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 동 수 대표이사((주)다비육종)
종돈개량 성과가 우수한 나라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개량체계를 보면서 우리와의 차이를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곤 한다. 때로는, 작거나 단순한 차이가 각기 전혀 다른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차이 가운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 두 가지, 개량을 하는 GGP농장 육성과 개량집단 중심의 개량체계에 관한 것이다.
최근 한국종축개량협회가 발표한 국내 종돈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 종돈업 허가업체가 122개소로 되어있다. 기능별로는 GGP농장이 22개소, GP농장이 43개소, GGP/GP를 함께 하는 농장이 27개소 그리고 종돈과 실용모돈을 함께 사육하는 농장이 30개소로 구분 되어있다.
순종돈을 생산하는 경우를 GGP 그리고 F1을 생산하는 경우를 GP로 보는 이런 사전적인 기준에 따르자면, 우리나라의 GGP 모돈두수는 1만6천649두이다. GGP 모돈 규모로는 덴마크의 GGP 모돈두수 6천600두, 프랑스의 통합육종프로그램에 참여하는 GGP 모돈두수 6천150두 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숫자이다. 이론적으로는 축군의 규모가 클수록 개량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의 개량속도가 그들보다 느린 것은, 순종생산은 하고 있으되 실제 개량을 하지 않는 GGP농장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개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순종생산농장이 지나치게 많은 것은 커다란 비효율을 가져온다. 어쩌면 이러한 효율의 차이는 GGP농장에 대한 개념 또는 기준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의 GGP농장이 단순히 순종생산을 하는 농장이라면, 종돈 선진국에서의 GGP농장은 순종을 생산할 뿐 만 아니라 종돈개량을 위해 필요한 요건을 갖추고 개량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농장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1년에 수차례 유전력을 점검하고 개량업무 수행이 부실한 농장을 종돈장에서 제외시킨다고 하니, 애초에 개량을 하지 않는 GGP농장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을 것 같다.
우리도 이제 GGP농장의 기준을 제대로 정하고 사전적인 의미의 GGP 개념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개량을 위해 필요한 요건이 무엇이고, 수행해야 하는 개량업무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기준을 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기준에 합당한 농장을 GGP농장으로 구분하여 사업의 확장을 지원하고, 당장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단기간내에 개선이 가능한 농장은 실제 개량을 하는 GGP농장으로 편입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실제 개량을 하는 GGP를 육성하고 단순히 순종을 생산하는 농장과 구분하는 것은, 한정된 자원을 집중하여 개량 사업의 충실도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종돈장들의 한정적인 역량을 감안할 때, 다수의 종돈장들이 각기 기능을 분담하는 방법으로 하나의 개량집단을 형성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개량을 해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일 농장의 경우 질병이나 경영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개량의 지속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게 되는데, 일련의 개량피라미드로 조직된 개량집단의 경우 일부 농장에 변화가 있어도 개량사업의 지속적인 유지와 발전이 용이해진다.
프랑스의 경우도 지난 5년간 질병문제 또는 종돈 품질관리상의 문제 등으로 GGP농장 25개소중 7개소가 교체되었고, GP농장도 모돈두수의 40%에 해당하는 농장이 교체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변화에도 지속적인 개량이 가능했던 것은 개별 농장단위가 아니라 개량집단 단위로 조성되어 적절한 대처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미 적지 않은 종돈장이 여러가지 성격의 개량집단을 구성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량집단 중심의 사업추진이 갖는 유용성이나 확산 추세를 감안할 때 우리도 이제, 개별농장 단위로 되어있는 현재의 종돈장 관리 방식을 대폭 수정 보완하여 다수의 GGP농장과 GP농장이 포함된 개량집단을 집중 육성하고, 개량집단이 개량주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종돈 선진국에는 회사나 조합 등 여러 형태로 된 개량집단이 있고, 개량집단이 구심점이 되어 종돈개량의 목표 설정에서부터 결과 도출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종돈개량 관련 사업은 개별농장이 아니라 개량집단의 지원과 육성, 개량집단간의 협력에 중점을 두어야 하고, 관련 협회도 개별농가 회원을 관리하는 방식에 벗어나 개량집단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개량집단을 중심으로 한 개량의 추진은, 여러 기관과 단체에 흩어져 있어서 역할이 중복되고 불분명한 지금의 개량 관련 기능들을 재구성하여 효율적인 종돈개량체계를 구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