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수입축산물 ‘관세제로’ 시대가 현실화 되면서 국내 축산업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지만 국내 축산업의 생존을 위한 축산업계의 해묵은 현안마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민간의 축산전문 조직은 오히려 축소되거나 독립성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와 본지 공동으로 지난달 26일 농협 서울지역본부에서 개최된 ‘관세제로 시대, 한국축산업의 생존방안’ 워크숍<사진>에서 축산지도자들과 각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악화일로의 대내외적 축산업 환경 변화에 깊은 우려를 표출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한국축산경제연구원 우병준 축산관측 실장은 “FTA 발효와 함께 수입축산물 관세제로 시대가 도래했다”며 한육우와 돼지, 닭 등 축산물 생산액 상위시장의 관세가 점진적으로 철폐, 오는 2028년이면 완전 무관세에 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인구고령화와 인구절벽 등으로 인해 일정 시점에 이르러 국내 축산물 소비가 정체 또는 감소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시각의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축산업’ 의 외연을 반려동물, 생명공학, 동물약품, 6차 산업 등 ‘동물자원(이용)업’으로 확대하기 위한 축산법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우병준 실장은 “현재 정부의 축산국 조직으로 축산관련 업무를 모두 소화할수 있는지, 또 농협중앙회 경제지주회사 설립 속 축산의 전문성 확보는 어떻게 해야하는 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정토론에 나선 생산자단체와 협동조합 지도자들도 이에 공감하며 “범 정부 부처 차원에서 축산업을 죽이는 정책이 아니라 축산업을 살리는 현실적인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축단협 이병규 회장은 2014년 기준 축산업 생산액이 19조원에 육박하며 농업 생산액 가운데 42%를 차지하고 있지만 축산분야 정부예산이나 조직은 농업 전체의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산업비중에 맞게 대폭 확대 돼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단체장들은 “불과 1~2명의 공무원이 수조원의 생산액을 기록하고 있는 주요 축종을 담당하고 있는 게 농림축산식품부의 현실”이라며 “그러다보니 지자체의 축산조직 역시 축소되거나 사라지고 있어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협동조합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축산발전협의회 정문영 회장(천안축협조합장)은 축협경제사업 규모가 16조6천억원으로 농협조직 전체에서 33.5%에 달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축협경제사업 성장률도 농협경제사업 대비 2배에 달하고 있는 만큼 협동조합 내 축산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를 통한 축산농가 실익증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정토론자들은 각 축종별 특성을 감안한 선진국형 소득보장대책을 비롯해 현실적인 사료비 절감 대책, 축사시설현대화 지원사업 개선, 유통구조 개선 및 국내산 축산물의 급식 확대, 도축수수료 개선 등을 위한 정부 대책을 강력히 주문했다.
이들 현안 모두 축산물시장 개방이 논의돼 왔던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축산업계가 요구해온 핵심현안으로, 오랜시간이 지나 전면개방이 본격화되는 지금까지도 관철되지 않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농식품부 이천일 축산정책국장은 이와관련 “축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재원과 조직이 뒤따라야 하지만 현재 축산국 실정으로는 턱없이 부족한게 현실”이라면서 “결국 축산단체와 협동조합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일선 지자체까지 정책이 제대로 전달되고 집행되기 위해서는 지역축협의 역할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천일 국장은 이어 정부의 예산을 어떻게 배분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각 축산단체들과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