암모니아 가스를 측정하는 장비는 이미 10여 가지가 개발돼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스마트팜 구현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표준화 등 해야할 일이 많다.
▲장익준 대표 (코리아제네틱스)=8년 전부터 모돈급이기, 돈선별기 등이 수입제품 중심으로 공급돼 왔다. 당시는 이것이 왜 필요한가를 잘 몰랐다. 개발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모돈이 굶어죽는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내 농장에 적합한 장비를 찾는 역량이 부족했다. 제품별·사용자별 테마교육을 제안한다. 컨설턴트 등을 대상으로 인증제도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컨설턴트 등 전문가들이 스마트팜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만 그 효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교육과 홍보는 스마트팜 확산에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송준익 교수 (좌장, 천안연암대)=투자했다면 당연히 그 이상 성과를 기대한다. 그러한 확신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오늘 워크숍과 토론을 통해 상당부분 그 효과를 확인했다. 천안연암대에서는 다양한 ICT 기술을 활용해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악취저감장치만 해도 3개다. 이들 업체에게 자신없으면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제품이 많다. 현장 체험을 통해 스마트팜이 농장곁에 한발짝 더 가까이 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