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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K-동물보건사,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

  • 등록 2025.09.18 10:35:07

[축산신문] 

김 충 현 교수
호서대 동물보건복지학과

 

새 학기가 시작되며 활기를 되찾은 캠퍼스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수업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비로소 캠퍼스다움을 느낀다.
처음 강단에 섰을 때의 설렘과 떨림이 생생한 가운데, 당시 필자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던 2023학번 학생들이 어느덧 3학년이 되었다. 이들은 방학 기간 동안 4주간의 동물병원 현장실습을 마치고 캠퍼스로 돌아왔다.
실습을 떠나기 전, 학생들이 현장에서 필요한 실질적인 지식과 직업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시켰다. 학교에서는 생명의 소중함과 동물을 향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동물보건사 선서식을 진행했고, 교수들은 인생 선배로서 올바른 근무 태도와 자세를 거듭 당부했다.

 

예상치 못한 학생들의 반응, 무엇이 문제인가?

그러나 개강 후 첫 수업 시간, 학생들에게 동물병원의 동물보건사 취업 의중을 묻자, 예상외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주저하였다. 미래를 동물보건사의 길에 걸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4주간의 현장 실습 기간 동안 학생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4주간의 현장 실습은 학생들에게 깊은 고민을 안겨준 것으로 보인다. 3년간의 꾸준한 준비와 학습에도 불구하고, 동물보건사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특히 동물보건사의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는 동물병원의 근무 환경은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이어져,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허점과 그로 인한 악영향
현재 채용 플랫폼에 올라오는 동물간호 업무 채용 공고는 동물보건사 자격증 유무와 상관없이 고졸 이상이면 현장 업무가 가능하다. 이는 전문 인력 양성 및 배출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시사하고 있다.
더욱이 동물보건사의 고용 형태가 정규직보다는 계약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한 형태가 많은 점은 동물보건사 자격증 제도 정착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한 자격증 없이도 동물보건 업무가 가능한 현실은 고용 환경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결국 동물보건사의 보수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아무런 혜택도 없는 동물보건사 자격제도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만들었어요?”라는 학생들의 탄식이 내 가슴 깊은 곳에 남아 있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동물보건사 배출 수로도 여실히 증명된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21년에는 2천311명의 동물보건사가 배출되었으나, 그 수는 2022년 727명으로 급감하였다. 2023년에는 428명으로 수의사 배출 수(538명)를 하회했으며, 2024년에는 400명으로 수의사 배출 수(515명) 대비 더욱 줄어들었다.
이처럼 동물보건사 배출 인원은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우리 학교의 예비 졸업생들은 동물보건사 자격증의 사회적 기여도와 활용도가 미흡하며, 이로 인해 자신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전공과 무관한 다른 분야로 사회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수의사가 바라본 동물보건사 제도의 한계
과연 동물보건사가 간호사에 준하는 사회적 인정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해외 사례처럼 전문가로서 온전한 대우를 받는 것은 시기상조일까? 방학 중 입학 동기인 동물병원 원장들의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수의사들 또한 동물보건사 제도에서 겪는 고용 및 사회적 처우의 불안정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핵심적인 문제점은 업무 범위의 불명확성이다.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수의사들은 동물보건사에게 업무를 선뜻 위임하기 어렵고, 모든 책임이 수의사에게 전가될 수 있는 구조로 인해 업무 위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고 하였다. 이러한 점은 자격증 제도의 내재적인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면허는 특정 의료 행위에 대한 배타적 권한을 부여하고 비면허자의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반면, 자격증은 특정 업무 수행에 대한 전문성과 숙련도를 인정하지만 법적 독점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특히 의료 행위의 최종 책임이 면허 소지자인 수의사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때, 수의사들은 동물보건사에게 업무를 위임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이는 업무 위임 시 발생할 수 있는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과 상대적 책임 부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동물보건사 업무 영역은 더욱 협소해진다. 이는 현장 실무 경험 축적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전문 의료인보다는 비전문적 업무 비중이 높은 직업군으로 인식되는 경향을 낳게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현상은 동물보건사의 전문성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침습적 의료 행위가 금지됨에 따라 업무 범위의 제약이 더욱 심화되어, 이들의 전문성 발휘에 실질적인 제약이 따른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의 동물보건사(Veterinary Technician, Veterinary Nurse) 제도가 침습 행위를 허용하는 것과 달리, 대한민국만이 이 중요한 업무를 허용하지 않는 특수성이 있다. 이로 인해 동물보건사의 전문성은 온전히 발휘되기 어렵고, 일반 국민과 동물 보호자들은 질 좋은 진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정부의 실효적인 제도 정비가 절실하다. 현재 정부는 2차 동물병원에 대한 법적 규정, 전문의 제도 도입 논의 등 동물의료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정부는 2021년 보도자료에서 밝힌 “전문적 일자리 창출 및 동물진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도입한 동물보건사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실효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과감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전문성 강화와 안정적인 고용 환경 조성을 통해 동물보건사가 동물 의료진영에 중요한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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