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균 이사장(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지난번 기고문에서 세계의 낙농업이 신속히 재편되어가고 있음을 알린 바 있다. 세계 우유생산의 중심이던 콘벨트지역이 그 왕관을 캘리포니아에 넘긴 것이 엊그제 같은데 머지않은 미래에 그 명성은 중국 하얼빈-화북-내몽고를 잇는 새로운 콘벨트로 넘어갈 전망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전 세계의 우유 생산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EU 여러 나라, 파키스탄, 터키 등 많은 나라에서 우유를 kg당 400원 이하로 생산하고 있으며, 중국 유업체들은 지난 1년 사이에 납유가를 20~25%가량 내리고 있어서 상당수의 목장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이러한 극약처방은 목장의 규모를 신속히 초대형 목장으로 전환시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너도 나도 Mega Farm을 향하여 약진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중국 낙농의 현실이다(현장 확인결과임).
이러한 상황을 보고, 낙농에 조예 깊은 전문가 한 분이 우리나라 낙농을 ‘가마솥 안의 개구리’에 비유한 점은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즉, ‘가마솥에 개구리를 넣고 밑에서 불을 때기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물이 미지근하고 서서히 따뜻하여지므로 개구리는 지금 기분이 아주 좋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물이 뜨거워지면 과연 그 개구리는 어찌되겠는가?’ 하는 비유이다.
지금 우리나라 낙농이 처해 있는 상황을 좀 심하게 비유한 말이지만 무리한 말도 아니다. 지금도 반나절이면 선박이 인천항으로 들어올 수 있으며, 조만간 철도가 개통되면 다양한 낙농제품이 국내로 쏟아져 들어오기 직전인 상황인데 아직은 다행스럽게도 중국의 유가공기술이 우리나라와 격차가 좀 남아있다. 또한 아직은 고급유제품을 수입하고 있으니 그나마 숨 쉴 여지는 남아있다.
만일 중국이 양질의 우유나 유제품을 FTA발효 후 반값에 한국에 수출한다면 국내 우유시장에서 여전히 애국심에 매달려 장사할 수 있을 것인가?(지금도 비싸다고 잘 안팔려 울상을 짓고 있는 판에…). 중국의 물량공세는 ‘쓰나미’에 가까울 것인데…이쯤 생각하면 소름마저 돋는 것을 주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린 어찌해야 살아남나? 이제 그 첫 제안을 하고자한다. 먼저, 우리도 국가적 차원의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첫째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대한 정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현재의 국내 인프라의 실상을 정확히 조사하는 일부터 해야 할 것이다. 손자(孫子)는 일찍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 하지 않았던가? 단순히 통계를 내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 질적 인프라를 점검하여야 한다. 즉, 세부분야 전문가의 수와 인력의 수준(해결능력 등), 낙농생산현장 생산자들의 기술수준(전문적 응용능력 보유 여부, 정신자세 등), 국내 낙농목장의 통합 가능성(우리도 궁극적으로는 타국보다 더 잘 설계된 대규모 낙농단지로 발전되어야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 시설환경 현대화 방안수립(특히 메가팜 건설방법론) 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주변국들에 대한 전문적 조사를 병행하여야 할 것이다.
소문이나 자료를 통한 정보분석은 생명력이 약하다. 그러므로 전문가 조직을 잘 꾸려서 심도 있는 현황을 파악하여야 한다. 그리고 정부당국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각종 연구개발 투자의 현실적 효과에 대하여 더 냉정한 재평가작업을 해 보기를 권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